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용지 2천장이 어린이집 신학기 준비물?
A4용지 2천장이 어린이집 신학기 준비물?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3.03.15 10:1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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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신학기 준비물에 속앓이하는 부모들 “부당해도 아이에 피해갈까 말 못해” 토로

한 어린이집에서 가정통신문으로 보낸 새학기 준비물품 목록. 지난 12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자녀의 어린이집 준비물 목록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다음 아고라
한 어린이집에서 가정통신문으로 보낸 새학기 준비물품 목록. 지난 12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자녀의 어린이집 준비물 목록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다음 아고라

 

“복사용지 A4(500매) 4묶음, 손에 묻지 않는 크레파스(18색) 1통, 싸인펜(12색) 1통, 색연필(12색) 1통, 딱풀(낱개 25g) 3개, 안전가위(유아용) 1개, 컬러종이컵(혼합색) 5개, 지점토(흰색) 3개, 양면색종이(200매) 1통, 물감(튜브형 200ml) 1통, 붓(15호) 1자루, 지우개(낱개) 5개, 네임펜(검정색) 2개, 유성매직(검정색) 2개, 8칸 공책(20장) 3권, 연필(12자루) 1통, 종합장(20매) 3권, 스케치북(20매) 2권, 클리어 화일(A4-40매) 1개, 물티슈(60매) 3팩, 두루마리화장지 12롤, 양치컵(손잡이 있는 것)·수건·칫솔·비누·치약 각 1개씩 구입해 준비해 주세요.”

 

한 어린이집에서 가정통신문으로 보낸 새학기 준비물품 목록이다. 지난 12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자녀의 어린이집 준비물 목록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어린이집은 각 원아마다 1년 동안 사용할 것이라며 이 물품 모두를 개인적으로 구입해 보내라고 가정에 전달했다.

 

◇ 정부 지원금 챙겨놓고 부모에게 각종 물품 요구

 

비단 이 어린이집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네이버 카페 ‘맘스홀릭베이비’를 포함한 각종 육아관련 커뮤니티와 다음 아고라 등에는 일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보육료 외에 추가로 요구하는 과도한 필요경비가 부당하다는 성토의 글이 넘쳐나고 있다.

 

“저도 29개월 아이 다니는 어린이집에 한 살림 보냈어요. 1년 치라는 말에 두루마리 12개, 물티슈 3개 로션, 칫솔 6개(1학기분), 치약 3개, A4 500매 1통, 개인물컵, 수건1장, 개인화일, 색연필12색, 크레파스 24색, 양면 색종이 5묶음, 딱풀 5개, 안전가위 이렇게 보냈어요.”

 

“어떤 곳은 쓰레기봉투까지 가려오란 곳도 있다던데, 아니 보육료는 받아서 다 어디다 쓰는 거랍니까? 그래도 국공립은 이런 곳이 별로 없다는데…. 이래서 국공립을 선호하나 봐요.”

 

“무상이면 뭐하나요? 지원 더 받는 만큼 요구하는 게 더 많은데…. 특별활동비다, 견학비다, 뭐다 허리가 휘청하네요. 거기다 물품까지…. 한숨만 나와요.”

 

“부당하다 생각하면서도 다들 그렇게 하나보다 해서 보냈네요. 꼭 관리부처에 전화를 해야만 돌려주는 건가요? 어린이집에서 부모를 우습게 보는 것 같아 화가 나네요.”

 

이미 기본 보육료와 특별활동비, 현장학습비 등을 수납한 부모들이 이런 물품들까지 다 준비하는 게 맞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준비물은 부모의 몫이 아니다. 크레파스, 스케치북 등의 교구나 화장지, A4용지 같은 사무용품, 우유값, 간식비 등은 모두 기본 보육료에 포함돼 있다.

 

◇ 어린이집에 항의 못하는 부모들

 

그러나 부모들이 해당 기관에 시정을 요구하거나 항의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부모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어린이집을 옮기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혹여라도 자신의 아이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괜히 말 꺼내서 기분 나빠하면 어떡해요. 아이 맡기는 건 저니까 그냥 다 주고 논란 만들지 않겠어요.”

 

이렇듯 상당수 부모들은 과도한 준비물에 대해서는 부당하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선뜻 나서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다음 아고라에는 ‘보건복지부에 바랍니다. 어린이집 수납한도액 외 부당요구 개선 및 불법 처벌’이라는 청원글까지 올라왔다. 
 
청원을 올린 닉네임 ‘MIRO’를 사용하는 누리꾼은 “어린이집에서 개인용품 외에 학습교구, 기관비품까지 현물 준비물들을 가져오라고 너무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부모들이 이에 대해 문의하면 고압적인 태도로 돌변하고, 또 민원을 넣으면 어떻게 알았는지 그 아이의 신상과 부모의 신상이 공개돼 다른 어린이집으로 이전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글쓴이는 ▲모든 어린이집 보육료 사용내역 공개를 의무화 ▲전국 모든 어린이집 보육료 사용내역 및 부당요구 실태 조사 ▲민원 제보자의 신변 보호 및 보장 ▲전국 어린이집 원장들과 보육교사들을 대상으로 불법사항을 정기적으로 교육 ▲어린이집 수납한도액 외 부당요구(현물요구) 개선 및 불법 자행한 어린이집과 유치원 처벌 등을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 잡부금품 수납 원칙적으로 금지

 

보건복지부의 『2013 보육사업 안내』 지침에 따르면 보육료를 제외한 여타 잡부금품 수납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다만 입소료, 현장 학습비 등 불가피한 필요경비는 당해 시도지사가 정한 수납한도액의 범위 내에서 수납할 수 있다.

 

보육료에는 인건비, 교재교구비, 급식비 1회, 간식비 2회, 관리운영비(난방비, 공공요금 및 제세공과금, 사무용품비 등)이 포함돼 있다.

 

보육료 외 추가로 어린이집에서 징수할 수 있는 필요경비란 보육료에 포함되지 않는 현물의 구입비용과 통상적인 보육프로그램에 속하지 않는 특별활동·현장학습에 드는 실비 성격의 비용을 말한다. 입학금(상해보험료, 피복류구입비), 특별활동비, 현장학습비, 차량운행비, 행사비, 아침·저녁 급식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외의 비용 항목을 어린이집의 원장이 보호자에게 수납하는 것은 영유아보육법 위반이다.

 

특히 개인용 소모품비의 경우는 어린이집 이용 영유아가 공통적으로 이용하는 물품이 아닌 해당 영유아(주로 영아에 해당)가 개인의 신체적 특성에 따라 필요하거나 특별히 선호하는 물품(물티슈, 기저귀, 분유 등)을 보호자와 협의해 현물로 받을 수 있다.

 

인천광역시청 보육 관계자는 “필요경비라는 게 표준이라는 게 없다보니 일부 어린이집에서 간식이나 화장지, 크레파스 같은 것도 준비해 오라고 하는데 이는 부모들에게 이중 부담을 하게 하는 것”이라며 “물티슈, 분유, 기저귀도 원래는 보육료에 포함시켜야 맞는데 개인 선호가 강한 물품이다 보니 개별적으로 준비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각 지자체에서 어린이집별로 지도 점검을 하고 있고 필요경비 불법 수납이 확인되는 경우 경중에 따라 어린이집에 바로 행정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보육료 등을 한도액을 초과해 받은 경우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해당 어린이집에 시정 또는 변경을 명하도록 돼 있다. 만약 이를 어길 시 1년 이내의 어린이집 운영정지를 명하거나 어린이집의 폐쇄를 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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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a**** 2013-03-23 01:05:00

어린이집 생활 물품중 준비대상이 있어요.
치약, 칫솔, 물티슈, 수건, 로션 이런 개인용품은 보내는것이 맞아요
그러

qkrdbs**** 2013-03-16 08:24:00

정말이에요? 헐.. 전 아직 얼집 보내지 않

wo**** 2013-03-15 17:35:00

헐.. 우리 유치원은 아무것도 아니네요.
도대체 원비로는 뭘하는건지.

runas**** 2013-03-15 15:19:00

우리 어린이집도 그랬어요...사실 다들 그런가보다 하고 냈는데 한살림 보내면서 좀 찝찝한 기분은 있었는데 역시 문제가 되는사항이였군요.
저희어린이집은 달달이 12만원씩 냈었는데 이번해에는 입학할때만 저런 준비물 보내라

pe**** 2013-03-15 12:27:00

아니 뭐 이런..
무서워서 어린이집은 커녕 홈스쿨링이 맘편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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