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아이 키우는 엄마가 대선 후보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은?
혼자 아이 키우는 엄마가 대선 후보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은?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2.02.2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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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목소리를 청와대로 ‘대선 마이크’] ⑩열한 살 딸 키우는 스물여덟 살 엄마, 김하린 씨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이 꼭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대선을 앞두고 육아와 생계를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는 아빠·엄마들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아이를 기르기 위해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기자 말

열한 살 딸을 키우는 스물여덟 살 당당한 엄마, 김하린 씨 ⓒ베이비뉴스 
열한 살 딸을 키우는 스물여덟 살 당당한 엄마, 김하린 씨 ⓒ베이비뉴스 

“예전에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의지할 가족도 없고, 힘든 일이 생기면 ‘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는데 아이가 있으니까, 제가 없으면 아이도 저처럼 살아갈 거라고 생각하니까 끝까지 버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 하나 보고 공부도 진짜 열심히 했어요. 아이한테 좋은 엄마, 떳떳한 직업가진 멋진 엄마가 되려고요. 진짜 남부럽지 않게 해주고 싶어서 아이가 아파도 버티고, 힘든 일 있어도 버티고, 돈이 없어도 버티고 그랬어요.”

열한 살 딸을 키우는 스물여덟 살 예비간호사 김하린(28) 씨의 얘기다.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베이비뉴스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 씨는 열여덟 살에 임신해 아이를 낳았다.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4년 간호학과 공부를 마쳤다. 지난달 치른 국가고시에 합격해 오는 3월부터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게 됐다. 

청소년 미혼모였던 김 씨는 고2 6월, 인천의 한 미혼모시설에 들어가 10월에 아이를 출산했다. 1년 반 동안 시설에서 아이와 생활하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시설을 나와 아이와 단둘이 살게 됐다. 혼자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미용학과 특성상 비용도 많이 들어서 1년 다니고, 이대로는 굶어 죽겠다 싶어 취업을 했다. 아이를 좀 키워놓고 다시 간호학과로 진학했다. 
 
◇ “시설에서 아이 키우는 건 괜찮았지만 정서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김 씨는 "시설에서는 아이 기저귀랑 분유, 이유식 재료를 제공해줬다. 옷은 후원 들어와서 나이에 맞게 입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하린
김 씨는 "시설에서는 아이 기저귀랑 분유, 이유식 재료를 제공해줬다. 옷은 후원 들어와서 나이에 맞게 입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하린

김 씨의 어머니는 김 씨가 중학교 때 돌아가셨다. 아버지와도 연락을 끊고 살았다. 따로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던 김 씨가 임신, 출산, 양육기를 어떻게 보냈을까. “열여덟 살에 아이를 임신했고, 임신한 걸 바로 알았는데 당시 가족들에게 말하긴 어려웠어요. 남자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같이 잘 키워보자고 말은 했는데 행동으로는 하지 않더라고요. 저 혼자 시설에 들어가서 그해 10월에 출산하고 학업도 이어나가면서 아이도 거기서 키웠어요.” 

시설에서의 생활과 아이 양육은 어땠을까. “시설은 빌라인데 한 가구에 방이 세 개여서 엄마 셋, 아이 셋이 살았어요. 시설에서 아이를 키워주는 건 아니고요, 키우는 건 본인이 하는 건데, 기저귀랑 분유, 이유식 재료를 제공해줘요. 현금으로 주진 않고요. 옷은 후원이 들어와서 나이에 맞게 입힐 수 있었고요. 그 당시에는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느껴서 불만은 없었어요. 

김 씨는 출산은 병원에서 했지만 산후조리는 아예 못 했다. 출산하고 바로 시설에 들어와서 아이랑 같이 생활했다. 시설에 봉사자가 일주일에 한두 번, 젖병 소독이나 청소는 도와줬다.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기 위해 학교에 갈 때 아이가 아프거나  김 씨가 아프면 시설 선생님들이 아이를 돌봐주기도 했다. 아이가 아프면 병원비도 다 지원해줬다.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시설 지원은 괜찮았다. 그러나 정서적인 부분이 힘들었다. “오후 6시 이후 외출이 어렵거든요. 6시 귀가 시간에 5분, 10분 늦으면 외출금지 제도가 있었어요. 주말에는 가족 외에는 외출 허락이 안 돼요. 저는 가족과 연락이 단절된 채 들어와서 주말 내내 애기랑 둘이 있고 친구들도 못 만나고 그러니까 엄청 우울해지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주거 환경이나 생활비는 해결됐는데 시설에 사는 사람들은 한부모들이잖아요. 그중에서도 돈이 없거나 남자친구, 남편이랑 헤어져서 들어오는 분도 있어서 정서적으로 힘든 상태거든요. 사소한 일에도 다 트러블이 생기고 아이 돌보면서 서로 부딪히고 싸움이 자주 일어나더라고요. 그래서 퇴소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저는 막내여서 힘도 없고 매일 휘둘리고 혼나고… 터놓고 말할 곳도 없었고 그랬어요.” 

◇ “책값도 없고 아이 분윳값도 없고… 이러다 굶어 죽겠다 싶어 학교 그만뒀어요”

김하린 씨와 딸아이. ⓒ김하린
김하린 씨와 딸아이. ⓒ김하린

대학 진학하면서 김 씨는 아이와 수원으로 독립을 했다. 시설에 2년 만기를 채우면 자립금 300만 원이 나오는데 기간을 다 채우지 못했다. 당시 아버지가 대학등록금으로 준 돈이랑 학자금 대출받은 돈을 합쳐 집을 구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었던 터라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했다. 2014년 당시 기초생활수급비는 7~80만 원이었고 1년 반 정도 지원을 받았다.

“독립하면 재밌고 행복하고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런데 현실은 내내 돈에 허덕였죠. 미용학과를 다니다 보니 가발 하나 사는 데도 3~4만 원인데 여러 개 사야 하고, 전공 서적도 사야 하고 돈이 너무 많이 들었어요. 2학년 1학기에 전공 책을 사오라고 하는데 책값이 없는 거예요. 아이 분유도 사야 하고, 이러다 졸업하기 전에 굶어 죽겠다 싶더라고요. 

시설에 있을 때는 아이 분유랑 기저귀를 지원받아서 그렇게 비싼 줄 몰랐는데 사서 쓰려니까, 진짜 아껴서 써야 하고 엄청 생활고에 시달렸어요.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미용학과 졸업하고 스텝으로 들어갔을 때 적은 급여와 긴 업무시간을 생각하면 아이를 돌봐줄 사람도 없는데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고 사무직으로 취업을 했어요.” 

아이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을까. “아프다고 할 때가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아이가 태어나서 1년도 안 됐을 때, 병원에서 청각장애라고 했었거든요. 매일 울었어요. ‘왜 이런 일이 생겼지’, ‘일찍 임신하고 태교도 안 하고 몸도 조심히 안 해서 그런 일이 생긴 건가’, 자책도 많이 했거든요. 3개월 후에 재검사하니까 정상이라고 하는 거예요(웃음). 중이염이었는데 오진한 것 같다고요.
 
두어 달 전에 또 아이 건강검진 하면서 혈당이 높다고 해서 소아당뇨 판정을 받고 치료, 식이, 운동 등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부를 엄청 열심히 했어요. '내가 어떻게 아이를 키워서 아이가 병에 걸렸을까', 죄책감도 많이 들고 우울하고 그랬거든요. 최근에 다행스럽게도 정상 판정받았어요.”

◇ “버스 탈 때 청소년요금 찍었더니 애기엄마가 양심 없다고 화를 내셨어요”

김 씨는 청소년 엄마 때 “버스 탈 때 청소년요금 찍었더니 애기엄마가 양심 없다고 화를 내시기도 하셨다"고 말했다. ⓒ베이비뉴스 
김 씨는 청소년 엄마 때 “버스 탈 때 청소년요금 찍었더니 애기엄마가 양심 없다고 화를 내시기도 하셨다"고 말했다. ⓒ베이비뉴스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어린 나이에 출산해 혼자 아이를 키우면 곱지 않은 시선이다. “예전에는 시선이 힘들었어요. 병원가도 ‘엄마가 맞냐’고 물어보시고, 처음에는 싫어서 숨어 살았거든요. 그러다가 숨어봤자 안 될 것 같아서 ‘엄마 맞다. 젊어서 좋지 않냐’고 웃고 넘겼어요. 아이 친구 부모나 길에서 만난 분들이 아이한테 ‘아빠는 어디 있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고요, 

한 번은 아이돌보미 선생님이 집에 오셔서 가족사진이나 결혼사진이 없으니 아이한테 ‘아빠는 어디 있냐’고 물어봤다고 하더라고요. 그 후엔 아이돌보미 선생님 오시기 전에 한부모 가정인데 그런 질문하지 말아 달라고 말씀드려요. 저는 괜찮은데 아이가 상처받을까 봐 그런 게 걱정이에요.”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혹시나 아이가 상처받지 않을지 우려도 크다. “학교에서 5월 되면 가족사진을 보내라고 해요. 제 친구들을 불러서 사진 찍고, ‘너는 이모와 삼촌이 많다고 하라’고 해요. 학교에서 서류가 오면 보호자 말고 다른 보호자를 또 적게 돼 있어요. 친구 연락처를 적고 이모라고 기재를 해요. 면담할 때 사실대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좀 신경 써달라고 말씀드리기도 해요. 가족사진을 보내면, 어떤 수업인지 물어보고, 가족의 다양성도 설명해 달라고 부탁드려요.”

청소년 엄마라 경험한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고 불이익도 경험했다. “버스 탈 때 청소년요금 찍었더니 애기엄마가 양심 없다고 화를 내시기도 하셨어요(웃음). 취업할 때 면접에서 미리 아이가 있다고 얘기하면 아이가 아프거나 하면 누가 돌봐 주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솔직히 대답할 수밖에 없죠. 알게 모르게 불이익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김 씨는 학업과 육아, 틈틈이 물류센터, 쿠팡 등 단기 아르바이트나 일용직으로 일하면서도 행복하다. “힘듦 속에서도 행복하긴 하거든요. 제가 백신 맞고 엄청 아팠던 적이 있었는데 아이가 엄마 내가 119 불러줄게 하면서, 잠 안 자고 지켜주고, 춥다고 하면 이불 덮어주고(웃음), 제가 할 일을 줄어들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많고요, 이렇게까지 키운 제 자신이 장하다(웃음)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주변에서 아이한테 ‘아빠 어디 있냐?’ 물어보면 상처받을 법도 한데, 저한테 와서 ‘엄마가 상처받을까 봐 엄마한테 물어보라고 했어' 하기도 하고 어떨 땐 ‘아빠 있다고 했어’ 하고 상황에 맞게 거짓말을 해줄 때도 있어요. 저를 배려해주는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한데 고맙기도 하고 의지할 대상이 있어서 살아가는 것 같아서 감사하고(웃음)….” 

만약 다시 열여덟 살, 임신한 걸 알았던 때로 돌아간다면 김 씨는 어떤 선택을 할까. “사실 아이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제 몸이 편했을 수는 있어요. 힘들었던 과거를 안 겪을 수도 있지만 대신 지금의 제가 없었을 것 같아요. 힘들어도 의지할 사람이 없어서 죽었을 것 같아요. 그때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저는 아이를 선택할 것 같아요.”  

◇ “아이돌봄서비스 이용 시간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혼자 아이 키우는 데 꼭 필요한 정책에는 어떤 게 있을까. “아이돌봄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했는데 불편한 점도 많았어요. 수요와 공급이 안 맞더라고요. 선생님들 많이 없으셔서 1년 정도는 독박육아를 했어요. 1순위가 맞벌이 부모예요. 한부모 가정은 2순위거든요. 순위가 밀려서 신청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포기한 적도 많아요. 다른 친구들은 부모님이랑 살면서 공부만 하면 되는데 저는 공부만 해도 시간이 부족한데, 2~3시간 자면서 시험 기간에 공부한 적도 있어요. 아이돌봄 서비스가 너무 간절했어요.  

선생님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연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시간도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시간도 정해져 있어서 한 달 이용을 계산해서 12개월 써야 해요. 주어진 시간을 다 쓰면 추가 비용을 온전히 제가 부담해야 해요.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정책이 개선됐으면 좋겠어요.”

대선후보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요즘 혼자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많거든요. 정책이 한부모 가정이 좀 더 힘낼 수 있게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특히 아이돌보미 제도랑 수급비 문제요. 한부모 가정이 169만 원 이상 벌게 되면 수급자와 한부모 가정 지원에서도 탈락하거든요. 최저임금이 191만 원으로 올랐는데 변화가 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3월부터 일을 시작하면 3교대 근무를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아이돌보미 선생님이 와주시기는 어려울 것 같고요, 돈도 엄청 많이 들 것 같아서 고민이에요. 수급자와 한부모 가정 지원도 탈락할 예정인데, 그러면 자부담으로 아이를 돌봐야 해요. 돈이 생겨 탈수급 하는 게 아니라 돈 한 푼 없는데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다는 이유로 수급자가 끊기는 거잖아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가 또 하나의 숙제인 것 같아요. 바로 지원을 끊지 않고 유예기간을 1년 정도 둬서 돈도 저축하고 발전할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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