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산하의 첫 번째 생일.
전날(10일)부터 분주하다. 이날이 설날이어서 여기저기 인사다니고 늦은 오후에 집에 돌아왔다. 덕분에 마음이 분주해졌다. 우선 집 대청소. 집에서 조촐하게 돌잔치를 하니 손님맞이를 위해 청소를 해야 한다. 거실, 화장실, 부엌, 방 그리고 베란다. 청소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
그리고 산하가 잠든 사이 대여한 ‘돌상’을 점검한다. 현수막, 돌잡이 물건, 케이크상 등을 살펴본다. 돌잡이 물건들을 보면서 나와 아내는 신기해한다. 돌잔치에 필요한 기타 물건들은 아내가 정리하고, 나는 부엌에 들어가 미역국을 준비한다. 내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미역국을 위해 정성을 쏟는다. 우선 닭으로 육수를 푹 끓이고 옆에서는 미역을 물에 담근다. 그리고 소고기를 볶고 아침에 일어나면 끓이기만 하면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장모님은 ‘간’을 하라고 하지만, 이렇게 육수를 잘 만들면 ‘간’을 하지 않아도 구수한 미역국을 먹을 수 있다.
생일날(11일) 아침.
산하는 생애 최초의 미역국을 먹는다. 다행히도 잘 먹는다. 내가 먹기에는 약간 싱겁지만 그래도 맛은 그럭저럭 먹을만 하다. 밥을 먹고 나서 장모님은 손녀를 위해 정성스레 수수팥 떡을 직접 만드신다. 우리 부부는 돌상을 차린다. 거실 한 켠에 현수막을 달고, 그 앞에 상을 놓는다. 산하는 손님 맞이를 위해 ‘새 옷’으로 갈아입힌다. 산하는 자신의 생일인지 아는지 얌전히 잘 있는다.
점심은 근처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외갓집 식구들이 우리보다 먼저 와있다. 갈비집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왔다. 모든 친척들을 초대하지 못해서, 초대받지 못한 분들은 ‘왜 초대하지 않았어?’라고 야단이시다. 나름 잔치인데 부담될까봐 그런건데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준비된 행사를 진행한다. 사회는 아내가 본다. 나는 돌잔치와 같은 행사를 보면 썰렁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나름 이런저런 행사에서 사회를 많이 보았지만, 나의 스타일은 딱딱하고 진지하게 하는 편이라, 산하의 돌잔치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우선 케이크의 촛불 점화. 한 개 초를 꽂고 불을 붙인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나와 아내, 그리고 산하가 함께 소원을 빌며 불을 끈다. 다음은 오늘의 하이라이트 ‘돌잡이’ 행사. 돌잡이는 거실의 중간에 놓는다. 시작전 사람들에게 무엇을 잡을지 공모한다. 상품은 문화상품권 5000원권. 산하가 달려간다. 물건들을 잡으려고 하면 친척 분들이 소리를 친다. 자기가 바라는 물건을 잡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산하는 ‘명주실’을 잡았다. 건강하고 오래 살라는 뜻이다. ‘오래’ 사는 것은 모르겠고, 산하가 건강하고 즐겁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돌잡이’가 마무리되고 간단한 산하의 퀴즈 시간. 우리 부부는 문화상품권을 많이 준비했다. 상품으로 주기 위해서다. 약 10여개 퀴즈를 내고 문제를 맞춘 사람에게 준다. 모두 좋아하신다. 상품이 없을 때는 분위기가 보통이었다. 그런데 상품을 소개하자 모두 열기를 낸다.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좋다.
마지막으로 산하에게 덕담을 하는 시간. 이날 오신 분들은 15분 정도 모두 산하에게 진심어린 축하와 덕담을 해주었다. 말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그 마음이 고마웠다. 산하에게 충분히 전달됐으리라 생각된다.
돌상에 차려진 음식과 기타 간식들을 내고 담소를 나눴다. 이렇게 산하의 돌잔치는 마무리됐다. 돌잔치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조용히 훔쳤다. 지난 1년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벅찬 감동과 고마움이 밀려왔다.
무사히 오늘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오늘이 있기까지 고생한 아내에게 고맙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과 장모님에게도 너무 고맙다. 산하의 오늘은 그냥 오지 않았음을 잊지 않겠다. 산하야 생일을 축하해. 그리고 사랑해.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돌잔치두 참 정감있구, 특별하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