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안은선 기자】
무상으로 지원해야 할 서비스의 내용과 범위를 설정하지 않은 채 원칙 없이 무상보육 목표를 추구해 각종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윤희숙 연구위원 등은 20일 발간된 ‘KDI 포커스’에 실린 ‘보육·유아교육 지원에 관한 9가지 사실과 그 정책적 함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정부 보육예산(지방정부 분담분 50.6% 제외)은 2003년 약 3000억 원에서 2013년 4조 1400억 원 수준까지 올라 10년간 13배 이상 증가했다. 유아교육예산 역시 2005년 6378억 원에서 연 25.8%씩 증가해 2013년 약 4조원에 이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0~5세 전체 아동에게 하루 12시간(주 68시간)의 보육을 보장하고 있다. 다른 OECD 국가에서 전 국민 대상 무상지원의 범위를 설정한 후, 모(母)의 취업 여부와 소득계층을 기준으로 차등 지원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12시간의 어린이집 이용을 무상으로 보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늦게 아이를 데려가는 취업모를 어린이집이 역차별하는 부작용도 초래했다.
이처럼 무상보육에 대한 뚜렷한 원칙 없이 재정지원이 급증한 결과, 우리나라는 OECD 32개국 중 0~2세 자녀를 둔 여성의 취업률(33.2%)이 보육시설 이용률(48.7%)보다 낮은 유일한 나라가 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한 정부의 부실한 감독과 보육·유아교육 서비스 품질관리 미흡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재정지원 확대로 보육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를 만족시키기 위한 공급 역시 증가했다. 시장에 진입하기만 하면 공적지원이 보장되는 구조이다 보니 아동학대, 부실급식, 열악한 교사처우, 부정수급, 회계부정 등 서비스 질 문제가 불거지고 이용자 만족도도 낮다는 지적이다.
윤희숙 연구위원은 “최근 5년간 어린이집의 수는 연평균 2300여 개씩 증가했지만 이 과정에서 서비스질을 모니터하고 개선시키는 시스템 정비 노력은 공급 증가를 따라잡지 못했다”며 “여기에 더해 재정지원에 따른 수익률을 기대한 공급자들이 대거 진입해 강력한 이해집단을 형성한 것 역시 질 관리 강화 노력의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회가 무엇을 지향하는지에 대한 방향의식으로 그 궁극적인 지향점에 비추어 사회경제적 제도들이 조율되고 배치돼야 한다”며 “다음 세대를 잘 양육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내용과 방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보육지원을 양육수당과 시설보육 두 가지 양자택일 방식에서 벗어나 단시간의 시설이용과 양육수당의 일부를 결합한 형태가 주어진다면, 부모의 욕구를 만족시키면서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라며 “무상지원이 ‘방만한 지출’이 되지 않도록 공적지출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조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