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전달법'이 많이 확대되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말들이 많이 쓰입니다. "나 상처받았어" 같은, 극단적인 말들도 쉽게 표현하는 시대입니다.
특히 육아와 세상의 경험이 적은 젊은 엄마아빠는 일상에서 자녀에게 일어난 일에 오히려 자신들이 상처를 입고 어쩔 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에게는 그냥 일어나는 일인데, 정작 부모 본인들이 세상에 면역이 덜 돼서 아이들에게 일어난 갈등 상황에 본인들이 '초토화'되는 것입니다. 심지어 아이들의 미래까지 떠 올리며 지금의 기억이 어른이 될 때까지 지속될까봐 걱정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아이의 미래와 현재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엄청난 '착각'입니다.
◇ 아이가 '누려야' 할 걱정을 어른이 가로채 '즐기지' 마세요
곧 3월입니다. 유아는 초등학생이 되고, 이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라면 학년이 바뀌고 반이 바뀌는 신학기입니다. 그저께 우연히 어떤 엄마아빠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요즘의 최대 관심사는 "누가 아이의 짝꿍이 되는가"라더군요.
이유는 아이들이 왕따가 될까 걱정 돼서 그렇답니다. 이 걱정도 아이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엄마들이 하고 있었습니다.
학기 초, 새로운 짝은 누굴까? 어떤 선생님이 나의 담임 선생님이 될까? 이런 설렘은 학창 시절 추억을 만드는 좋은 감정들입니다. 어떤 담임 선생님이 배정되는지에 따라 실망하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죠. 또 좋아하는 아이와 짝꿍 하고 싶어서, 혹은 싫어하는 아이와 짝이 될까봐 친구들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며 깔깔대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부모들끼리 이런 정보를 서로 주고받습니다. 그리고 바꿀 수 없는 환경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걱정을 섞어서 '비빔밥'처럼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글로 적다 보니, 아이들이 마음껏 누려야 할 그 기분들을 부모들이 가로채서 오히려 자신들이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그랬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제 아이들의 짝이 누가 될지, 어떤 선생님이 담임을 맡을지 신경이 쓰였습니다. 짝이 누구냐에 따라 수업 집중도도 달라지고, 아이들이 겪어야 할 스트레스 또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고민은 결국 아이들이 겪어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새 학기의 상황을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하는가에 초점을 두고 지켜봤습니다. 물론, 마음은 편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무균실에 두면 그 어떤 상처도 입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 마음이 다 그렇습니다. 우리 아이가 나쁜 영향을 받지 않고, 나쁜 영향이 있더라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게 해주고픈 마음이 들죠. 현재의 젊은 부모는 어쩌면 그렇게 자랐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세대보다는 훨씬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듯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자녀들이 조금이라도 마음 아파할까봐 더 전전긍긍합니다.
◇ '갈등'과 '상처'는 아이와 부모를 모두 성장하게 합니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보다는 제 세대가, 그리고 제 세대보다는 지금의 젊은 부모 세대가 점점 자녀들에게 더 많은 마음을 쓰고, 시간을 할애합니다. 지금의 부모는 작은 상처에도 아이 마음에 금이 갈까 봐, 지금의 상처가 아이의 미래에 나쁜 영향을 줄까봐 걱정합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주위의 자극에 면역력이 충분하지 않은 부모들이 현재의 아이와 미래의 아이를 현재 자신의 모습과 동일시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심리적인 현상입니다. 우리 몸에 상처를 입지 않게 하는 것보다는 상처를 입더라도 빠른 회복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훨씬 인간이 가진 능력을 잘 발휘하게 만듭니다.
마음은 면역을 잘 길러야 합니다. 탄력회복성을 가져야 합니다. 밀가루도 많이 치대야 탄력이 생깁니다. 마찰이 있어야 하고, 갈등이 있어야 합니다. 나를 성장시키고,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갈등'은 우리가 잘 살아가기 위한 좋은 토양을 만드는 일과 같습니다.
젊은 엄마아빠들이 아이들의 갈등과 고민, 서툶을 같이 배우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갈등을 겪고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며 부모도 같이 이겨내고, 성장하는 것이죠. 우리가 어른이 되기까지 미처 기르지 못한 마음의 면역력과 회복탄력성을 유아기 자녀와 함께 겪으며 키워나간다면 사회생활에서도 좋은 효과를 발휘할 것입니다.
3~4살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은 이런 어른들의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아이들의 말에서 부모들은 배우고, 치유 받으며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직장인으로서 사회생활을 지혜롭게 잘 해내는 아들들의 모습을 보며 아직도 배우고 있습니다.
세상 어떤 누구도 나를 상처 입힐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상처를 입었다'는 표현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상처받는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다만, 나에게 '상처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강력하게 세뇌하는 겁니다. 그런 사실을 부모가 먼저 알고 있다면, 아이들도 더 굳건하게 어떤 상황이든 받아들이고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 어른들의 걱정과 달리, 어른들이 생각하는 갈등이나 상처는 아이들에게 어쩌면 그냥 일어나는 일상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잘 겪어나가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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