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의 첫 집 마련... 누가 도와주나요?
자립준비청년의 첫 집 마련... 누가 도와주나요?
  • 기고=최은희
  • 승인 2022.09.26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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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품다] 29. 최은희 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올해 독립한 자립준비청년의 첫 집.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올해 독립한 자립준비청년의 첫 집.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독립 후 첫 집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 암울하다. 빛이 들지 않던 1층 방은 습한 기운과 냄새를 풍겼다. 장판을 들면 물기가 흥건하여 주말에는 장판을 들어 말리곤 했다. 빛이 잘 드는 깨끗한 집에 살고 싶었다. 사무실에서 조금 멀었지만 깨끗함과 햇빛에 반해, 근저당권이 설정된 집을 후순위로 들어갔다. 그때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몰랐다. 전세금을 빌렸고 사기를 당해 고스란히 빚이 되었다. 

소설이 아닌 실제 경험한 이야기다. 세상의 냉혹함보다 밝은 면을 더 믿었던, 수십 년 전 젊은 날의 호된 신고식이었다. 집주인과 계약서를 쓰던, 그날의 대화를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 ‘잘 갚고 있고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상황은 임차에 대해 상의할 사람이 없거나 자금이 부족한 사람에게 지금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2021년 7월 발표한 자립준비청년 자립지원 방안에는 주거안전망 확충으로 LH 임대주택 공급 확대, 주거비 등 사례관리비, 맞춤형 주거 확충이 포함됐다. 괄목할 만한 정책 변화이지만 공간과 비용에 초점을 둔 정책으로 질적인 변화를 위해 섬세한 실천이 필요하다.

먼저, 주거 관련 정보를 자립준비청년에게 상세하고 생생하게 전달해야 한다. 자립준비청년은 주거지원 물량, 지원 기간, 월세와 관리비에 대한 분석, 커뮤니티 구성, 생활조건 등의 구체적인 정보를 획득할 때보다 안정적이고 합리적으로 선택을 할 수 있다. 또한 임대주택 관련 상담이 현재도 이뤄지고 있으나 인증된 부동산 전문가를 지역별 상담사로 지정·운영한다면, 폭넓은 정보를 직접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이들은 자립준비청년에게 중요한 지지체계가 될 것이다. 

둘째, 자립준비청년과 함께 주거마련을 위한 중기적인 설계를 해야 한다. 진로설계는 청소년기부터 시작해서 취업까지 최소 10년 정도를 계획한다. 반면 주거마련을 위한 설계는 경제적인 능력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으로 보고 설계를 하지 않거나 우선 당장 살 집을 찾는 근시안적인 상황에만 집중한다. 퇴소하면 어떤 집에 살고, 언제, 어떻게 다음 단계의 집으로 이동할지에 대한 계획을 자립준비청년과 함께, 미리 계획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최소 10년 정도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셋째, 자립준비청년에게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질문해야 한다. 질문했을 때 8평, 임대주택, 역세권과 같이 답하는 청년들은 드물 것이다. ‘집 같은 집’, ‘ 쉴 수 있는 곳’, ‘따뜻한 공간’ 과 같은 집의 의미, 가치, 방향성을 말할 것이다. 대부분의 정책은 수요자 중심을 강조하고 정책을 설계하면서 주거지원은 철저히 공급자 중심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자립준비청년에게 먼저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묻고 그에 맞는 집을 찾고, 설계하고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쓰디쓴 나의 첫 집에 대한 기억과 달리, 자립준비청년들이 내 인생의 첫 집은 ‘정말 근사했어’라고 기억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집다운 집, 편안하고 안전한 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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