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빠를 찾는 시간, 다시 오지 않습니다
아이가 아빠를 찾는 시간, 다시 오지 않습니다
  • 칼럼니스트 노승후
  • 승인 2019.05.02 13: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부아빠의 독립육아] 아빠 육아, 어렵지 않아요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지난주, 한 어린이집에서 아빠 육아 강의를 했다. 아빠 육아 강의를 하면 원래는 아빠들이 오셔야 하는데 오히려 엄마들이 더 많이 오신다. 그래서 강의를 들으신 엄마들에게 꼭 아빠들에게 잘 전달해달라고 부탁을 하곤 했다.

아빠들이 평일에 강의를 듣기도 어렵고, 여전히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번에도 대부분 엄마들이 자리를 채우시겠지'라고 생각하며 강의장을 찾았다. 시작 전부터 아빠들이 한 분 두 분 오시더니 오히려 아빠들만 계속 강의실로 들어오셨다. 부부가 함께 오신 경우도 있었지만, 결국 대부분의 자리가 아빠들로 가득 찼다. 아빠들로만 제한한 강의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회사에서 퇴근하고 바로 오시느라 회사 근무복을 입으신 분들도 많이 계셨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나는 강의 시작과 동시에 질문을 던졌다.

"혹시 자발적으로 아빠 육아 강의를 신청하신 분?"

일고여덟 분이 쭈뼛쭈뼛 손을 드셨다. 깜짝 놀랐다. 보통의 경우, 아빠들이 강의에 오셔도 본인의 의지보다는 엄마들이 신청하셔서 억지로 나오신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직접 신청하신 분들은 어떤 점에서 신청하셨는지 궁금했다. 손 드신 분들 중 한 분에게 직접 질문을 드렸다. 그분은 집에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 좀 더 친근하게 지내기 위한 '팁'을 얻기 위해서라고 말씀하셨다. 무척이나 진지한 눈빛이었다. 다른 분들도 그냥 시간 때우려고 오신 게 느낌이 아니었다. 정말로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직접 찾아오신 분들이 자리를 채웠다.

이번 강의를 통해서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아빠 육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주변에서 그러니까, 하는 척하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분들이 훨씬 많아졌다. 아빠들도  더 이상 육아는 엄마들의 몫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스스로 노력하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강의 중 이런 질문을 받았다.

"아이가 놀아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놀아주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는 이렇게 대답을 해드렸다.

"아빠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아이와의 놀이입니다. 하지만 놀이에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닙니다. 부모라는 생각, 아빠라는 생각을 버리고 아이의 친구가 된다는 생각으로 함께 즐기고 노시면 됩니다. 아이가 원하는 건 비싼 장난감이나 교구가 아닙니다. 그냥 친구처럼 대화하고 장난치는 아빠가 필요할 뿐입니다. 아버지라는 구시대적인 무거운 짐은 벗어버리세요. 요즘은 친구 같은 아빠가 대세입니다."

끝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한 가지 더 기억하셔야 할 게 있습니다. 바로 아이가 아빠에게 놀아달라고 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아이가 아빠라는 단어를 부르는 두세 살부터 시작하면 요즘에는 초등학생만 돼도 아이들은 부모보다는 친구를 더 찾습니다. 그때부터는 아빠에게 놀아달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지금 조금 귀찮고 힘들더라고 아이가 놀아달라고 하면 열 일 제쳐두고 놀아주세요. 모든 일에는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 "아빠, 아빠" 부르며 졸졸 따라다니던 아이들이 어느새 친구들과 스스로 약속을 잡고 끼리끼리 어울린다. 우리 아이들도 이제는 주말에 부모와 나들이 가는 것보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걸 더 원한다. 아쉽고 서운하긴 하지만 그 또한 성장의 과정이라고 애써 위로한다.

그리고 지난 시간이 떠오른다. '아, 그때 좀 더 아이들과 더 놀아줄걸.' '몸이 피곤했어도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더 만들어줄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심지어 아이들과 하루 종일 부대끼며 살아온 주부 아빠였음에도 말이다.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

"아이들이 아빠를 원할 때는 그 시간을 다음으로 미루지 마세요. 그다음은 곧 사라지니까요. 아이들이 아빠에게 가장 원하는 건 바로 시간입니다. 그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 명심해주세요."

*칼럼니스트 노승후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TX조선, 셀트리온 등에서 주식, 외환 등을 담당했으며 지금은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5년째 두 딸을 키우며 전업 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모두를 경험해 본 아빠로서 강연, 방송, 칼럼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가 있습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