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한층 더 자라게 하는 우리 둘째
세상 어느 누구와도 다른 내 아이들-②
[연재] 우리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우리 집에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주인공 꼬마, 제제같은 녀석이 하나 있다. 첫째 아이는 천사 아기, 셋째는 모범생 아기인데, 예민한 심술쟁이 아기로 태어난 우리 둘째 녀석. (그래도 네 돌까지 키운 지금은 심술쟁이 아기가 아닌, 씩씩한 아기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운동장이나 분수대에 가면 누구보다 신나게 뛰어놀 줄 아는 우리 둘째. 제제만큼이나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악동이다.
다섯 살. 형에게 절대 지지 않고, 아무도 못 당하는 고집쟁이. 엄마 아빠 형아한테 발길질을 뻥뻥 하고, 입으로 풉풉 총을 쏘고 다니며, 어떻게 하면 엄마를 약올릴 수 있을까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듯한 아이. 싸움 연습을 해야한다면서 (명분은 있다. 동생들을 지키기위해서란다) 형아를 쫓아다니며 괴롭혀서, 엄마와 단독회담을 좀 할라치면 엉엉 울면서 고백한다. “나쁜 태형이가 자꾸만 머릿속에서, 형아 귀찮게 하라고 해, 나쁜 태형이가 엄마 말 듣지 말래.”
이 아이를 보면 분명 성악설이 맞는 것도 같다. 파괴본능을 가지고 태어난 듯, 물건을 망가뜨리고 옷에 가위질을 하고, 종이만 보면 찢는다. 형은 절대 동생에게 그런 적이 없건만, 동생이 자기 물건에 손을 대면 바로 찰싹 무지막지하게 때려준다. 한시도 가만 있지 못하고 쉴새없이 움직이며, 집에서는 이쪽 베란다에서 저쪽 베란다까지 다다다다 뛰어다닌다. 자기 의견을 들어주지 않으면 발을 쿵쿵대고 소리소리 지르며 바로 화를 표현하는 아이. 비폭력 평화주의자인 엄마 아빠를, 체벌절대반대주의자인 엄마를, 체벌이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 아이. 이 아이가 두 돌이 되면서 엄마 아빠는 매를 준비해서 걸어놓았다. (그런데 이 아이는 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체벌반대주의자로 돌아서고 있는 중이다.)
이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는 참는 법을 많이 배웠다. 물론, 둘째 엉덩이를 때리기도 많이 했지만 말이다. 밤에 아이를 재우고 나서 천사같은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면, 둘째에 대한 내 행동을 반성하게 된다. 좀더 참을걸, 엉덩이 얼마나 아팠을까, 어른이 되어서 그 정도도 못 참고 아이에게 화를 내다니, 좀더 이성적으로 훈육했어야 하는데……. 『까다로운 내 아이 육아백과』 같은 류의 책과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ADHD) 관련 책을 열심히 빌려다 읽고 연구한다. (『자녀와 싸우지 마라』같은 제목의 책도 있다.)

둘째는 숙명적으로 첫째와 모든 것을 비교당할 수밖에 없다. 세상 누구와도 다른 아이들인데, 아이들끼리 비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만은, 어쩔 수가 없다. 나도 늘, 통계를 내서 발표를 해야하는 사람처럼 아이들을 비교해왔다. (아들들아, 미안하다.)
계획임신이었던 큰 아이와 달리 둘째는 얼결에 생긴 아이였고, 첫째 아이와 열심히 노느라 뱃속의 둘째는 별로 신경쓰지 못했다. 큰 아이와 함께 둘째 태명을 불러주며, 이번엔 건강하게 열 달 꽉 채우고 태어나기를 기도했을 뿐. 자연 진통에 자연 분만으로 태어나, 첫날부터 젖을 아주 잘 빨아준 고마운 둘째.
그런데 이 녀석, 갓난쟁이 때부터 얼마나 움직임이 활발한지, 게다가 예민하기까지……. 첫째 때처럼 외출하거나 밤에 잘 때 이외에는 천기저귀를 사용할 생각이었지만, 너무 많이 버둥대고 자주 싸서, 바로 종이기저귀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보통 아이들이 쓰는 종이기저귀에 발진이 나서 이것저것 써 보아야 했고, 배고픈 것을 조금도 참지 못해 빽빽 울어댔다. 젖을 먹을 때면 5분간 급하게 마셔대고는 사레 들기 일쑤, 또 토하기는 얼마나 자주 토하는지, 먹고 나서 분수처럼 토하곤 했다. 책에서도 친정엄마도 괜찮다고는 했지만 걱정이 되어서 병원에 갈 때마다 걱정스레 물어보곤 했다.
둘째는 정말 첫째와는 달라서, 나름 베테랑 엄마가 되었다고 자신하던 엄마는 다시 초보 엄마로 돌아가, 둘째 아이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할 때가 많았다. 정말 쉼없이 끙끙대고, 목이 쉬어라 울어대고, 요란스런 아기였다. 낮엔 많이 놀다가 어둑해지면 잘 자는 편이었지만, 두 예민한 녀석이 서로의 소리에 잠이 깨면 둘 다 엄마에게 매달렸다. 낮에 아무리 아빠랑 잘 놀아도, 잠 잘 때만은 엄마 껌딱지인 녀석들. 일 년 넘게 젖 먹이는 동안 내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한번씩 숨넘어가게 울 때면, 영아산통인가, 책을 들여다보며 고민했다. 정말 나도 같이 울고 싶게 만들던 아이는 성질도 급했다. 뒤집기를 100일 지나자마자 하고(첫째는 9개월) 이유식도 4개월 지나자마자 시작했고(첫째는 6개월), 걸음마는 10개월 되던 날 시작했다(첫째는 15개월).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어디든지 빨빨거리면서 다녔다. 14개월부터 대소변을 가리려고 시도하더니 두 돌이 되기 전에 기저귀를 떼고, 언어 발달 말곤 뭐든 형보다 빨랐다. 아주 눈치가 빠르고 잽싸서, 어디 간다 말하면 먼저 신발부터 신고 있고, 전화벨 울리면 전화기가 어디에 있든 찾아다주었다. 엄마가 뭐 찾는 눈치면, 아기기저귀며, 물티슈며, 잽싸게 갖다주고, 16인치 네발 자전거를 30개월부터 탔다. 어디든지 날다람쥐같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서 어른들을 기겁하게 했었다.

그래, 엄마도 고백하건데, 동생 보기 전까지는 그 악동같은 행동들에 더 너그러울 수 있었다. 아이가 셋이 되고 엄마 손이 모자라니 아이에게 더 야단을 많이 치게 된다. 게다가 형과 동생에게 엄마의 관심이 분산되는 것을 참지 못해 더 악동 짓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둘째야, 엄마 아빠가 더 신경 써 주지 못해서 미안할 때가 많아. 한 번씩 혼자만 데리고 나가 데이트를 할 때면, 둘째도 좀 점잖아지고, 엄마 마음도 더 너그러워지는데……. 아이를 하나씩 키웠다면 훨씬 더 잘 키우지 않았을까 하는 미안한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어쩌랴, 형아랑 동생들이 우리 둘째에게 가장 좋은 친구이자 선물일 거라 믿는 수밖에…….
제 이야기를 쓰는 줄 알았는지, 며칠 동안 둘째가 앓았다. 셋 중 가장 씩씩한 아이가, 어디 아파도 한 나절 이상 가지 않고 툭툭 털어버리는 아이가, 편도염으로 시작해 알레르기로 며칠을 고열에 가려움증에 시달렸다. 덕분에 오랜만에 아기 짓도 좀 하고, 동생을 밀어내고 엄마 품에서 잠들었다.
그래 요 녀석, 엄마에게 이런 아이도 있다는 걸 알려준 녀석. 엄마를 더 고민하게 만들고, 더 공부하게 만들고, 엄마의 인생을 더 활기차게 만드는 둘째가 있어서, 엄마는 참 좋단다. 더 말썽 부려도 좋다. 어디 다치지만 말고, 어디 아프지만 말고, 건강하게 자라주렴. 그리고, 너도 나중에 장가 가면, 꼭 너 닮은 아이 낳아 키워보려무나.
(『베이비위스퍼 (Secrets of the Baby Wisperer)』, 트레이시 호그 지음, 세종서적, 수월하게 먹고, 놀고, 잠자고, 깨어나서도 울지 않는 온화하고 순종적인 천사 아기, 예측이 가능한 모범생 아기, 극도로 민감하고 예측 가능한 일과를 좋아하는 예민한 아기,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서슴없이 그것을 표현하는 씩씩한 아기, 매일 못마땅하다는 듯 불평을 하는 심술쟁이 아기 등, 다섯 가지 유형의 기질을 제시한다. 아기가 어떤 기질인지 알면 좀더 잘 대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행복한 아기와 엄마를 만드는 E.A.S.Y. 일과표를 제시한다. 첫째 아이보다 둘째 아이 키울 때 도움을 많이 받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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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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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워2011.04.22 17:02
대단하세요
아이 하나 키우는것도 정말 힘드는데 셋이나...^^
정말 대단하세요.
사랑스
연*맘2011.02.19 17:58
멋져요.
이분 정말 멋지신것 같아요 ^^
아이의 웃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