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육아, 행복한 노년은 사치가 된 사회
부모가 직접 아이 키울 수 없게 만드는 정책 때문
[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산하는 우리 부부 대신 잠시 맡아서 봐줄만한 사람이 없다. 사람들은 남자인 내가 아이를 맡는다고 하니 “아이 맡아줄 사람이 없어?”, “엄마는 뭐해?”, “아기 할머니한테 맡겨?” 이런 반응이다. 장모님은 일을 하고 계셔서 시간적으로 아이를 맡기는 어렵다. 그리고 나의 어머니는 시골에 계시니 물리적으로 어렵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우리 부부는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우리가 낳은 아이는, 우리가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변 어른들에게 부탁드리지도 않았다.
그래도 우리 부부의 힘만으로 아이를 키우기는 어렵다. 우리가 사는 동네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집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거나, 아이를 키우면서 궁금한 게 있어도 조언을 구할 수 없다. 그래서 아내는 우리 옆집 할머니와 친해지기로 했다.
옆집 할머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시도 쉬지 않으신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자식들, 손주들까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챙겨줘야 하는 것이다. 할머니의 자제분은 2남 1녀인데 손주 3명까지 합쳐 6명의 식사를 매일 챙겨야 하는 것이다. 큰 손주가 중학교 2학년, 막내 손주가 초등학교 4학년. 이 손수들이 클 때까지 할머니는 시지푸스의 노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얼마 전 큰 며느리가 늦둥이를 낳았다. 그래서 할머니의 집안일은 앞으로 20여년을 연장됐다.
산하를 안고 동네 산책을 자주 한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유모차에 태우고 아이를 데리고 나온 이들이 왜 이리 많은지? 그 아이들의 부모는 무엇을 하는 것인지? 모두 직장에 다닐 것이다. 맞벌이를 해야만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지런히 돈을 벌어서 아이 보육비, 집안 살림, 부모님 용돈 등을 챙겨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아이를 보는 어르신들의 표정은 옆집 할머니와 같이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어르신들은 ‘키울 사람이 없어서 내가 키워야지. 할 일도 없는데…’라고 하시면서 땀을 훔치며 아이를 안고 이리저리 다니신다.
옆집 할머니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무언가 잘못돼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아이는 부모가 키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우리 어머니 세대는 사는 것은 어려웠어도 자식들을 다른 이들에게 맡기지 않고 당신들 손으로 직접 키웠다. 그런데 지금은 그마저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개인의 노력과 희생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부모가 자기 자식을 직접 키우지 못하는 세상. 무언가 단단히 잘못돼 있다.
그리고 어르신들에 대한 사회적 태도에 문제가 있다. 노인은 잉여인간이 아니다. 그냥 남아서 여기저기 쓰는 소모품이 아니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아야 하고, 편안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러나 손주들을 보느라 어르신들은 자신의 노년을 자신의 것으로 보내지 못한다. 우리 사회의 노인에 대한 복지 정책이 잘못돼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아이를 낳으라고만 하는 정부.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함을 누구나 알고 있다. 아이를 낳으면 뭐하나? 키우기는 너무나 어려운데. 나처럼 약간의 경제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육아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행운이다. 그리고 육아를 도와줄 어르신이 있는 사람들도 그나마 행운이다. 이마저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훨씬 많다. 정작 이들이 부모로서 즐거움을 마음껏 즐기고, 그 아이들에게 부모의 사랑을 흠뻑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육아 정책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옆집 할머니의 굵은 손마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베이비뉴스 · pr@ibabynews.com저작권자 © 베이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베이비뉴스 기사후원 ARS 1533-5155후원 안내
























댓글 1
댓글을 쓰면 댓글 운영정책과 이용약관에 동의한 것으로 봅니다. 신고된 댓글은 24시간 안에 검토합니다 · 문의 pr@ibabynews.com
엔*맘2012.09.15 02:18
황혼육아
정말 공감하는 글입니다.
부모가 아이를 키울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