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뱃속 아기 죽여 놓고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족들, 인수위 앞에서 '절규' 박 당선인에 안전시스템 설치, 피해유족과의 만남 등 요구
"2011년 1월 집사람과 뱃속 아기가 같이 죽었다. 현재 남아있는 아들은 간질성폐렴으로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감기증상이 있다가 호흡곤란이 오는데, 병원에 가게 되면 짧게는 1, 2주 생존하거나 대부분 폐이식을 받을 정도로 상태가 진행된다. 이런데도 정부는 아직까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 안성우 씨)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병원에서 가족을 돌보고 치료한 시간이 있다.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동안에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는 수많은 가족들이 있고 가족의 현실을 가슴에 묻고 지내는 가족도 있다. 이 문제 해결은 너무나 간절하다."(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 강찬호 씨)
"2010년 3월, 둘째아이가 두 돌 되기 전 아내를 보냈다.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것 자체도 황당하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 최윤수 씨)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있는 한국금융연수원 앞에 모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의 목소리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이 개최한 '가습기살균제 피해대책과 유사사건 방지대책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은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원회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피해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터진 시점에서 햇수로 3년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피해자 대책은 전무하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2012년 10월 8일자로 집계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사례는 사망 78명, 폐질환 147명, 폐심장이식 7명으로 총 232건이다. 거기에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 접수된 사례까지 합치면 347건이다. 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이 살인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한 게 1994년부터다. 그간 원인을 모른 채 또는 엉뚱한 원인으로 알고 죽거나 다친 사람이 얼마나 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의 본질은 생활 속 사회안전망의 부재로 구체적으로는 생활제품의 안전관리와 유해화학물질관리 정책의 실패"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보건복지부의 질병관리본부가 나서 역학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혔지만 정작 책임부서인 지식경제부와 환경부 등은 물러서서 구경만 했다. 총리실이 TF를 꾸려서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지만 립서비스였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회가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중증환자들에 대한 의료지원방안 마련과 환경성질환 검토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도 피해자들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피해자와 피해 가족들은 문제의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기업으로부터 어떠한 사과와 보상도 받지 못했다. 현재 피해자들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대형로펌을 내세워 맞서고 있다.
이들은 "오히려 기업들은 적반하장 격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법적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장기적인 소송전으로 사건을 유야무야 시키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막기 위해선 각종 화학물질 사용 시 안전이 담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의 삶에서 각종 화학물질의 사용이 불가피하다면 안전이 담보될 수 있는, 화학물질이 원료로서 제품 속에서 어떻게 사람과 환경에 영향을 주는지 점검하는 철저한 사전 안전시스템이 구축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화학물질안전청 설치와 환경피해보상법 제정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 당선인이 어처구니없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희생된 사망자들의 유족과 환자들을 만나 아픔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냐"며 박근혜 당선인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만남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정익훈 인수위 국민행복제안센터장에게 의견서와 역학조사보고서를 전달했다.
피해자 가족 강찬호 씨는 “새로운 정부에 기대를 걸겠다.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제대로 다뤄서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제품들이 돌아다니지 않는 대한민국 사회가 되길 기대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례를 소개하는 방식의 광화문 1인시위를 오는 30일까지 마무리하고, 무기한 월요시위를 통해 꾸준히 가습기살균제 피해대책 마련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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