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린이집 건물에 성범죄자가 산다고요?
우리 어린이집 건물에 성범죄자가 산다고요?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3.09.11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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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 국민 알권리” VS “대책 없는 대책”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저희 시에만 성범죄자가 15명이 사네요. 그중 아동, 청소년 성범죄자가 7명입니다. 가까운 곳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산다니 정말 소름 돋아요. 정말 무서워서 딸을 어떻게 낳아 키워야 할 지···. 뱃속에 있는데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성범죄자들 신상정보에 나온 주소를 쳐서 위치를 확인해보니 길 건너편이랑 슈퍼 뒤쪽이라 너무 무서워요.”   

 

“집 주소, 형벌, 공개년도 등 자세하게 나왔더라고요. 만약 그 집 옆에 살면 굉장히 무섭고 찝찝할 거 같아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www.sexoffender.go.kr)나 성범죄자 신상정보공개 우편을 확인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육아커뮤니티에 올린 반응들이다. 모든 엄마들이 성범죄자가 집 주변에 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는 무섭다는 반응을 보였다.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아동, 여성 대상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는 인터넷을 통해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또한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읍·면·동)의 아동·청소년 보호세대와 어린이집, 학교 등에 우편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우편으로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받는 대상은 ▲성범죄자와 동일한 관할구역에 거주하는 아동·청소년의 친권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있는 가구 ▲어린이집의 원장 및 유치원 장 ▲학교의 장 ▲읍·면사무소와 동주민자치센터의 장 ▲학교교과교습학원장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수련시설의 장이다. 또한 읍·면사무소 또는 동 주민자치센터 게시판에는 30일간 공개대상자의 정보가 게시된다.  

 

이 같은 제도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로 하여금 미리 성범죄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상정보에는 성범죄자의 성명, 나이, 주소 및 실제거주지, 신체정보(키·몸무게), 사진, 등록대상 성범죄 요지, 성폭력범죄 전과사실(죄명 및 횟수), 전자장치 부착 여부가 포함돼 있다.  

 

◇ “동네에 사는 성범죄자, 어찌하면 되나요?”

 

하지만 성범죄자들의 신상을 파악한 부모들은 불안감만 커질 뿐이다. 어린 딸을 키우는 A 씨는 “곧 딸을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에 검색해봤더니 생각보다 많다. 미리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만 정말 남편 말대로 자전거 타고 아이 뒤를 졸졸 따라다녀야 할 것 같다. 딸 가진 엄마로서 요즘 세상이 너무 흉흉하다”고 토로했다. 주부 B 씨도 “우리 집 근처 반경 1km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데, 자주 가는 곳이라 심난하고 무섭다. 밤이건 낮이건 항상 큰길로 다니고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범죄자의 신상을 파악한 부모들이 불안하다고 성범죄자에게 이사를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 성범죄자 신상정보는 성범죄의 우려가 있는 사람을 확인할 목적으로만 사용돼야 한다. 만약 열람·확인한 정보를 신문·잡지 등 출판물, 방송 또는 정보통신망에 공개하거나, 공개정보를 수정, 삭제하는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공개된 정보를 사용해 공개대상자의 고용, 주택 또는 사회복지시설의 이용이나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등의 경우에서 차별한다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공연히 범죄 사실을 적시하거나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할 경우에도 법의 처벌을 받게 된다. 

 

이렇다보니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 건물과 가까운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은 더욱 심란하기만 하다. 한 엄마는 “우리 바로 옆 단지에 성범죄자가 산다. 그 단지에 있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데 완전 불안하다. 선생님들이 잘 챙기겠지만 놀이터에 나갈 때 성범죄자랑 마주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엄마는 “미성년자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를 사람이 우리 동네 어린이집 두개를 코앞에 두고 산다. 그 중 한 어린이집에는 우리 딸이 다니는데 걱정돼서 살 수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실제 성폭력 상담 기관에도 이 같은 불안함을 호소하고 엄마들의 상담이 줄을 잇고 상황이다.

 

이향숙 M&V Story 청주성교육센터장은 "성범죄자 신상을 확인한 엄마들이 '불안해서 살 수 없다'는 문의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어린이집 건물에 성범죄자가 산다!

 

같은 동네를 넘어서 같은 건물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을 경우에는 여간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건물에 아동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 경우라면 학부모나 어린이집 유치원 관계자로선 더욱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본지가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분석해본 결과, 실제 서울의 한 상가 건물에 어린이집과 아동 성범죄자가 같이 세 들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층과 3층에 어린이집이 위치하고 있다면, 1층에는 성범죄자가 살고 있었다. 주소지는 같고 층수만 다른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지 어린이집 측에 문의해보니 이 어린이집 측은 같은 건물에 아동 성범죄자가 산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답변했다.
 
성범죄자의 거주지는 아이들이 어린이집 차량을 타고 내리는 바로 그곳. 아침저녁 성범죄자가 문만 열면 아이들의 등·하원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린이집과 이웃하고 있는 성범죄자는 2011년 10세 미만 여아를 강제 추행해 징역을 선고받고 신상정보공개명령 5년을 선고받은 사람이다. 20여년을 함께 지낸 이웃집이기에 해당 어린이집 측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집 대표 C 씨는 “(그 사람이) 실제 거주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 마주칠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C 씨는 “자동차 안전사고나 유괴 등을 방지하기 위해 아이들이 차타고 내리고 할 때는 늘 아이들을 모아서 원으로 데리고 오는 등 신경을 써왔다. 건물 계단에도 CCTV를 다 설치했다”면서도 “아이들이 어린이집 밖으로 나가거나 개인행동할 일은 없지만 아동성범죄는 굉장히 예민하고 무서운 만큼 좀 더 신경을 써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어린이집 측은 우편으로도 성범죄자 정보에 대해서 받아본 적이 없었다. 어린이집 대표 C 씨는 “주변에 성범죄자가 산다는 우편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2012년 3월부터 어린이집, 학교 등에 신상정보를 고지하기 시작했다. 해당 어린이집의 경우는 그 이전의 경우이기 때문에 고지 대상에 해당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며 “성범죄자 알림e로 들어가면 성범죄자의 상세 주소까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성범죄자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 “국민 알권리” VS “대책 없는 대책”
 
성범죄자 얼굴과 주소지를 확인한 다음 조치할 수 있는 게 딱히 없다는 점은 부모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여성가족부는 ‘성폭력범죄 예방 요령’으로 ▲‘휴대전화 단축번호 0번에 112을 입력해 긴급 상황 발생 시 활용한다’ ▲‘어둡고 한적한 밤길은 위험하므로 야간 외출을 삼가고 불가피할 경우 가족들이 마중 나오도록 한다’ ▲‘외출·취침 시 문단속을 생활화한다’ ▲‘낯선 방문객은 문 열기 전에 반드시 확인한다’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신체접촉이 있을 시 분명하게 거부의사를 표시하고 적극적인 신고의지를 보인다’고 안내하고 있을 뿐이다.
 
아이를 키우는 한 엄마는 “지나가다가 성범죄자를 만나기라도 하면 어떡해야 할지, 이사를 가야할지, (아이에게) 호신용품이라도 쥐어줘야 할 지 별 생각이 다 든다”며 “최소한 유치원, 학교 주변에는 살지 못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법무부 관계자는 “신상정보공개제도는 ‘성범죄자가 살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취지로 마련됐다. 성범죄자라는 이유로 주거지에서 배제시키거나 직장에서 쫓아낼 순 없다. 그렇게 하게 되면 차별하는 분에게 제재가 가해진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도 “성범죄자가 어디에 거주하는지 최대한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알려드릴 뿐”이라고 말했다.


단, 성범죄자 취업에는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는 아동·청소년 대상 또는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 받아 확정된 자는 형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유예·면제된 날로부터 10년간 어린이집 등 아동·청소년 관련 교육기관 등을 운영하거나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에 대해 “신상공개만 하고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기 때문에 모르는 게 약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전형적으로 대책 없는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오 국장은 “성범죄자 대책은 즉흥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부작용을 함께 검토하면서 치밀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현 제도는) 불안감만 가중시킬 뿐 실제 아이 엄마나 시민들에게 도움이 안 되는 제도”라며 “단순한 정보공개를 넘어 안전장치가 있을 수 있도록 전면적인 보완과 수정을 통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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