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경험'이라는 선물을 주세요
아이에게 '경험'이라는 선물을 주세요
  • 칼럼니스트 정보람
  • 승인 2010.12.23 14:26
  •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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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에 경험이라는 재산 물려주기

[연재] 어린이집 교사가 부모님들에게 보내는 편지

 

아이들은 저마다의 생각주머니를 가지고 있다. 아이들을 행동하게 하는 힘, 무언가를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오게 된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생각주머니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일까?

 

사람들의 하루는 모두 경험으로 이루어진다. 새로운 경험을 하거나 또는 이전에 했던 것을 재 경험하거나……. 다양한 경험들이 모여 오늘을 만들 듯 우리 아이들의 생각주머니는 경험으로 만들어진다.

 

아이들은 직접 경험한 것에 대해 절대적이다

 

동물원 견학이 있던 주에 아이들과 나는 동물원에 가면 어떤 동물을 보게 될지 어떤 동물이 보고 싶은지 이야기 나누어보았다. 아이들은 악어와 원숭이에 가장 관심이 많았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견학 당일 우리는 기대하던 악어를 제일 먼저 보러갔다. 그런데 악어들이 모두 잠을 자는지 우리 저만치서 꼼짝을 않고 있었다. 아이들은 악어를 깨워보겠다며 ‘악어떼’ 노래를 연신 불러댔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한참 파충류들을 보고 있는데 사육사가 다가오더니 아이들 앞에 두툼한 무언가를 내밀었다. 아이들 다리보다도 두껍고 커다란 뱀이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인 나도 겁이 나 쉽게 다가갈 수 없었던 그 뱀을 승우가 만지기 시작하자 아이들은 하나 둘씩 뱀에 대한 경계심을 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뱀을 만지는 것뿐 아니라 뱀에게 대화를 시도하고 뱀을 목에 두르기까지하며 뱀에 대한 모든 호기심을 표출했다.

 

동물원을 다녀와서 아이들이 가장 재밌었다고 말하는 것은 단연 뱀이었다. 아이들에게 뱀은 더 이상 무서운 동물이 아니었다. ‘뱀은 왜 다리가 없어요?’에서부터 ‘뱀은 뭘 먹어요?’까지 견학 이전까지 관심도 없던 뱀이었지만 점차 뱀에 대한 질문들은 넘쳐났고, 심지어 뱀과 함께 사진을 찍지 못했던 아이들은 교실에 있는 장난감 뱀을 목에 두르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직접 경험한 것에 대해 아이들은 더 관심과 흥미를 보인다. 반대로 관심과 흥미를 보이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 한다. 여느 때보다 더 큰 호기심과 집중력을 보일 때의 아이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 또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외의 것들을 발견해낸다.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 서울대공원 파충류관에서 뱀을 보며 신기해하고 있는 아이. desk@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 서울대공원 파충류관에서 뱀을 보며 신기해하고 있는 아이. desk@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 스스럼없이 뱀을 직접 손으로 만지고 있는 아이. desk@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 스스럼없이 뱀을 직접 손으로 만지고 있는 아이. desk@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경험이 다르면 행동하는 힘이 다르다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겨울’이라는 말을 듣고 떠올리는 것을 이야기하게 해보면 ‘눈’이라는 단어가 어렵지 않게 나온다. 하지만 추운 계절이 없는 베트남의 아이들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열매몬순기후인 베트남 아이들에게 겨울이란 계절, 눈이 쌓인다는 것, 눈을 밟을 때 나는 ‘뽀드득’ 소리를 설명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아이는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힘이 다르다.

 

요즘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의 홍수 속에 있다. 박물관, 체험전, 도서관등은 아이에게 직접적이나 간접적으로 경험시켜주고자 하는 부모들로 이미 북적거린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힘을 길러주는 경험이란 꼭 어딘가를 가지 않아도 일상생활 속에서 겪을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 예를 들면 성공하기, 실패하기, 부탁하기, 거절하기, 자제하기, 함께하기, 나눠 사용하기, 공감하기 같은 것들.

 

부모들은 아이가 어떤 일에 대해 실패하거나 거절당하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될까봐 안절부절못하고 부모의 힘을 써서라도 그 같은 경험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실패나 거절당하는 것은 부정적인 경험이 아니다. 부모들이 실패나 거절당하는 것에 대해 이미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지는 것이란 걸 알아야한다.

 

‘실패해도 괜찮아. 다시 한 번 해볼까?’, ‘거절당할 수도 있구나’라는 경험을 하게 되면 아이는 위기 상황에 위축되거나 당황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통해 세상을 경험하게 되는 요즘 아이들. 심지어 인간관계까지도 TV를 통해 경험하고, 미디어와는 일방적인 상호작용을 한다.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그와 같은 경험에 아이를 방치해놓고 결국에 아이와 소통을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는 건 정작 부모 자신.

 

경험의 굶주림을 겪는 아이들은 작은 생각주머니로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적다고 꼭 가고 싶었던 체험전 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아쉬워하지 말자. 굳이 교외에 비싼 돈을 주고 가서 하는 체험이 아니라도 우리 집 근처에서 할 수 있는 경험으로도 아이의 생각주머니는 풍요로워질 수 있다. 아이에게 주는 ‘경험’이라는 선물이란 부모가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재산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다. 벌써부터 산타할아버지에게 어떤 선물을 받게 될지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는 우리 귀염둥이들. 아이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선물 외에 이번 성탄절에는 어려운 이웃돕기, 캐럴 부르며 춤춰보기, 자연물 이용한 크리스마스트리 만들기 등의 경험을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전후사정 다 따져가며 '다음에'라고 마루지 말고 바로 지금 실천해보자.

 

추운 겨울 모두가 따뜻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길 기원하며……. 메리 크리스마스!

 

*칼럼니스트 정보람은 유아교육과 졸업 뒤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력 8년차 보육교사다. 장애인야학 활동을 하며 쌓은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현재 장애통합어린이집의 통합지원교사로 장애아와 비장애아를 지도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친구같이 편안하고 재미있는 교사가 되어 눈높이를 맞추고, 학부모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더욱 즐거운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사회·정서적 적응문제로 성장발달과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들을 놀이를 통해 진단하고 치료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은 새로운 꿈을 가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는 자칭 꿈꾸는 애벌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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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2011-04-26 07:03:00
경험과 체험
제일 중요시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백문이불여일견 ^^
많은 체험을 통해

lyj81**** 2010-12-24 15:41:00
정말 공감해요~~~
어릴때부터 경험으로 보여주고 들려

js**** 2010-12-24 14:16:00
공감해요
정말 경험이란게 바탕이되어야 좋은거같아요
그것도 추억이

gangd**** 2010-12-24 14:09:00
좋은정보네요~
완젼 좋은

pae**** 2010-12-24 13:25:00
호지맘
그러게요 너무 어려서 보여줘도 모르겠지 잊어버리겠지 싶어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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