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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둥이 아빠로 살아가려면

아빠와 함께 하는 육아

whjdc@naver.com

[연재] 우리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내 남편은 종종 아이를 업고 빨래를 널곤 한다. 저녁에 일찍 퇴근하면 아이들 씻겨주고, 엄마가 첫째 둘째 책 읽어주는 동안, 셋째를 재우는 건 아빠 몫이다. 그리고 아침에 출근하는 길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틈날 때마다 재활용쓰레기를 정리해서 버린다. 주말에 놀이터에 나가보면 엄마들이 모여서 수다를 떠는 가운데, 내 남편도 아이들을 우르르 데리고 나가서 줄넘기며 자전거며 아이들을 챙겨서 놀아준다. 넷째를 임신했단 소식에 우리 옆집이나 아랫집 엄마들은 모두, 남편이 집안일을 잘 도와주고 아이들도 잘 봐주니까 가능한 일이라며 입을 모았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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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큰 아이를 출산하던 날, 임신 30주 만에 쓰러졌던 날 이야기를 남편에게 들었다. (본인은 정신을 잃고 쓰러져 기억이 없으니 대신 출산기를 써달라고 남편에게 부탁했는데, 써준다 말만 하고 아이가 일곱살이 되도록 아직 소식이 없다.) 남편의 이야기로는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내가 남편에게 마지막 유언처럼, “형, 나 사랑해?” 하고 물었다고 한다. 지금도 그 때 이야기를 하면 남편은 눈가가 붉어진다. “당연히 사랑하지.” 하고 대답하고 내 손을 잡아주었다는 남편.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남편이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히면, 나도 같이 눈물이 난다. 병원에 가서는 급하게 나를 수술실에 들여보내고 수술동의서를 쓰고, 만에 하나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 아이와 엄마 중에 누구를 살리겠냐는 물음에, 당연히 엄마를 살려달라고 했단다. 그랬더니 의사선생님은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 아이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볼 수 있도록 수술실 문 앞에서 대기하라고 했다고 한다.

 

가슴 아픈 순간을 함께 겪어내서인지, 아이가 돌아온 후 시작된 육아의 전쟁에서 우리 부부는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워낙에 순한 아이였고, 살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이리 건강하고 잘 웃어주는 아이라니. 우리는 모든 상황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나는 남편의 도움으로 천기저귀를 썼는데, 둘 다 초보이긴 했지만, 우린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열심이었다. 남편은 너무나 작은 아기를 위해서 퇴근하고 아이를 씻긴 후, 옷을 입히기 전에 부드러운 수건으로 마사지를 해주었고, 낮 동안 물에 담가두었던 천기저귀를 손으로 빨아서 탈수를 돌려 널고 잤다. 매일 두 시간씩 출근하고 또 두 시간씩 퇴근하는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자기 하나 희생하면 된다며 모든 걸 참아주었다.

 

모든 상황이 익숙해질 무렵 둘째가 생겼고, 우리 둘째는 목소리가 아주 크고, 몸놀림이 활발한 아이라, 하루를 아이 둘에 시달리다 보면 지칠 때가 많았다. 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오전을 작은 아이와 보낸 후, 2시쯤 큰 아이를 찾아와 둘을 데리고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저녁 준비를 하고 남편을 맞이했다. 남편은 저녁에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하루에 있었던 아이들의 소소한 말썽들을 들으며 웃어주었고, 아이들을 재우다 내가 잠이 들면, 빨래 널기와 설거지, 거실 청소 등을 했다. 둘째가 젖먹이일 때는 내가 아침에 늦게 일어나 식사도 못 챙겨주고 그냥 출근할 때가 많았는데, 막상 일어나 거실에 나와보면, 어제의 너저분한 일상이 싹 치워져있고, 설거지까지 되어 있었다. 나는 마치 동화책에 나오는 공주라도 된 것마냥 행복했었다.

 

셋째를 낳고는 아기도 순하고, 첫째 둘째가 좀 자라 둘이서도 잘 놀아주었다. 그런데 5년 넘게 통근 4시간 거리의 직장을 다니면서, 남편이 집안일 하는 것을 많이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이제 마법처럼 아침에 집이 싹 치워져있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는 둘에서 셋으로 늘어, 나는 더 힘든데 남편이 집안일 해주는 것은 더 줄었다며 서운한 마음에 다투기도 많이 했다. 서로 힘든 것을 몰라준다며 원망하기도 했다.

 

한번은 남편이 투덜대길, 내가 한번도 쓰레기를 버리는 걸 못 봤다며, 자기도 힘든데 왜 몰라주냐고 하기에, 화가 난 김에 혼자 재활용 쓰레기 상자를 들고 나간 적이 있었다. 한참동안 쓰레기를 분리하며 생각해보니 정말 내가 이렇게 쓰레기를 버린 적이 한번도 없었다. 음식물 쓰레기 역시 마찬가지이고. 나는 재빨리 백기를 올리고, 그동안의 남편의 노고를 치하하며 평화 협상을 이루어냈다.

 

남편은 힘들다고 하면서도, 빨리 넷째를 낳자고 졸라댔다. 넷째만 가지면 자기가 집안일은 다 하겠다며 큰소리를 치곤 했다. 그랬던 남편이 드디어 넷째를 가지고 입덧을 하는 나 대신 집안일을 하며, 역시나 무척이나 힘들어했다. 한번은 축 처져 있는 내 앞에서 ‘우리는 넷째를 키울 자격이 없다’ 는 말까지 했다. 셋 돌보기에도 이렇게 힘들고, 집은 정리가 안 되어 엉망이니 어떡하냐고, 앞으로 큰 아이들은 더 신경도 못 써 줄텐데, 하면서 기운이 없어 누워만 있는 내 앞에서 심각하게 중얼거렸다. 나는 남편에게 드는 배신감에 너무 서운하고 마음이 아파서 눈물만 흘렸다. 그 날, 하루종일 남편의 전화도 받지 않고 누워만 있다가 오후에 잠깐 아이들 데리고 놀이터에 나가 놀고 있을 때, 남편이 꽃을 들고 퇴근을 했다. 내 눈앞에 꽃을 들이밀며, ‘미안해, 사랑해, 내가 더 잘할게’ 하는 남편을 보며, 나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5개월부터 이미 만삭인 듯 배가 잔뜩 나와 뒤뚱뒤뚱 걷는 나를 위해 남편은 약속대로 집안일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집에 와서 아이들 씻기는 거는 원래 남편의 몫이었다지만, 셋째 출산 선물로 식기세척기를 들여준 후 딱 끊었던 설거지도 매일 해?준다. 겨울이라 빨래를 방에다 널어 습도를 맞춰주고, 밤에 배에 크림을 발라주며 태담도 해주고, 아이들 양치질과 책읽기도 맡아서 해준다. 집에 있는 동안에는 쓸고 닦고 청소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아이들 데리고 운동장 가서 온 몸으로 뛰어 놀아준다.

 

2010년 10월 소요산 계곡에서, 세 아들들의 가장 좋은 친구는 아빠이다. ⓒ원혜진
2010년 10월 소요산 계곡에서, 세 아들들의 가장 좋은 친구는 아빠이다. ⓒ원혜진

 

넷째를 가졌어도 남편이 아침에 마법처럼 청소를 하고 출근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남편이 한가지 터득한 기술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나를 달래주는 것이다. 아이가 짜증을 부릴 때 같이 고함치고 화를 내는 것보다 말없이 안아주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처럼, 내가 집안일이 힘들다고 왜 청소 안 하냐고 투정부릴 때, 남편은 그냥 나를 다독여준다. 힘들여 일하지 않고도, 미안하다는 말만으로도, 한번 안아주는 것으로도 해결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데……. 힘든 거 다 안다고, 자신이 바빠서 그랬다고, 미안하다고, 남편의 다정한 말 한 마디면 내 단순한 머리는 집안일따위를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내가 원하는 건 가사도우미가 아니라 바로 인생의 동반자이자, 다정한 친구니까 말이다.

 

2010년 10월, 퇴근한 후 아이들과 온 몸으로 놀아주는 아빠. ⓒ원혜진
2010년 10월, 퇴근한 후 아이들과 온 몸으로 놀아주는 아빠. ⓒ원혜진

 

지금도 나는 한번씩 그 날 이야기를 해달라고 남편에게 조른다. 우리 큰 아이를 만났던 그 날, 내가 죽을 뻔 했던 그 날, 남편에게 사랑하냐고 물었다는 그 날, 그 이야기를 남편이 조단조단 해주면, 그동안 아이들 키우면서 힘들던 것도 잊고, 남편이 집안일 뭐 안 하고 나갔다고 서운하던 것도 잊게 된다. 내 소중한 남편, 내 소중한 아이, 더 사랑하고 더 아끼고 살아야지 다짐하게 된다.

 

(사실 남편은 회사가 멀기도 하고, 또 요즘같이 연말에 바쁜 때에는 평일에 아이들 얼굴도 못 보고 잠만 자고 나가는 날도 꽤 된다. 혼자 낑낑대며 세 아들녀석 씻기고, 책 읽어주고 재우려면 배불뚝이 임신부, 정말 몸이 힘들다. 아이 낳으라고 하는 정부 관계자 여러분들, 제발 남편들을 가정으로 보내주시라. 선진국처럼 남편에게 육아휴직까지 달라고 하지 않겠다. 퇴근이라도 조금만 더 일찍 했음 소원이 없겠다. 남편이 가정을 더 보살필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칼럼니스트 원혜진은 아들 셋(04년, 06년, 08년생)을 키우며 넷째 딸(11년 3월 출산예정)을 임신한 주부이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학원, 도서관 등에서 논술 강사로 일해왔으며, 커가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 전업주부로 전향할 계획이다. 홈스쿨링과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며, 집안일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책 읽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철없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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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니2011.04.23 15:59

    다둥이 아빠 자격 100% 아니 200%
    남편분이 참 대단하시네요. 솔직히 4명의 아이를 낳아서 키운다는 것도 힘들지만
    남편분의 몫도 매우 큰데.. 다둥이 아빠로써 너무 잘하시는 것 같아요. ^^
    첫째 낳으러 가시는 이야기 읽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지는데.. 힘들었어요.ㅜㅜ
    다행히 다~ 건강하게 잘 크

  • 민**마2011.02.22 17:31

    저도~
    저도저런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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