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생은 명탐정] 새로운 친구가 왔어요 1-2
[전학생은 명탐정] 새로운 친구가 왔어요 1-2
  • 소설가 나혁진
  • 승인 2019.02.2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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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혁진 어린이 추리소설 '전학생은 명탐정' 4장

그 후로 열흘쯤 지난 월요일 아침이었다. 영지의 신문이 나오고 며칠 동안은 여전히 사자상 얘기로 학교가 떠들썩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입에서 사자상이 언급되는 숫자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드디어 하늘이 내 소원을 들어준 걸까?

그보다는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여름방학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어서라는 게 맞을 것 같다. 반 아이들은 거의 다 자기 집은 이번 방학 때 바다에 간다든지, 혹은 해외여행을 간다든지 자랑하느라 바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아직 어딜 가기로 정해진 곳은 없었지만 두 달 가까이 아이들을 보지 않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만족이었다.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정수연 선생님을 기다렸다. 8시 40분, 수업 준비 시간에 맞춰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런데 선생님 곁에 웬 낯선 꼬마애가 한 명 있었다.

“오늘 우리 반에 새로운 친구가 왔어요. 이름은 최다겸이고, 막 전학 와서 모든 게 낯설 테니까 다들 잘해줍시다. 모르는 거 있으면 잘 가르쳐주고.”

예상대로 전학생이었는데 방학을 딱 일주일 앞두고 전학을 온 게 특이했다. 기왕 이렇게 된 것 며칠 기다렸다가 2학기 때부터 학교에 나오는 게 훨씬 편하지 않을까?

“자, 다겸이가 자기 소개해봐.”

호기심이 생긴 나는 선생님이 비켜준 교탁 앞에 선 전학생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키가 워낙 작아서 내 어깨에도 닿지 않을 것 같은 꼬마였다. 다만 꼬마 뒤에 ‘신사’라는 단어를 붙여도 될 정도로 단정하게 차려 입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날씨가 꽤 더워졌는데도 불구하고 세로로 흰 줄무늬가 들어간 남색 양복 차림에, 윗옷 속에는 산뜻한 하늘색 셔츠, 게다가 파란색 나비넥타이까지 걸친 꼬마신사가 인사를 시작했다.

“안녕. 내 이름은 최다겸. 잘 부탁해.”

전학생 최다겸은 꾸미는 건 좋아해도 말은 별로 없는 성격인 것 같다. 선생님도 너무 짧은 인사에 당황했는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얘들아, 박수 안 치고 뭐하니?”

우리는 일제히 환영의 박수를 쳤다. 그러자 최다겸이 고개를 꾸벅 숙여 고맙다는 티를 냈다.

“다겸이는 여기 앞에 지수랑 같이 앉으면 되겠다.”

“전 박용재란 아이랑 같이 앉고 싶은데요.”

놀랍게도 최다겸이 선생님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불쑥 끼어들었다. 선생님은 전학생의 뜻밖의 요청에 방금보다 더 허둥거렸다.

“요, 용재랑? 용재는 우리 반에서 제일 뒤에 앉는데. 다겸이는 작아서 뒤에 앉으면 칠판이 안 보일 거야.”

선생님은 웃으면서 말렸지만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최다겸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러자 반 친구들도 참지 못하고 와하하 폭소를 터뜨려 전학생의 얼굴은 빨간 물감에 담가놓은 것처럼 더욱 시뻘게졌다. 나도 조용히 따라 웃다가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처음 학교에 온 전학생이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을까?

확실히 이상하다면 이상한 일이었지만 돌로 만든 사자가 움직이는 것만큼 이상한 일은 아니라서 곧 잊고 말았다. 그러나 나하고 달리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전학생이 오는 날이면 항상 그렇듯 수업 시간이 끝날 때마다 다겸의 자리로 몰려가서 이런저런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어느 동네에서 이사 왔는지, 형제는 있는지, 공부는 잘하는지, 좋아하는 만화나 게임은 어떤 건지 등 질문은 재잘재잘 끝이 없었다.

안타깝게도 자기소개에서 본 것처럼 다겸은 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무엇을 물어도 짧게 대답하거나 무시하기만 해서 아이들은 곧 다겸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 심지어 마지막 수업 전 쉬는 시간 때는 아예 아무도 다가가지 않았을 정도였다. 저렇게 말을 안 하면 답답하지 않을까. 신기해서 다겸의 자리를 한 번 쳐다봤다가 깜짝 놀랐다. 다겸이 의자에서 반쯤 몸을 돌린 채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전학 오자마자 생전 본 적도 없는 나랑 앉고 싶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지?

그때부터는 다겸이 몹시 신경 쓰였다.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건다거나 친하게 굴지도 않으면서 그저 바라만 보는 게 견딜 수 없을 만치 수상했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다가가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이유를 묻기는 싫었다. 며칠 안 남은 방학 때까지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저번처럼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문을 향해 뛰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정문 근처 수위실에 도착했다. 앗, 저번에는 이 앞에서 영지에게 붙잡혔지. 하지만 오늘은 눈엣가시 같은 영지도 보이지 않아 안심하고 정문을 나서니 그제야 좀 살 것 같았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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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완전히 빠져나왔지만 곧장 집에 가긴 일렀다. 아직 한 가지 일이 남아 있었다. 그건 바로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오징어튀김을 사 먹는 일이다. 나는 발걸음도 경쾌하게 학교 앞 분식 포장마차로 향했다.

매일 수업이 끝나면 들르는 이 포장마차는 학교 주변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조금만 늦어도 한참 줄을 서야 해서 서둘러야 하는데, 보통은 내가 항상 1등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아이고! 벌써 다섯 명이나 줄을 섰구나.

어쩔 수 없이 줄의 맨 뒤에 가서 섰다. 그래도 다섯 명이면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빠른 속도로 앞 사람들이 오징어튀김을 받아갔고, 곧 내 차례였다. 매일 만나는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고 천 원을 건넸다. 넉넉한 몸집의 포장마차 아주머니는 빠른 손놀림으로 미리 튀김옷을 입혀놓은 오징어 다리 열 개를 끓는 기름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 크지 않고 자잘한 오징어 다리라서 금세 튀겨졌다. 아주머니는 손잡이가 달린 요리용 망으로 오징어 다리들을 건져낸 다음, 바로 옆에서 떡볶이가 끓고 있는 넓은 판 모양의 조리대에 그것들을 집어넣었다.

이것이 바로 이 포장마차 비법의 한 수이다. 튀김을 떡볶이의 매콤한 국물에 푹 적셔 맛을 더하는 것이다. 나는 군침을 흘리며 아주머니가 커다란 국자로 떡볶이 국물이 묻은 오징어튀김을 꺼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주머니는 빈 종이컵에 오징어튀김들을 꽉꽉 눌러 담고는 내게 건넸다. 나는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드리고 한 옆으로 물러나 이쑤시개로 튀김 하나를 꾹 찔러 입으로 가져갔다.

아, 그 맛이란! 매일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꿀맛이다. 솔직히 이것 때문에 학교에 온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빨리 줄어드는 오징어튀김을 아까워하며 조금씩 아껴 먹고 있는데, 곁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맛있어?”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정신없이 입안에 튀김을 쑤셔 넣으며 대답했다.

“그럼, 얼마나 맛있는데!”

문득 내가 누구와 대화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져서 말을 건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전학생 다겸이였다!

*소설가 나혁진은 현재 영화화 진행 중인 「브라더」(북퀘스트, 2013년)를 비롯해 모두 네 편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조카가 태어난 걸 계기로 아동소설에도 관심이 생겨 '전학생은 명탐정'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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