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기업일수록 육아휴직 쓸 때 눈치 많이 봤다
소규모 기업일수록 육아휴직 쓸 때 눈치 많이 봤다
  • 전아름 기자
  • 승인 2021.08.0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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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정책연구소 "직장 내 육아지원 제도 '있어도 못 쓴다'…"소기업 중심으로 제도 정비해야"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소규모 기업일수록 육아휴직 쓸 때 동료들의 눈치를 많이 봤다. 직장 내 육아지원 제도는 많으나 자유로운 활용은 어려웠다. 육아정책연구소는 보고서를 발표해 '현재 육아지원 등 일-생활균형지원제도를 소규모 기업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베이비뉴스
소규모 기업일수록 육아휴직 쓸 때 동료들의 눈치를 많이 봤다. 직장 내 육아지원 제도는 많으나 자유로운 활용은 어려웠다. 육아정책연구소는 보고서를 발표해 '현재 육아지원 등 일-생활균형지원제도를 소규모 기업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베이비뉴스

육아를 지원하는 정부 정책은 많은데 직장마다 분위기와 여건이 달라 자유롭게 활용하기엔 어려웠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제도는 있되 그 사용이 쉽지 않다"고 현실을 지적하고,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육아지원을 포함해 다양한 일-생활 균형 지원정책이 소규모 기업에 더욱 집중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3일 '직장 내 육아문화 진단과 과제' 보고서를 발표하고, 직장 내 육아문화 진단을 통해 대표되는 문제점으로 ▲제도는 있지만 그 사용은 쉽지 않은 점 ▲양육자가 자녀를 돌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기업의 규모나 특성에 따라 제도 활용 격차가 크다는 점 ▲직장 내 육아지원 활용 시 눈치보이는 상황이 많다는 점 ▲직장 육아 지원 제도의 도입과 사용은 경영진이 좌우한다는 점으로 요약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양육자의 일터인 직장을 중심으로 아동과 부모가 존중받는 긍정적 육아문화로 전환을 모색하기 위해, 우리사회 직장에서 형성된 육아문화를 진단하고 그 개선방안을 제언하고자 민간기업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하고 있는 전국 20세 이상 49세 이하 상용직 근로자 20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 맞벌이 부부여도 엄마가 더 많이 육아했고 아빠는 더 오래 일했다 

조사 결과 우선 남편과 아내의 하루 평균 자녀 돌봄시간에 차이가 있었다. 아내는 하루 평균 275.6분 돌봤고, 남편은 91.7분 돌봤다. 특히 아내의 영아돌봄시간은 364분으로 가장 긴데, 남편의 돌봄시간 비율은 아내 돌봄시간의 30.4%에 그쳤다. 맞벌이의 경우 남편이 아내의 절반 정도 수준으로 돌봄에 참여했으나, 외벌이의 경우 남편은 아내의 20% 정도만 돌봄에 참여하고 있었다. 

연구소는 "여성들은 남성과 동일하게 풀타임 근무를 함에도 남편보다 몇 배 이상의 시간을 돌봄에 투입하고 있다"라며 "일-생활 균형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녀양육을 공평하게 분담한다'는 응답은 27.5%였고, 주로 아내가 담당한다는 응답은 56.2%, 전적으로 아내가 담당한다는 응답은 10.8%였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공평하게 분담한다는 답이 많았는데, 20대는 46.2%가 '공평하게 분담한다'고 답했고, 40대는 71.5%가 '아내가 담당한다'고 응답했다. 외벌이의 경우 '아내가 담당한다'는 응답이 83.3%로 맞벌이의 58.8%보다 훨씬 많았다. '공평하게 분담한다'는 질문에 맞벌이는 34.2%, 외벌이는 14.4%로 나타났다.

주당 총 근로시간을 조사한 결과, 남성은 47.3시간 일했고, 여성은 43.6시간 일했다. 맞벌이보다 외벌이의 근로시간이 더 길었다. 

연월차 사용의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약 1.6일 더 많은데, 여성이 남성보다 0.3일을 더 사용했다(남성 50.9%, 여성 58.3% 사용). 300인 이상 규모의 기업은 18.1일, 10~29인 규모 기업은 13.8일로 약 4일정도 차이를 보였고, 기업 규모가 클수록 연월차 사용율도 늘어났다. 

특히 생산직의 연월차 사용율은 47.0%에 불과했다. 주어진 연차는 16.6일로 다른 직무보다 길었지만 실제 사용한 연월차 갯수는 7.8일이었다. 연구소는 "다른 직무에 비해 근로시간도 길고 연월차 사용도 저조한 등 일-생활 균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육아휴직제도 활용, 아직도 14.9%

일-가정 양립제도 사용은 어땠을까?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활용한 제도는 '연차휴가사용분할제도(72.9%)'였다. '시차출퇴근제'는 53.6%가 사용했고, '재택 및 원격근무제'는 48.3%, '자율출퇴근제'는 44.7%로 활용도가 높았다. 

그러나 법정제도인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활용률은 14.9%, 육아휴직제도의 활용률도 14.9%로 매우 낮은 상황이었다. 연구소는 "두 제도는 임신이나 출산 경험이 있는 응답자만 활용할 수 있는 제도이나, 해당자가 각각 54.1%와 59%임을 감안하더라도 활용률은 매우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제도로는 '임신출산선물 또는 축하금'이 78.3%, '연차휴가 사용 분할제도'가 72.9%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출산 시 단발적 이벤트가 회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정제도인 '출산전후휴가'의 활용이 용이하다는 응답은 62.6%였고, '배우자 출산 휴가제도'는 55.7%,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56.3%, '육아휴직 제도'는 53.6%,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48.4%가 활용이 용이하다고 응답했다. 

연구소는 "제도가 있어도 자유로운 활용이 어렵거나 아예 활용이 어렵다는 제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실제 도입여부와 활용은 별개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일-가정 양립제도 시행 양상이 바뀐 부분도 있었다. 우선 '시차출퇴근제'의 경우 코로나19 이전  전체 직원 대상 도입 비율이 55.3%였던 것에 비해 코로나19 이후 82.7%로 증가했고, '자율출퇴근제' 역시 코로나19 이전 55.5%였으나 코로나19 이후 82.6%로 크게 증가했다. 또한 30.5%에 불과했던 '재택 및 원격근무제'도 코로나19 이후 79.2%로 그 비율이 증가했으며, '가족돌봄휴가' 사용도 44.3%에서 66.5%로 증가했다.

연구소는 "위의 네 가지 제도에 대해 자녀가 있는 남녀 직원, 혹은 자녀가 있는 여성 직원에게만 도입 혹은 활용 가능성을 여는 방식으로 소극적인 운영을 할 것이라 예상했으나, 대상을 한정하는 방식으로 도입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설명했다.

◇ 기업 규모 작을수록 육아 지지하는 분위기 형성 안돼 

'육아에 대한 직장 구성원이 인식'을 묻는 질문에 '팀원이 육아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라고 동의한 응답자는 48.3%였다. '육아 제도 사용에 업무상 불이익을 주거나 눈치를 준다'는 문항에는 33.8%가, '육아가 필요한 자녀를 둔 팀원과 함께 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에는 31.6%가 동의했다.

연구소는 "특히 30인 미만 소규모 기업에서 부정적 진술 응답비율이 높다"라며 "소규모 기업에서 상대적으로 육아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함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직장동료가 육아제도를 사용하는데 눈치를 준다'는 문항에는 기업 규모별로 응답에 차이가 있었다. 50~99인 규모 사업장에는 40.9%가 '그렇다'고 대답했고, 300인 이상 규모 사업장에서는 28.2%로 낮게 나타났다. 

이어 현재 재직 중인 직장 내 육아 관련 제도와 문화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해 100점을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전체 2031명 응답자 평균은 54.8점으로 나타났다. 판매직은 57.9점으로 높았고, 생산직은 50.8점에 그쳤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평가 점수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고, 소득을 기준으로 200만 원에서 400만 원 이상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직장의 육아 관련 제도와 문화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년 미만에서 10년 이상까지 근속기간이 증가할 수록 직장의 육아 관련 제도와 문화를 높게 평가한 경향이 나타났다. 

이어 직장에서 육아를 힘들게 하는 요소로 응답자의 77.8%가 '일-가정양립제도 사용이 어려운 분위기'를 꼽았고, 77.7%는 '경영진의 육아하는 직원에 대한 배려 부족'이라고 대답했다. '육아 가치 저평가(74.9%)', '직장 동료의 육아에 배려 부족(69.3%)'도 높은 응답을 보였다. 한편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노력으로 직장 내 육아문화가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85.5%였다. 

육아문화의 긍정적 전환에 필요한 것으로 응답자들은 '국가 수준의 지원 확대(26.9%)'를 1순위로 꼽았고, '육아 관련 제도의 안착(24.1%)', '양육가정에 대한 사회적 인정(21.6%)', '직장 내 육아제도 활용가능 분위기 조성(15.5%)'순으로 나타났다. 

◇ 일-생활 균형 정책 소규모 중심으로 재편하고, 기업의 능동적 참여 필요

연구소는 이번 진단을 통해 연구소는 긍정적 육아문화 조성을 위한 정책화 방안으로 ▲이미 지원 중인 직장 내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 사용 활성화 ▲장시간 근로 해소 및 유연근로 확대 등을 제언했다. 

특히 연구소는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육아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일-생활 균형 지원정책이 소규모 기업에 더욱 집중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라며 "중소기업 지원 집중을 위해 지원금뿐만 아니라 근무혁신 인센티브나 일터혁신 컨설팅, 일-생활 균형 사업주단체 협력사업 등 현재 일-생활 균형 확산을 위해 추진하는 기업대상 사업들 역시 소규모 기업에 초점 맞추는 등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직장에서의 긍정적 육아문화 조성은 결국 남성의 육아참여 확대를 토대로 성평등한 일과 생활의 균형, 성평등한 노동시장이 함께 조성돼야 가능하다"라며 육아지원 직장문화 조성을 위해 직장문화 혁신팀 구성 추진을 제안했다.

끝으로 "직장에서 긍정적인 육아문화를 조성하면 근로자의 근무역량을 강화하고 우수한 인력을 유치해 결국 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라며 기업의 능동적 실천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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