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이들은 숲과 자연에서 자라야 되나
왜 아이들은 숲과 자연에서 자라야 되나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3.02.24 09:43
  •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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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스페셜, 숲유치원 아이들의 일상 조명 아이의 행복을 위한 교육이 무엇인지 일깨워

요즘 아이들, 너무나 바쁘다. 조기교육이 강조되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끝나면 학원에 가거나 과목별 학습지를 하며 바쁜 시간을 보낸다. 남들 다 하는데 내 아이만 안하면 뒤쳐질 것 같은 걱정에 쉽사리 포기하기도 어렵다.

 

반대로 다른 한편에서는 지식 쌓기 위주의 보육 환경에서 아이들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약해지는 것을 경계하며 전인교육을 강조하기도 한다. 특히 숲에서의 활동을 통해 신체적·정신적인 건강과 정서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숲유치원이나 마음의 평온함을 갖도록 올바른 습관 형성을 돕는 세로토닌 키즈 프로그램 등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0일 MBC에서 방영된 MBC스페셜 ‘일곱 살의 숲’은 지난해 9월부터 6개월간 취재한 인천대학교 숲유치원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으로 아이의 행복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되짚어, 영유아 자녀들을 둔 부모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MBC
지난 20일 MBC에서 방영된 MBC스페셜 ‘일곱 살의 숲’은 지난해 9월부터 6개월간 취재한 인천대학교 숲유치원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으로 아이의 행복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되짚어, 영유아 자녀들을 둔 부모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MBC

 

‘노는 것을 위한 놀이’를 하는 숲유치원 아이들의 일상이 전파를 탔다. 지난 20일 MBC에서 방영된 MBC스페셜 ‘일곱 살의 숲’은 지난해 9월부터 6개월간 취재한 인천대학교 숲유치원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으로 아이의 행복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되짚어, 영유아 자녀들을 둔 부모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숲유치원 아이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매일 숲으로 간다. 바람이 불면 바람과 놀고, 비가 오면 우비를 입고 겨울이면 두꺼운 옷으로 무장을 한 채 숲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만끽하며 신나게 논다. 눈이라도 오는 날은 눈밭에서 뒹굴며 자연과 친구가 된다.

 

숲유치원 아이들은 오전 8시 반이면 청량산 아래 숲 속 도서관에 모인다. 이곳에 친구들이 다 모이면 9시에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산 속 어느 숲으로 갈지는 날마다 아이들끼리 상의해 스스로 목적지를 정한다. 숲까지는 1km 남짓한 거리지만 아이들에게는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숲까지 걸어가는 동안 처음 보는 벌레를 만나자 무엇인지 알아맞히기 놀이라도 하듯 가방에서 동물도감을 꺼내 벌레의 저마다 특징을 이야기하느라 여념이 없다.

 

장난감도 교구도 없는 숲유치원에서 아이들은 흙을 밀가루 삼아 물을 섞어 케이크를 만들기도 하고 자연 재료를 활용해 즐겁게 논다. 친구들과 뭐든지 만들어 놀면서 자란 아이들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월등히 발달한다. ⓒMBC
장난감도 교구도 없는 숲유치원에서 아이들은 흙을 밀가루 삼아 물을 섞어 케이크를 만들기도 하고 자연 재료를 활용해 즐겁게 논다. 친구들과 뭐든지 만들어 놀면서 자란 아이들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월등히 발달한다. ⓒMBC

 

벽도 지붕도 없는 숲이 바로 아이들의 교실이다. 숲유치원에는 교구나 교재가 없다. 단지 흙과 나무, 그리고 같이 놀 친구들만 있을 뿐이다. 아이들은 흙을 밀가루 삼아 물을 섞어 케이크를 만들기도 하고 자연 재료를 활용해 신나게 논다.

 

신나게 놀다 10시 반이 되면 아이들은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먹고, 배를 채운 후에는 다시 즐겁게 논다. 무엇을 하고 어떻게 놀지는 전적으로 아이들 마음에 달렸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스스로 알아서 해낸다.

 

숲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서강(여,7살) 양은 “놀이는 우리가 만들어요. 우리 스스로 놀 때는 규칙이 없어요. 그냥 자유롭게 놀면 돼요. 우리가 만든 놀이는 편한데 다른 사람이 저거해라 이거해라 그러면 좀 불편해요. 자기가 만든 놀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어요”라고 말한다.

 

흙 놀이는 아이들의 오감을 깨워주는 유익한 놀이다. 지난 2010년 미국 세이그대 도로시 매튜(Mattews) 박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흙 속에 다량 포함돼 있는 ‘마이코박테리움 박카이’라는 미생물이 우울증과 알레르기를 치료하고 학습능력도 높여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숲유치원 김은숙 원장은 “요즘 장난감들은 너무 정교하다보니 아이들이 굳이 머리를 쓰지 않아도 할 수 있고, 혼자 놀이할 수 있는 장난감이 많아서 친구들도 필요 없다”며 “반면 숲에는 정교한 장난감은 없지만 흙과 나무, 숲에 있는 모든 것들이 다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이 되고, 친구들과 함께 무엇이든 만들면서 놀 수 있다”고 말했다.

 

2010년 미국 세이그대 도로시 매튜(Mattews) 박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흙 속에 다량 포함돼 있는 ‘마이코박테리움 박카이’라는 미생물이 우울증과 알레르기를 치료하고 학습능력도 높여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MBC
2010년 미국 세이그대 도로시 매튜(Mattews) 박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흙 속에 다량 포함돼 있는 ‘마이코박테리움 박카이’라는 미생물이 우울증과 알레르기를 치료하고 학습능력도 높여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MBC

 

숲유치원이 활성화된 독일의 아이히발트 초등학교 페터헤프너 박사가 독일 전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일 년 이상 숲 유치원에 다닌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일반 유치원 졸업생들보다 다방면에서 높은 성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놀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인내심과 집중력, 사회성, 협동심이 발달하게 되고, 특히 장난감도 교구도 없는 숲유치원에서 친구들과 뭐든지 만들어 놀면서 상상력과 창의력이 월등히 뛰어나게 된 것이다. 독일의 경우 첫 숲유치원이 문을 연지 20년 만에 현재 전국에 1000개가 넘는 유치원이 운영 중이다.

 

한국뇌연구원장인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도 “감정과 본능이 충족이 되고 정서가 안정이 된 아이들은 지적인 활동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며 “유아시절에는 놀이가 뇌 발달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숲유치원 아이들이 처음부터 모두 숲에 적응했던 아니었다. 모두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기 때문에 처음엔 바닥에 앉는 것조차 망설이거나, 숲엔 장난감이 없다며 사오라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6살부터 숲 유치원에 다닌 조민상 군은 엄마 뱃속에서 일찍 나온 탓에 몸이 약해 한 달에 3주 정도는 병원신세를 져야 했고, 조금만 걷거나 뛰어도 코가 막혀 입호흡을 하기 때문에 힘들어 했다. 하지만 숲에 온지 2년 만에 호흡기 걱정을 던 것은 물론 산 정상까지 거뜬히 오르내리게 됐다.

 

민상 군의 어머니 심선영 씨는 “유치원에서 아이가 돌아오면 늘 옷에 흙먼지가 잔뜩 묻어오고 청소를 열심히 해도 아이 방 주변에는 늘 흙이 조금씩은 나온다”고 말하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옷이 더럽다는 것은 그만큼 신나게 놀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숲 유치원을 다니며 생긴 첫 번째 변화가 건강이라면 두 번째는 마음의 변화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끊임없이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인내심과 집중력, 사회성, 협동심이 발달하게 된다. ⓒMBC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끊임없이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인내심과 집중력, 사회성, 협동심이 발달하게 된다. ⓒMBC

 

숲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일반 유치원을 다니다 온 아이들이다. 서강 양도 5살 때는 일반 유치원에 다녔다. 엄마들 사이에 좋다고 소문난 유치원이었다.

 

아버지 서윤주 씨는 “유치원부터 경쟁하고 잘해야 하고 칭찬받아야 하다 보니 아이가 힘들어한데다, 심하게 겁이 많아 항상 손잡고 있어야 할 정도였다”며 “고민 끝에 숲 유치원을 찾아 가족이 이사를 온 후 2년 만에 아이가 놀랍게 변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서 씨는 “요즘 강이가 항상 하는 말이 ‘너무 행복해. 매일 매일이 행복한 일곱 살이야’라는 말이다. 정말 즐거워서 나오는 그 말을 들으면서 부럽기도 하다”며 “아이 덕분에 과연 나는 어느 순간에 내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서강 양은 “숲에 가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며 다시금 확인시켜 줬다.

 

자녀를 숲유치원에 보내는 부모들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숲유치원은 매일 부모들이 도시락도 싸야하고 유치원까지 직접 데려다 주고 데려와야 한다. 하원시간도 12시 30분으로 일반 유치원보다 이르다. 게다가 숲유치원은 대안유치원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정부의 보육료 혜택도 받을 수 없다. 

 

곧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시점에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크다. 윤설민 군의 어머니인 윤서정 씨는 “주변에서 ‘숲도 하루 이틀이지 무슨 2년씩 보내냐, 그러면 애가 학교 가서 공부는 하겠어? 가만히 앉아있기는 하겠어? 아니면 일반 초등학교에 갈 수는 있겠어?’ 하는 얘기들을 한다”며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에 대한 불안함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방송 말미에 “너에게 숲은 뭐야?”라는 질문에 대한 한 아이의 대답은 많은 생각을 하게끔 했다. “친구죠, 친구. 우리를 놀게 해주니까요.”

 

숲유치원에서의 마지막 날, 졸업생 아이들은 숲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고맙고 행복했다는 인사를 건넸다. ⓒMBC
숲유치원에서의 마지막 날, 졸업생 아이들은 숲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고맙고 행복했다는 인사를 건넸다. ⓒMBC

 

숲유치원에서의 마지막 날, 졸업생 아이들은 저마다 숲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편지를 썼다.

 

“봄에는 꽃 꺾어서 놀게 해줘서 고마워. 여름에는 앵두 따먹게 해줘서 좋았어. 가을에는 도토리로 요리놀이 했던 거 재밌었어. 겨울에는 썰매 타게 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눈싸움도 하게 해줘서 고마워.”

 

“숲유치원아 고마워. 나비와 잠자리, 다람쥐도 보여주고, 새소리도 들려줘서 고마워. 숲유치원에 다니는 동안 행복했었어.”

 

“이년동안 너는 나한테 좋은 곳이었는데 이제 너와 헤어질 시간이 되었구나. 그동안 내게 즐겁고 좋은 시간을 보내게 해줘서 고마웠어.”

 

한편 숲유치원은 지난 2008년 북부지방산림청이 서울과 인천 등의 국유림 6곳에 숲 유치원을 개소하면서 본격 도입됐다. 아이들이 매일 숲에 가는 유치원은 전국적으로 30여 곳이 운영되고 있다. 주1회 이상 숲에 가는 체험형 유치원도 100곳 이상 있고 점차 증가하고 있다. 산림청은 2017년까지 유아 숲 체험원을 300개소로 늘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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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667**** 2013-02-27 16:22:00
좋은 유치원
숲유치원 넘 좋네요~~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쳐주네요!!
저 몇일전에 날씨가 넘 좋아서 아파드놀이터를나갔는데 어떤 엄마가 8개월돤아가를 땅에다 편하게 기어다니고 노라고

cind**** 2013-02-27 00:34:00
아 정말 소름끼치게 부럽네요...
방송을 다시보기로 봐야겠어요..
아이들을 위해서 보내고 싶지만..
쉽게 이사를 결정할수 없는 현실이 참..마음아프네요...
숲유치원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덧글을

it**** 2013-02-26 18:37:00
숲은 친구~
우리 연두도 자연과 함께

jmhs**** 2013-02-26 00:16:00
맘스귀요미
숲유치원. 아이들에게 돈으로 살수없는 정말 고마운 교육인것 같아요.
저도 남들처럼 우리아이게 다른아이보다 뒤쳐지면 어떻하나.. 이런 고민을 할때도 있지만,
숲유치원처럼 책에서 공부하는것보다 자연

sy**** 2013-02-25 22:10:00
숲유치원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숲 유치원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아이들한테는 너무 좋을듯 해요 ~

다만 단점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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