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둘인 부모님은 대부분 두 아이에 대한 불만을 함께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한 아이만의 문제를 거론하거나 서로 부딪히는 부분들을 이야기합니다. 심지어 저한테 이런 질문도 합니다.
"선생님, 저랑 우리 애랑 ‘상극’이 아닐까요?"
어떤 분은 철학관에서 부모와 자식이 '상극'이라는 이야기도 들으셨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그 이야기가 아이와 사사건건 부딪히는 것이 정당하다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이런 접근은 아이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보다 더 큰 갈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이미 모든 일에 부딪힐 각오로 아이와 싸우게 되는 것이지요.
저는 아들이 둘입니다. 둘 다 성인입니다. 큰아들은 직장을 잘 다니고 있고, 둘째는 대학교 4학년 복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 고백하자면 큰아들은 저와 성격이 많이 닮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의 눈빛만 봐도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감지합니다. '코드가 맞다'는 표현이 이럴 때 쓰이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둘째는 아기때부터 밝았습니다. 호기심이 많고 행동도 재빨라서 이 아이가 지나가면 무엇인가 부서지거나 넘어지거나 그런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한번이라도 더 문제를 일으키는 녀석에게 심한 말이 갔을 겁니다. 자연히 저는, 맡은 일을 잘하는 책임감있는 맏이의 모습을 보여준 큰아들에게 마음이 더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자연스러운 마음을 우리 부모는 경계해야 합니다.
'사랑은 숨길 수 없다'는 말, 애인끼리만 통하는 말이 아닙니다. 어떤 부모는 마음이 더 가는 아이의 이야기를 할때 눈부터 웃습니다. 생각만으로도 좋은가 봅니다. 반대로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할 때, 그 문제가 머릿속에서 불쑥 튀어나오며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쏟아냅니다.
저는 이럴 때 그냥 그 모습을 부모님께 말씀드립니다.
“큰아이를 이야기 할 때는 화가 난 모습이고, 말에도 가시가 돋히는데 작은아이의 이야기를 할 때에는 행복해 보이십니다.”
그러면 부모는 당연히 위에 서술한 저처럼 그럴만한 설명과 변명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변명이나 쓸데없는 설명이 필요없습니다. 오행심리를 공부하고 상담해온 저는 사람들에게 더 끌리는 성격과 기질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끄는 외모나 기질을 타고 난 아이들도 있습니다. 자식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을 객관적으로 보기는 참 어려운 일 입니다. 연예인들도 더 인기를 끄는 사람들이 있듯이 아이의 기질, 부모의 기질, 그리고 양육하는 환경에 따라 달라집니다. 더 마음에 오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그런 행동'을 하기 때문에, 더 '예쁘다'는 이유로 부모는 편견을 가지고 자식을 대해서는 안됩니다. 솔직히 깨물어서 더 아픈 손가락이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열 손가락중에 특히 더 예쁜 손가락이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내 몸의 일부이니 굳이 더 예쁜 손가락이 있다고 표현 하고 살지는 않거든요.
아이들은 형제보다 자신이 더 많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부모의 말과 눈짓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덜 사랑 받는다는 느낌을 받는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요?
저는 '시간의 마법'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짧은 시간에는 표시가 잘 안나지만 긴 시간에 걸쳐서 축적이 되면 복리이자보다 더한 현상이 심리적으로 쌓이고 긴 일생에 영향을 끼칩니다.
아이를 대할 때 눈빛과 목소리를 연습해야 합니다. 형제를 똑같이 대하도록 거울을 보고 연습을 해도 좋겠습니다.
아이를 부르는 목소리도 다릅니다. 평상시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녹음해서 들어보면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입니다.
'더 아픈 손가락'의 존재. 마음으로는 인정하셔도 됩니다. 자신의 마음상황을 알아야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절대로 눈길에서 온도차가 없도록 연습하셔야 합니다. 목소리에도 당연히 온도차가 느껴지지 않도록요.
저는 두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전화하는 목소리의 온도차가 같아지는 데 한달이 걸렸고, 마음의 온도가 완전히 같아지는 데 다시 4년은 걸린듯합니다. 원리를 알았다면 더 빨리 바꿀 수 있었겠지요.
부모와 상극인 아이는 없습니다. 세상에서 부모-자녀만큼 축복인 관계는 없습니다. 마음의 온도가 같아지고 난 다음에 제가 느끼는 감사의 마음입니다. 마음의 온도도 부모라는 개념만 잘 안다면 기질, 성격, 심리에 놀아나지 않을 것입니다. 온전하게 부모-자녀의 마음으로 돌아가보면 별 것 아니란 것을 잘 알게 됩니다.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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