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생은 명탐정] 부엉이 아저씨를 물리쳐라! 1-1
[전학생은 명탐정] 부엉이 아저씨를 물리쳐라! 1-1
  • 소설가 나혁진
  • 승인 2019.08.07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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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혁진 어린이 추리소설 '전학생은 명탐정' 9장

편지를 다 읽은 우리는 몹시 놀라 서로를 쳐다봤다. 특히 다겸은 어찌나 흥분했는지 어깨가 들썩들썩했다.

“마침내 모든 비밀이 풀렸어!”

다겸이 하도 크게 외쳐서 귀청이 따가울 지경이었다. 다겸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부엉이 아저씨는 사업이 망하고 올해 초에 이곳으로 이사를 왔어. 안타깝게도 얼마 후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다가 이 편지를 본 거야. 아저씨도 우학초등학교 출신이니까 사자상에 대해서는 잘 알았겠지. 근데 초등학생도 아니고, 아무 상관도 없는 아저씨가 학교를 어슬렁대면 좀 이상하잖아.

부엉이 아저씨는 밤에 일할 때마다 몰래 사자상으로 가서 보물을 찾았어. ⓒ베이비뉴스
부엉이 아저씨는 밤에 일할 때마다 몰래 사자상으로 가서 보물을 찾았어. ⓒ베이비뉴스

운 좋게도 때마침 학교에 수위 일자리가 하나 생겼고, 아저씨는 재빨리 학교에 찾아가서 수위가 된 거야. 수위로 일하면 마음껏 학교를 돌아다녀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으니까. 낮에는 사람들 시선 때문에 우학산 계단의 비밀 통로에 갈 수 없었지만, 밤에는 아저씨 혼자만 있으니까 아무 상관이 없지.

부엉이 아저씨는 밤에 일할 때마다 몰래 사자상으로 가서 보물을 찾았어. 여기서 우리의 용재가 운 나쁘게도 아저씨랑 딱 마주친 거야. 용재는 그날 밤, 사자상 입에 대추를 놓으러 갔다가 사자상이 빙그르르 도는 광경을 봤어.

내 생각에 용재가 도착한 시간에 아저씨는 비밀 통로 안에 들어가 있었던 것 같아. 그 안에서 보물을 찾다가 엄청 큰 천둥소리랑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리니까 무슨 일인가 싶어 바깥으로 나오려 했던 게 아닐까?

만약 용재가 사자상이 움직이는 모습에 기절하지 않았다면 몇 초 후에 계단이 위로 들리고 아저씨가 그 속에서 나오는 모습을 목격했겠지. 하지만 겁 많은 용재가 정신을 잃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 보고 말았어. 밖으로 나온 부엉이 아저씨는 사자상 앞에서 웬 아이가 비를 맞고 쓰러져 있는 걸 보고 바로 병원으로 데려간 거야.

이게 그날 밤 일어났던 일의 진상이라고 나는 확신해. 너희들 생각은 어때?”

자기가 다 얘기해놓고 우리 생각은 뭐하러 물어본담. 영지와 나는 네 말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커다랗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는 아직도 보물을 못 찾았을까? 1학기 초부터 오늘까지 시간이 그렇게 많았으니 벌써 찾았겠지?”

내 말에 다겸은 금세 어두워진 얼굴로 물었다.

“용재네 집 제삿날이 언제였지?”

“6월 24일.”

“그날도 부엉이 아저씨는 비밀 통로 안에 있었으니까 그때까지는 못 찾았던 게 분명해. 그런데 오늘은 7월 18일이니 벌써 한 달 가까이 지났지. 그럼 그 틈에 찾았을 수도…….”

“잠깐!”

갑자기 영지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우리는 펄쩍 뛸 듯이 놀랐다.

“할머니 편지 맨 아래에 뭐라고 더 적혀 있어!”

편지 내용이 너무 흥미진진해서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에 붉은 볼펜으로 몇 글자가 더 적혀 있었다. 할머니의 글씨체와는 확실하게 다른 글씨체였다.

‘산고래? 산고래가 뭘까? 세 자리 자물쇠 번호를 도저히 모르겠다. 다음 주면 여름방학인데…….’

이번에는 영지가 아니라 다겸이 야호, 하고 소리를 꽥 질렀다.

“부엉이 아저씨는 아직 산고래의 비밀을 풀지 못했어! 몇 달이나 고생했는데도 답이 안 나오니까 답답해서 적었나 봐.”

기뻐서 어쩔 줄 모르던 다겸은 내 굳은 얼굴을 보고 당황했다.

“용재는 기쁘지 않니? 아직 우리한테도 보물을 찾을 기회가 남아 있는 건데?”

“그건 그렇지만 보물은 우리 것도 아니잖아. 그냥 아저씨가 찾도록 놔두는 게 좋지 않을까?”

“아저씨 것도 아니지. 그건 일본 군대가 놓고 간 거라 주인이 따로 없어. 찾는 사람이 임자라고 할 수 있지. 네가 정 그러면 우리가 찾은 다음에 아저씨한테 좀 나눠줘도 되고.”

다겸의 말에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아, 나란 놈은 귀가 참 얇기도 하지.

“그럼 보물을 찾으면 나한테도 줄 거야?”

“물론이지. 먼저 우리 셋이서 주머니가 터지도록 보물을 갖고, 남으면 부엉이 아저씨도 드리도록 하자. 그 보물이면 용재, 네가 좋아하는 타이탄X를 백 개도 살 수 있을걸.”

그 순간, 나는 다겸의 말에 따르기로 결심했다. 하나도 간신히 얻어낸 타이탄X를 백 개나 가질 수 있다니!

“너희들, 김칫국을 너무 빨리 마시는 거 아니니? 오늘 밤도 부엉이 아저씨가 보물을 찾을 텐데, 꼬맹이 셋이 가봐야 순순히 끼워줄까? 아저씨한테 보기 좋게 쫓겨날걸.”

다겸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훗, 하고 웃었다.

“과연 그럴까. 쫓겨나는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아저씨야.”

나와 영지는 다겸의 근거 없는 자신감을 이해하지 못해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렸다.

“무조건 나만 믿어. 자, 내가 지금부터 작전을 들려줄게.”

우리는 다겸의 작전을 귀를 쫑긋 세워가며 들었다.

*소설가 나혁진은 현재 영화화 진행 중인 「브라더」(북퀘스트, 2013년)를 비롯해 모두 네 편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조카가 태어난 걸 계기로 아동소설에도 관심이 생겨 '전학생은 명탐정'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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