부모와 떨어져 지내지 않을 권리
부모와 떨어져 지내지 않을 권리
  • 칼럼니스트 문선종
  • 승인 2018.12.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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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문선종의 '아빠공부'] UN아동권리협약 읽어주는 아빠
UN아동권리협약 제9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UN아동권리협약 포스터
UN아동권리협약 제9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UN아동권리협약 포스터

오늘은 UN아동권리협약 제9조 이야기입니다. 국가는 "아동이 자신의 의사와 다르게 부모에게서 분리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서율이에게 '선녀와 나무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전래동화는 인권교육에서 자주 회자되는데요, 인권적 관점에서 나무꾼을 성범죄자로 보기도 하는 등 분분한 의견이 있습니다. 일단 이런 부분은 차치하고, 선녀가 아이 둘을 데리고 하늘나라로 간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만큼이나 듣는 질문

아마 제가 한 초등학교 4학년 때였을 겁니다. 엄마, 아빠가 크게 싸워서 엄마가 짐을 싸들고 집을 나가면서 같이 가자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는 너무 무서워서 꼼짝도 할 수 없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생각해보면 어른들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만큼이나 "엄마랑 아빠랑 헤어지면 누구랑 살래?"라는 질문을 자주 하는 것 같습니다. 

가정은 한 아이의 인생에서 중요한 곳입니다. 부모로부터 분리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아동학대, 유기, 부모의 별거, 이혼 등으로 인해 아동의 거취 결정 등 특별한 경우 사법당국이 해당 법률 및 절차에 따라 부모와의 분리가 아동 최상의 이익에 부합하다고 결정할 때 분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선녀와 나무꾼처럼 아동의 의사와 결정권은 무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아동에게도 면접교섭권이 있습니다

"부부가 이혼 뒤 자식을 양육하지 않는 부모가 자식을 만나거나 연락할 수 있는 권리"를 면접교섭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완벽하게 강제할 수단이 없는데요, 2016년 원영이 사건의 경우 친부가 친모의 면접교섭권을 거부해 계모의 학대 사실을 몰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면접교섭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죠.

선녀와 나무꾼의 경우 나무꾼에게 면접교섭권이 발생하는데, 비양육자의 권리로 보이지만 이는 아동의 권리입니다.(2007. 12. 21. 민법 개정에 의하여 자녀에게도 면접교섭권을 인정. 민법 제837조의 2 1항.) 아동이 올바르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를 만나고 유대관계, 혈육의 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본질인데, 현실에서는 어른들의 권리로만 여겨지고 있습니다. 

◇ 아동 최상의 이익을 가장 우선해야 합니다

영화 '칠드런 액트' 포스터

'칠드런 액트'(2017년, 영국)는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소년에게 판결을 내리며 종교와 법, 인간과 윤리 사이의 난제를 파고드는 영화입니다. 영국의 아동법은 가정법을 포함해 다른 법들보다 상위법입니다. 보호자의 의견보다는 아동의 최상의 이익을 위해서 심사숙고하죠.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2016년 8월 찰리라는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희소병인 미토콘드리아 결핍증후군 진단(당시 세계에서 단 16명)을  받았는데 증상이 악화되자 병원으로부터 연명치료 중단 권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생각하는 아동 최상의 이익은 삶의 연장이었고, 병원의 권유를 거부하고 연명치료를 받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찰리의 연명치료를 지지한 트럼프대통령 ⓒPresident Trump's Twitter
찰리의 연명치료를 지지한 트럼프대통령 ⓒPresident Trump's Twitter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모를 지지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에 오면 돕겠다고 트위터를 남길 정도로 이슈였죠. 하지만 법원은 최종적으로 연명치료 중단 판결을 내렸고, 찰리는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겨져 숨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최근 연명치료 중단 이슈를 재점화한 '제2의 찰리' 알피도 판결 9개월 만에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유럽 인권재판소는 아동에게 현대의학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병을 앓고 있는 아동에게 연명치료를 하는 것은 고문에 가까운 것이며 '존엄한 죽음'이 아동 최상의 이익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죠.

하지만 일각에서는 알피의 부모가 "아동에게 비극적인 상황을 제공하는 사람이 아닌 희생자"라며 연명치료를 찬성했다고 합니다. 저 또한 사회복지사로서 윤리와 가치 중 가장 중요한 '생명존중의 원칙'의 딜레마에 놓이는데,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어떤 관점에 따라 아동 최상의 이익은 다르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체적인 맥락을 통해 스스로의 판단을 모두 아동 최상의 이익의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는 것이죠.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에서 아동 최상의 이익은 눈꼽만큼도 찾기 힘듭니다.

그리고 현실에서 아동의 면접교섭권은 아동의 최상의 이익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아동은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전제가 강하게 깔려 있습니다. 자녀들은 우리를 부모로 만들어준 사람이고, 저를 만나러 와준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만약 이혼을 했다고 한다면 아이들의 의사에 따라 방학, 명절, 졸업식 등 아이들이 원할 때 가야 합니다.

이런 모습은 외국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 자신의 생일날 비양육자인 아빠가 오지 않아서 아이가 실망하는 모습에 아빠가 쩔쩔매는 장면입니다. 잘못하면 벌금형을 받거나 감옥에 갈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처벌이 능사가 아니지만 아이들을 우리와 같은 권리 인격체로 존중하는 인식의 변화와 더불어 우리나라가 아동 최상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하는 곳으로 변화되길 바랍니다. ​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입사해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지역사회개발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 그리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한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사회활동가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모험을 기대해볼 만한 아빠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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