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없는 엄마의 잔소리… '알사탕'이 필요해
쉼표 없는 엄마의 잔소리… '알사탕'이 필요해
  • 칼럼니스트 한희숙
  • 승인 2019.07.26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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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장, 육아일기 한 줄] 속마음은 늘 그렇듯 "너를 사랑해"

아이와 그림책을 읽다 보면 아이와 어른이 보는 관점의 차이를 느낀다. 덕분에 그림책 읽기는 내 아이를 이해하는 또 다른 길이 되기도 한다.

그림책 「알사탕」(백희나, 책읽는곰, 2017년)을 보며 오늘도 내 아이에 대해 새롭게 이해해본다. 아이는 이 책을 참 좋아하고 나도 그렇다. 우리가 좋아하는 장면은 서로 다르다. 아이는 주인공 아이가 알사탕을 먹은 뒤 일어나는 신비로운 변화에 집중한다. 반면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내 마음속에 들어온 장면은 주인공 아빠가 아이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부분이다.

"숙제했냐? 장난감치워라.이게치운거냐? 빨리정리하고숙제해라. 구슬이산책시켰냐? 똥은잘치웠냐? 산책갈때비닐봉지챙겨서나갔냐? 손은닦았냐?"

띄어쓰기 없이 화면 가득 들어찬 아빠의 잔소리를 보자니 나도 숨이 콱 막힌다. 하물며 아이들은 어떨까. 그런데 부인할 수 없는 나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숨쉴 틈 없이 이어지는 아빠의 잔소리를 소리내어 읽어보니 입에 착 달라붙는 게 아닌가. 이번에도 그림책 속에서 나와 내 아이의 모습을 발견한다.

오늘 아침만 해도 아이 유치원 갈 준비를 시키면서 아이에게 잔소리를 속사포같이 쏟아냈다. 사실 아이에게 그토록 신경질적인 줄 몰랐는데 이 또한 아이가 일깨워줬다.

"엄마는 왜 이렇게 신경질을 내?"

바쁜 아침, 아이를 서둘러 준비시켜야 하는데 아이는 한없이 느긋하니 잔소리를 늘어놓고 다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건 엄마 사정일 뿐.

그림책 [알사탕] 속 한 장면
그림책 「알사탕」 속 한 장면. ⓒ책읽는곰

하루는 등원 시간을 넘겨 출발하게 되어 안절부절 어떡해, 어떡해, 혼잣말을 했더니 "뭘 어떻게 해? 빨리 가면 되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편으로는 명쾌한 정답이지만 아이는 그만큼 지각에 대한 부담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아침마다 반복되는 엄마의 재촉을 이해할 리 없다.

물론 나도 아이에게 매사 관대하고 다정하며 여유 넘치는 엄마의 모습을 꿈꾼다. 그런 나를 잔소리꾼으로 몰고 가는 건 '너'라고 아이에게 슬쩍 책임을 돌려놔본다. 문득 타야 할 기차를 떠나보내고 엄마와 아이가 무지개를 바라보는 그림책 「엄마, 잠깐만」(앙트아네트 포티스, 한솔수북, 2015년)이 떠오른다. 이 책을 보며 나는 그러지 말자고 다짐했고 나는 다르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생기는 변수는 너무 많다. 아이 등원 준비가 늦어지면 어김없이 신경질이 나고 아이가 밥을 안 먹어도 한글 공부에 열심을 안 내도 혼자 놀이를 안 하고 나를 귀찮게 해도 몇 번 타이르다 결국 화로 이어진다.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하고 잔소리를 쏟아내다 결국 꽥 소리치는 순간은 또 얼마나 많은가.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라며 엄마가 시킨 일에 토를 다는 건 예삿일인 일곱 살 아이를 상대하기가 갈수록 쉽지 않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엄마의 잔소리는 더 잦아지고 강해질 것이며 서로 신경전도 심해질 테니까. 그래도 분명한 사실은 아무리 잔소리를 늘어놓고 때때로 화를 못 참고 신경질을 부리는 엄마일지라도 엄마는 아이를 지극히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림책 「알사탕」에서 아이는 마법 알사탕을 먹고 난 뒤 비로소 아빠의 진심을 알게 된다. 아빠의 잔소리가 끝없이 이어지는 "사랑해 사랑해"로 바뀌는 장면에서 그만 울컥했다. 아이에게 있는대로 잔소리를 늘어놓은 뒤, 엄마는 왜 이렇게 신경질을 내냐고 아이에게 지적당한 뒤 미안했던 마음이 위로받는 기분이다.

엄마가 언제나 널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이가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그런 알사탕, 아이에게 쥐어줘야겠다.

​*칼럼니스트 한희숙은 좋은 그림책을 아이가 알아봐 주지 못할 때 발을 동동 구르는 아기엄마이다. 수년간 편집자로 남의 글만 만지다가 운 좋게 자기 글을 쓰게 된 아기엄마이기도 하다. 되짚어 육아일기 쓰기 딱 좋은 나이, 일곱 살 장난꾸러기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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