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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식품 알레르기, 유난스럽게 굴지 말라고요?

[어영부영 육아인류학] 식품 알레르기를 대하는 미국인들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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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한국의 한 학교에서 급식을 먹다가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의식불명에 빠져 끝내 사망한 학생의 사건을 기사로 접한 적이 있다. 해당 학생은 우유 알레르기가 심했다. 학생의 부모는 아이가 우유를 접하지 않게 해달라고 학교에 부탁했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날 학교 급식으로 나온 카레에 30%가 넘는 우유가 함유돼 있었던 까닭에 그런 비극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그 기사를 읽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큰아이 킨더가튼에서(미국의 킨더가튼은 보통 초등학교 안에 있다) 봤던 '견과류 금지 교실(nut free classroom)'이 떠올랐다.

미국에서 제일 흔한 식품 알레르기 중 하나가 견과류 알레르기다. 견과류 알레르기는 그 반응 강도가 심각한 경우가 많다. 심지어 땅콩 등 견과류를 만진 손으로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는 아동을 만지기만 해도 위험한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때문에 견과류 알레르기가 심한 학생들은 철저하게 관리가 이뤄지는 견과류 금지 교실에서 생활하고 공부한다. 

미국에서는 교육기관에 아이를 보내면 아이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요청받는다. 그 중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이 아이의 건강 문제와 더불어 아이의 식품 알레르기 여부다. 선택적으로 먹는 급식에 어떤 음식이 들어가는지 한 달 전쯤에 식단표가 나오고,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아동을 배려해서 글루텐 프리(gluten free) 메뉴가 항상 따로 준비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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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알레르기에 대한 인식이 훨씬 더 보편적이다.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우리 아이들 또래 아이를 둔 미국인 가족의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간단한 저녁 식사를 함께하자고 초대하면서 호스트는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 종류를 물은 뒤, 피해야 할 음식(종교적인 이유나 기타 신념 때문에 먹지 않는 음식이 있는지, 알레르기가 있는 음식이 있는지를 모두 포함한 것이다)이 있는지도 물었다.

심지어 집에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데 혹시 고양이털 알레르기가 있는지도 물었다. 당시만 해도 초대해준 가족이 지나치게 배려심이 넘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런 질문들이 미국에선 보편적인 편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물론 미국에서도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그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희화화하는 영화나 TV 쇼 에피소드가 존재하고, 특정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운동 못하고 연약한 모습으로 그리는 등 편견 섞인 이미지로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미국에서는 그런 편견들이 안전함에 대한 안일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특히 식품 알레르기에 있어서는 끊임없이 조심한다. 심지어 마트에서 진행하는 시식 이벤트에서조차 시식 담당 직원이 아이의 부모에게 아이가 해당 식품 알레르기가 없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나서야 아이에게 시식 식품을 나누어준다. 아이가 시식하러 다가온다고 덜컥 음식을 주거나 집어먹게 하는 법이 없고, 아이들을 제재한다고 해서 얼굴을 붉히는 부모도 없다.

큰아이 생일에 반 아이들과 나눠먹을 컵케이크를 주문한 베이커리 홈페이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각종 재료에 관한 모든 요청을 꼼꼼하게 받아준다. ⓒ이은
큰아이 생일에 반 아이들과 나눠 먹을 컵케이크를 주문한 베이커리 홈페이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각종 재료에 관한 모든 요청을 꼼꼼하게 받아준다. ⓒ이은

아이의 생일에 같은 반 아이들과 컵케이크 등을 나눠 먹으면서 함께 축하하는 시간을 가질 때도, 반드시 알레르기가 있는 식품을 미리 공지하고 해당 식품은 피해서 가지고 오도록 한다.

올해 큰아이 생일에는 같은 반에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가 있어서 (이 친구는 피부 접촉 등에서 오는 알레르기 반응은 없지만 땅콩을 아주 조금이라도 먹게 되면 심한 복통 반응이 온다고 했다) 땅콩을 취급한 적이 없는 전문 베이커리에서 컵케이크를 따로 주문해서 가져갔다.

단순히 땅콩 성분이 안 들어간 컵케이크가 아니라 아예 땅콩을 취급한 적 없는 조리시설에서, 철저하게 땅콩과 접촉한 적이 없는 컵케이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문득 한국에서 아이가 잠시 문화센터를 다닐 때 겪은 일이 생각났다.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같은 반 아이에게 빵을 권하다가 거절(?)당한 한 엄마가 수업이 끝나고 화장실에서 자신의 지인들과 나누던 대화를 본의 아니게 들었다.

좋은 뜻에서, 그리고 같이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한 말이었을 테지만 “아이가 까다로워서 엄마가 참 힘들겠다. 마음대로 간식도 못 먹고 외식도 못 하겠어.”라는 그녀의 걱정 아닌 걱정에 나는 마음 깊이 '맙소사'를 외쳤더랬다.

알레르기 반응을 '까다로운'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 아이들의 안전은 당연하게 보장돼야 할 것이 아니라 운이 좋으면 배려될 수도,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돼버린다. 

혹자는 이 모든 차이가 미국에 알레르기 환자 수가 월등히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고, 항공사 서비스 등을 예시로 들며 미국 역시 알레르기 환자에 대한 인식이 완벽하지 않다고 지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지적 중에는 맞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떤 식으로든 '다르다'는 지점이 유난스럽다고 표현된다는 것, 특정 식품이나 기타 요소들에 위험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라는 용어조차 사실 문제가 있으나)가 절대적인 것이 아닌 선택적인 것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 한국 사회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특히 우리 아이들,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의 아이들 중 어느 누군가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라면 애초에 유난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백번 양보해서 설사 유난스럽더라도 그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다같이 신경쓰고 노력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큰아이를 키웠고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으로 이미 성장해 가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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