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의 아빠, 인수위 찾아간 이유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폐·심장 이식 수술 받아 병원비만 1억 넘어…정부와 기업은 나몰라라
201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가습기살균제의 공포. 안전하다기에 믿고 썼던 가습기살균제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현재까지 확인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347건, 이중 무려 78명이 세상을 떠났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 가습기살균제 피해사태는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고 있다. 세상의 무관심 속에 간신히 목숨을 구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힘겨운 싸움을 하는 중이다.
임성호(47) 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담배도 끊고 건강했던 임 씨는 한순간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됐다.

그는 세 아이의 아빠,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가족들의 건강을 염려하며 2010년 10월 31일부터 집에 있는 가습기 3대에 직접 가습기살균제를 챙겨 넣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증상은 2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나타났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강도는 심해졌다.
"회사에서 2010년 10월 8일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는 전부 정상이었는데 왜 이럴까 싶었다. 우연히 치과에 갔다 옆에 방사선과가 있어 사진을 찍었는데 폐에 구멍(기흉)이 뚫려 있더라."
가습기를 사용한 지 약 5개월 뒤의 일이었다. 당시 병원에서 결핵이라는 진단을 받고 입원치료를 했다. 기흉도 결핵으로 인한 증상인줄 알았다. 그리고 2011년 4월, '큰 병원에서 검사 한 번 받아보자'라는 마음으로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가 '폐 이상이 심각하다'는 진단을 받고 정밀검사를 위해 입원했다.
임 씨는 "조직검사를 하기로 했다가 폐 이식 수술까지 진행됐다"며 급박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폐를 이식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폐 이식을 하기 위해 의사들이 가슴을 열었는데, 심장까지 악화된 게 발견됐다. 폐와 심장 둘 다 이식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상황, 모든 게 속전속결로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과 가족들은 다행히 지금까지 피해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병마는 임 씨 가족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임 씨는 결국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회사가 복직을 1년 동안 기다려줬지만, 임 씨는 숨이 가빠 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영업직이라 매일 사람들과 접촉하는데, 임 씨는 사람 만나는 일이 두려워졌다.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라 가벼운 감기가 심각한 질병으로 커져버릴까 겁이 났다. 감기가 옮을까 3살, 4살, 7살 세 아이들도 피하게 되는 그다. 수시로 마스크를 챙기는 게 습관이 됐다. 미리 겁을 내고 조심하는 게 건강을 지키는 최선의 길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두려운 건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다. 하루 10만 원, 한 달이면 300만 원하는 약을 6개월 먹었다. 이식 수술을 하느라 입원하면서 총 1억 원을 썼다. 병원비를 대기 위해 결국 집을 팔았고, 처가살이를 시작했다. 없는 살림을 견뎌내려면 그 방법 뿐이었다.

현재는 조금 나오는 실업급여로 약값 정도만 충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달, 넉 달마다 각각 호흡기검사와 심장초음파검사를 해야 하지만, 병원 갈 때마다 20~40만 원씩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요즘들어 가슴 쪽이 따끔거려 걱정이지만 병원 갈 자신이 없다. 직장이 없으니 대출 받을 엄두도 안 난다.
"조금만 아프면 병원에 가서 몸 상태를 확인하고 싶다. 혹시 잘못된 건 아닐까. 근데 병원비 걱정에 갈 수 없다는 게 참 힘들다."
임 씨는 감기에 걸렸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처럼 동네의원에 갈 수 없다. 무조건 대형병원에 가서 이상은 없는지 건강이 악화되진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니 경제적인 부담은 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나 가해 기업은 묵묵부답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대책도, 사과도, 보상도 없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질병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해당 기업들은 피해자들이 낸 소송에 대형로펌을 내세워 맞서고 있다. 또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사실의 근거가 됐던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불러도 대답 없는 메아리. 그래도 피해자와 피해가족들은 정부의 대책마련과 기업의 보상을 계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지난 22일 피해자와 피해가족들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있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가습기살균제 피해대책과 유사사건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임 씨는 이날 유일한 피해자로 참석했다.
임 씨는 "경제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가장이라는 게 제일 힘들다. 병원에 가야할 때 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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