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만든 SK와 애경이 무죄라면, 누가 죄인인가"
대법원,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에 무죄 선고
수천명의 인명피해를 낸 가습기살균제를 만들고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에 대해 대법원이 항소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대한민국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폐섬유화 등의 폐질환에 걸린 사건이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2020년 밝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의 사용자는 약 627만명으로 추정된다. 국민 10명 중 1명이 사용한 것이다. 특별법에 따라 총 7977명이 피해신고자로 접수되고, 2024년 11월 기준 1883명이 사망했다. 신고된 피해자는 전체 피해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독성물질 흡입에 따른 새로운 피해와 피해자가 매일 새롭게 드러나는 상황이라고 사참위는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들 기업에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 중 상당수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옥시레킷벤키저 등 여러 회사의 가습기 살균제를 함께 사용한 ‘복합 사용자’였는데, SK케미칼·애경산업의 가습기살균제(CMIT/MIT)와 옥시 등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PHMG/PGH)는 전혀 별개의 상품이기 때문에 이들을 공동정범으로 묶어서 처벌할 수 없다"는 것.
가습기살균자피해자 등으로 구성된 재난참사피해자연대는 26일 성명을 발표해 "대법원이 가해기업에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했다.
연대는 "가해 기업들은 가습기살균제의 주 원료가 상이하다 하더라도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동일 용도의 유사제품들을 앞다퉈 제조, 판매하여 가습기살균제 시장을 확대해 가며 공동의 이익을 창출해왔다"라며 "피해자들은 정부가 허가한 가습기살균제라는 동일 용도의 제품을, 그것도 국내 유수의 대기업 제품을 사용하였고 다수는 여러 회사 제품을 사용한 복합 사용자들이라는 점에서 특정 기업의 제품만으로 특정 피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연대는 "마치 누군가는 둔기로 때리고 누군가는 칼로 찔렀는데 서로 사전에 의논하지 않았고 방법이 다르다고 공동정범이 아니라는 것과 같은 논리"라는 지적이다.
또한 "피고 기업이 제품 출시 전 충분한 안전성 검사를 했다면 온 국민이 생체실험 대상이 되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후관리라도 제대로 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라고 주장, "외국에선 사용금지대상인 것을 세계최초라며 판매를 허용한 정부와 무지한 정부를 방패로 국민의 생명을 대가로 이윤을 챙긴 악덕 기업에 면죄부를 준 대법원판결이 과연 헌법정신에 부합하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대는 아울러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공소시효가 7년이라는 점에서 일부 가해기업의 범죄는 공소시효 만료로 사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며 "가습기살균제 제조 판매사들이 죄가 없다면 도대체 누가 책임을 져야 한단 말이냐"고 호소했다.
한편 재난참사피해자연대는 2.18대구지하철화재참사, 4.16세월호참사, 6.9 광주학동참사, 7·18공주사대부고병영체험학습참사, 가습기살균제참사, 삼풍백화점붕괴참사, 스텔라데이지호침몰참사, 씨랜드청소년수련원화재참사, 인천인현동화재참사 피해자들이 함께 활동하는 연대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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