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게'와 '히타'… 노르웨이 아빠들이 행복한 까닭
'휘게'와 '히타'… 노르웨이 아빠들이 행복한 까닭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9.07.1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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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필준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아이와 만화 보는 날이라서요」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쌍둥이 임신 소식을 알렸다.(노르웨이 상사·한국인 지인) 이때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노르웨이의 직장 상사들은 ‘인생의 기쁨이 두 배나 생기다니, 감사할 일이야’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지인들은 ‘애가 셋이라니! 이제 자기 생활은 없겠어’라며 걱정을 해주었다. 그때 나는 양국의 차이를 깨달았다.”(「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아이와 만화 보는 날이라서요」 7쪽)

10년 전 일본에 체류하다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외로워하는 아내를 위해 정시퇴근을 보장하는 노르웨이 금속회사로 이직한 뒤 노르웨이 아빠의 삶에 매료됐다는 저자 이필준. 저자는 직접 노르웨이의 가정생활을 체험하면서 배웠던 가족 중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경험담과 생각들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아이와 만화 보는 날이라서요」(반니, 2019년) 속에 녹여냈다.

책은 제목이 꽤나 길지만 이 말에 담긴 메시지는 단호했다. 가족의 행복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다는 것. 기자는 아직 결혼도, 아이도 없는 20대 청년이지만 가족에 대한 소중함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저자는 현재 세 아이의 아빠이면서 현재 엘켐코리아 최연소 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워킹 대디’다.

◇ 노르웨이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 ‘가족’ ‘휘게’ ‘히타’

노르웨이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는 바로, ‘가족’, ‘휘게’, '히타'이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노르웨이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는 바로, ‘가족’, ‘휘게’, '히타'이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1993년 노르웨이는 ‘아버지 할당제’를 도입했다. 아버지 할당제는 육아휴직 제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일정 기간은 반드시 아빠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노르웨이 아빠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의무적으로 15주의 유급 휴가를 받는다. 하지만 노르웨이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가족이다. 저자는 이 점에 주목했다.

“노르웨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동료 직원들은 크게 세 가지로 대답했다. 바로, ‘가족’, ‘휘게(Hygge)’, '히타(Hytta)'다.”(18쪽)

휘게란 편안함, 따뜻함, 아늑함, 안락함을 뜻하는 노르웨이어로, 가족과 지인들이 모여 식사나 게임을 하면서 친밀함을 다지는 시간을 말한다. 히타는 노르웨이만의 독특한 가족 문화를 말한다. 특히 노르웨이 사람들은 대부분 여름휴가를 한 달 이상 쓰는데, 이 시간을 온전히 가족과 함께 보낸다는 것.

행복·삶의 질과 관련된 세계 지표를 보면 노르웨이는 항상 최상위권 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7년 4월 발표한 ‘일·가정 양립(Work-Life Balance)’ 지수 보고서에서 노르웨이는 8.7점(10점 만점)으로 5위에 올랐다. 반면 우리나라는 5.0점으로 전체 OECD 36개 국가 중 뒤에서 3위였다.

또한, 올해 UN에서 발표한 ‘세계 행복지수(World Happinewss Report)’에서도 전체 156개국 중 노르웨이는 3위에 올랐다.  반면 한국은 54위였다.

가족에게 최고의 아빠가 되고 싶었던 저자는 그 모델을 노르웨이에서 찾았다고 말한다.

“두어 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던 계약 회의가 길어져 오후 5시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노르웨이 회사 측 임원에게 회의를 30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죠. 그러자 노르웨이 담당 임원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습니다. ‘매주 목요일은 아이와 포켓몬스터 보는 날입니다.’ 잠시 멍해졌습니다. 아이와의 약속 때문에 수백억 원대의 계약을 미룬다니요. 하지만 이제는 저도 5시가 되면 집으로 향하며 생각합니다. 수백억 원짜리 계약과 아이와의 약속은 동등하다는 걸 말이죠.”(23쪽)

수백억 원대 계약을 하는 등 중요한 업무를 하다가도 아이와의 약속 시간이 되면 당연하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노르웨이의 아빠들은 가족과의 약속이 어떠한 업무보다도 우선적이란 것을 알았다.

◇ 노르웨이 양육과 한국 양육의 가장 큰 차이는 ‘끝’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아이와 만화 보는 날이라서요' 책 표지. 이중삼 기자 ⓒ베이비뉴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아이와 만화 보는 날이라서요' 책 표지. 이중삼 기자 ⓒ베이비뉴스

“노르웨이의 양육과 한국 양육의 가장 큰 차이는 ‘끝’에 있다. 한국 양육에는 끝이 없어 보인다. 반면 노르웨이의 양육에는 분명한 끝이 있다. 시간도, 방법도 명확하게 있다.”(108쪽)

저자는 자신이 만나본 노르웨이 가정은 구성원 모두가 평등했다고 말한다. 부모가 아이를 자신의 소유로 여기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 본다는 말이다.

“노르웨이는 아이에게 적절한 권한과 의미를 부여해 아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도록 했다. 그렇다고 부모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건 아니었다.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었다.”(7쪽)

저자는 첫 아이를 임신하고 아내와 함께 매일 저녁, 어떻게 양육할 것인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 결과 양육을 ‘평온함’, ‘즐거움’, ‘평등’, ‘기대’라는 단어로 규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양육은 아이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다(평온함) ▲양육과 가정은 부모로서 최우선순위다(즐거움) ▲아이는 우리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다(평등) ▲양육에는 분명한 졸업이 있다(기대) 등이다.

저자는 노르웨이 사람들은 자녀를 내가 넘치게 사랑해줘야 할 평등한 인격체 그 자체로 본다고 말했다. 우리는 어떨까. 우리나라 부모는 종종 내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 성적 문제 등으로 아이를 힘들게 한다. 나아가 성인이 되도 취업·결혼·임신 등 끊임없이 아이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한마디로 아이의 입장을 온전히 헤아리고 있지는 않다고 본다. 저자도 나도 같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나라는 양육의 종착역이 보이지 않는다. 청소년이 되어도 아침에 깨워주고 학원 일정을 모두 계획해주고 대학도, 직장도 정해준다. 심지어 배우자도 정해주고, 결혼하면 집도 사주고 아이도 봐주고 이혼하면 손자도 데려와서 키워준다”(114쪽)

저자는 노르웨이는 한국과 다르게 ‘덕후’(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노르웨이에서는 덕후를 적극 장려한다. 학교와 국가가 나서서 아이들 각자가 자유롭게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헤맬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는 자신의 책임하에 자기 주도적으로 흥미로운 일을 적극적으로 발견하고 도전해본다.”(55쪽)

오늘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한국의 아빠들. 2018년 2월 28일 주당 노동시간을 최장 52시간으로 규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노동시간에 관해 한국은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후진국’이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독일과 프랑스는 이미 주 35시간 노동을 시행하고 있다. 노르웨이도 주 40시간 이하 노동으로 규제했다.

우리나라가 당장 선진국처럼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미래 세대인 아이들의 성장에 있어서 어떤 게 좋고 나쁜지는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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