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하면 ‘먹튀’... 헬스·필라테스 순 소비자 피해 많아
허영 국회의원 "소비자에게만 위험 전가되는 구조... 공정위 관리·감독 강화 시급"
헬스장, 필라테스 등 체육시설을 비롯해 미용실, 학원, 상조서비스, 의료기관 등에서도 폐업으로 인해 선불금을 돌려받지 못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할인 이벤트나 횟수 추가 혜택을 내세운 선결제 관행 때문에, 업체가 문을 닫으면 소비자가 선불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일부 업종에만 적용되는 선불금 보전 표준약관 때문에, 대부분의 업종에서는 소비자 보호 장치가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실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허영 더불어민주당(춘천철원화천양구갑) 국회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아 14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소비자원에 접수된 폐업 관련 선불거래 피해 구제 신청 건수는 총 987건, 피해 금액은 2억 1295만 원에 달했다. 이는 정식 접수된 건만 집계한 수치이기 때문에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할부거래법을 근거로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에게 선수금 일부를 보전하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상조·여행업을 제외한 업종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피해금액의 규모를 업종별로 보면, 체육시설업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이 중 헬스장(351건)과 필라테스(334건)의 피해가 대부분을 이루며, 요가와 골프순으로 이어졌다. 또한 학원(83건·2538만 원)과 상조서비스(72건·2360만 원)의 피해도 상당했다. 특히 일부 상조회사는 폐업 후 선불금을 아예 돌려주지 못하거나(아이넷라이프), 법정 기준의 15%만 환급한 사례(드림라이프)도 확인됐다. 미용실(43건·888만 원)과 의료(8건·228만 원) 분야도 피해가 적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올해 초 휴·폐업 14일 전 사전 통지 의무와 보증보험 가입 내용 고지 등을 포함한 체력단련장 표준약관을 개정했다. 하지만 체육시설 외 업종은 여전히 표준약관이 없어,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가 사실상 마련돼 있지 않다.
참고로 소비자는 사업장 폐업이나 채무불이행에 대비해 20만 원 이상 결제 시 3개월이상 신용카드 할부 결제를 이용하면 ‘할부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업장이 현금 결제 시 할인 혜택을 내세워 현금 결제를 유도하고 있어 소비자들은 실질적으로 이 제도를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허영 의원은 “헬스장, 필라테스, 학원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업종에서 선불금 결제가 관행처럼 이어지며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며 “업자가 폐업하면 돌려받을 길이 없어 소비자에게만 위험이 전가되는 구조인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의 관리·감독 강화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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