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는 음식과 복용 중인 의약품이 서로 맞지 않을 경우 의약품과 음식의 상호작용으로 약효가 감소하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먹는 의약품이 평소에 먹던 음식 때문에 되레 몸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약품을 먹을 땐 어떤 음식을 주의해야 하는지 미리 알아둬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의약품 안전사용 매뉴얼'을 통해 한국인이 자주 복용하는 의약품과 상호작용을 하는 음식들을 살펴봤다.
◇ 감기약·해열제와 우유 같이 먹지 마세요
우유에 든 칼슘은 의약품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막아 약효를 저하시키므로 해열제, 소화제, 감기약과 우유는 함께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제산작용을 하는 위장약과 우유는 함께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우유는 칼슘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제산작용을 하는 수산화알루미늄겔 및 수산화마그네슘 성분이 우유의 칼슘과 반응해 혈액 속의 칼슘 수치를 급격히 높일 수 있다. 혈중 칼슘 수치가 높아지면(고칼슘혈증) 구토, 식욕부진, 변비, 졸음, 다뇨와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테트라사이클린과 같은 항생제는 우유의 칼슘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킬레이트라 불리는 착염을 형성해 항생제의 체내 흡수를 방해해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의약품 복용 전에는 우유나 유제품의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위에서 녹지 않고 장에서 녹아 약효를 내도록 코팅된 장용성 제형 변비약은 우유가 이 코팅약을 위에서 녹게 해 위장장애를 일으키거나 약효를 저하시킬 수 있다.
◇ 양배추와 해열제 같이 먹지 마세요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해열제는 중추신경에 작용해 혈관을 확장시켜 열을 체외로 내보내어 약효를 나타낸다. 양배추나 양상추 등의 야채에 함유된 성분은 간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을 대사하는 효소를 활성화시켜 아세트아미노펜을 오줌으로 배출되도록 해 약효를 감소시킨다. 따라서 아세트아미노펜이 함유된 감기약도 양배추 등의 야채와 함께 먹으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 기름진 육류와 무좀 치료제 같이 먹지 마세요
육류는 종류에 따라 몸을 차갑게 또는 뜨겁게 만들 수 있는데(돼지고기, 오리고기는 차가운 성질을 지니며, 소고기와 닭고기는 뜨거운 성질을 지님) 육류 섭취로 몸이 차가워지는 경우엔 소화기능이 저하돼 약효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반대로 몸에 열이 많아지면 각종 염증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그리세오풀빈 성분의 무좀 치료제는 지방이 많이 포함된 기름진 음식과 같이 복용할 경우 간장애가 올 수 있다. 그리세오풀빈은 지용성 성분으로 지방이 많은 음식과 함께 복용하면 담즙의 작용이 강해지고 그리세오풀빈의 흡수율이 현저히 높아져서 간장애 및 신장장애와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 고혈압 치료제와 자몽같이 먹지 마세요
펠로디핀, 암로디핀 등의 성분인 고혈압 치료제 또는 니페디핀 성분의 협심증 치료제는 자몽을 함께 복용하면 자몽에 함유돼 있는 나린진 성분이 이 의약품들을 대사하는 효소의 활동을 억제해 의약품 혈중농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 따라서 약효가 강하게 작용해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지고 현기증, 빠른맥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함께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 약 먹을 땐 술 마시면 안 돼요
모든 의약품은 술과 함께 복용해서는 안 된다. 술에 들어있는 알코올 성분이 대부분의 의약품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항생제와 술을 같이 먹었을 때 구토를 일으킬 수 있고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우울제 등은 심박동과 호흡을 저하시킬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라니티딘염산염 성분의 위장약을 복용 후 알코올을 섭취하면 알코올의 작용이 강해져 혈압이 확장된다. 그 결과 위벽에서 출혈이 일어나거나 위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
혈압약을 술과 함께 복용하면 알코올이 혈관을 확장시킬 수 있으므로 의약품의 효능이 높아져서 갑자기 혈압이 떨어질 수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매일 세잔 이상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이 복용할 경우 간 손상이 유발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