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변명하는 언어 습관, 변명하는 아이로 만들 수 있어요
부모의 변명하는 언어 습관, 변명하는 아이로 만들 수 있어요
  • 칼럼니스트 정효진
  • 승인 2022.02.0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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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육아법] 부모가 아이에게 자주 하는 변명들
아이의 변명은 성장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통과의례일 뿐, 부모의 변명하는 언어습관에 지배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베이비뉴스
아이의 변명은 성장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통과의례일 뿐, 부모의 변명하는 언어습관에 지배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베이비뉴스

‘변명 중에서 가장 어리석고 못난 변명은 시간이 없어서이다’. 이 명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명을 남긴 토머스 에디슨이 했던 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시간이 없어서’라는 말뿐 아니라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많은 변명을 한다. 아이 또한 언어가 발달하고 논리적 사고력이 생기는 만 3세가 되면 부모로부터 야단을 맞기 싫거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변명을 하기 시작한다. 이는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발달 특징이라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변명의 정도가 심해져 거짓말로 이어지면 도덕성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아이가 변명하는 이유를 찾아 적절한 대처를 하고, 때에 따라서는 훈육도 필요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소에 부모가 변명하는 언어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부모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를 살펴보면, 먼저 ‘아니, 그게 아니라 ~ 왜냐하면’, ‘내가 한 게 아니라 ~ 때문에’, ‘근데 있잖아 ~ 해서’ 등이 있다. 본인도 모르게 습관처럼 상대의 말끝마다 이런 말을 할 때가 있다. 이러한 말투는 자신의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화법이다. 물론 아이 앞에서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부모가 잘못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면 아이도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답습하게 된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 앞에서 어떤 잘못을 했을 때 이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야’라는 말도 부모가 자주 하는 변명 중 하나이다. 이 말은 부모가 아이를 때리거나 심하게 꾸짖은 뒤 맨 마지막에 빼놓지 않고 하는 변명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의 행복을 위해 한 말이라고 하지만, 정작 아이가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면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 말일까. 오히려 부모의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할 때가 더 많다. 그러나 앞으로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야’라는 말은 설득력을 가지기 어려워질 것이다. 부모의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체벌금지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법 효력을 갖기 위한 절차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이러한 말로 체벌을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상황 탓을 하면서 변명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버럭 화를 낸 후 ‘오늘 엄마가 피곤해서 그랬어’, ‘요즘 많이 힘들어서 그랬으니까 이해해’라는 말로 아이를 위로할 때이다. 이를 목격한 아빠도 덩달아 ‘오늘 엄마가 많이 힘들어서 너한테 화가 났나 봐. 우리가 이해해주자’라는 말로 아이를 달랜다. 문제는 아이도 나중에 크면 자신이 피곤하거나 힘이 들 때 화를 내도 된다고 합리화하면서 상황을 모면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솔직하게 ‘엄마가 큰 소리로 말해서 놀랬지? 그렇게 해서 미안해. 다음부터는 안 그러려고 노력할게’라고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좋은 신호이다. 언어 발달이 이루어지면서 자신만의 사고 과정을 갖게 되는 초기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명이 반복되면 점차 거짓말로 발전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으면서 어느 순간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수준이 될 수 있다. 아이의 변명은 성장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통과의례일 뿐, 부모의 변명하는 언어습관에 지배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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