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양쪽의 요구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각자 동일한 요구를 가질 때는 주로 한쪽이 이기고 다른 한쪽은 패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각각 다른 요구일 때는 서로 주고받음으로써 상호 만족이 가능한데, 이것을 원원(win-win) 전략이라고 부른다.
흔히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라고도 하는데 이 말에는 ‘주는 것’을 뜻하는 ‘give’가 먼저 앞에 와 있다. 그 의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상대가 원하는 것을 먼저 주어야 원만한 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이 원칙을 육아 현장에 적용해보자. 연구에 따라 조금씩의 차이가 있지만, 만 3세 무렵이 되면 부모와 아이의 협상이 가능해진다. 이 시기의 아이는 소유욕이 생기면서 무엇이든 스스로 하고 싶어 하고 때론 자기 의지를 고집스럽게 주장한다. 이는 다른 이와 나를 구별하여 인식하고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가기 때문이다.
좋고 싫음을 분명히 하고, 자신이 스스로 무언가 하겠다는 욕구가 생기게 되는 것으로 아이가 점차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는 부모 말에 ‘싫어’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사실 아이는 발달 수준에 맞는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이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고집스럽고, 반항적이면서 말 안 듣는 아이’로 판단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결국 아이의 선택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아이가 무언가를 요구하면 ‘YES’보다는 ‘NO’를 더 많이 대답하게 된다. 정작 머릿속에는 아이로부터 긍정의 대답을 기대하면서 부모 자신은 부정의 대답을 더 자주 하게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는 ‘기브 앤 테이크’ 협상 방식에 어긋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보자. 집에서는 얌전하던 아이가 외출만 하게 되면 떼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밖에서는 엄마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아이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 재빨리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게 된다. 하지만 무조건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도 안된다고 하는 것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의 요구에 말을 바꾸고 번복하는 등 시시각각 태도가 변하는 비일관적은 태도도 아이의 고집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아이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에도 공공장소만 가면 떼쓰는 아이로 돌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가 직접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만약 아이가 서점에서 ‘엄마, 나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라고 했을 때 처음부터 ‘NO’라고 하지 않는다. 물론 처음에는 안 된다고 해도 나중에는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NO’라고 하면 아이는 처음에 거부당한 기억이 강하게 남아 부모에게 늘 거부당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대화는 ‘YES’로 시작한다. ‘그래! 좋아! 오늘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엄마도 아이스크림 먹고 싶은데? 그런데 지금 서점에 들어와서 책을 봐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라고 하며 아이에게 스스로 판단해보라고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은 자신의 환경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다. 아이는 자신의 상황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따라서 독립성을 존중받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 아이는 나름대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이렇게 답한다. ‘그럼 엄마는 책 보고 있고 나는 아이스크림 먹고 올래’ 이 말에 엄마는 ‘엄마 없이 그럼 혼자서 갔다 올 수 있겠어?’라고 답하지만 ‘엄마는 내가 아이스크림 먹을 때 옆에 있으면 되잖아’라며 쉽게 승복하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에서 한번 ‘YES’라고 대답해본다. 이번에 엄마가 양보하면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땐 아이는 엄마의 요구를 들어주게 될 것이다.
아이가 요구하는 것에 ‘YES’로 응답하는 시범을 많이 보여주지 않으면 결국 긍정의 대답을 가르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지금처럼 엄마의 ‘YES’가 아이의 ‘YES’를 이끌어낸다면 서로 간의 상호 작용 방식을 배우게 되고, 부모는 아이와 원활한 협상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KBS, MBC 등 방송국에서 10여 년 동안 MC 및 리포터로 활동하다 현재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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