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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제로 시대, 국산 우유가 흔들리면 식탁도 흔들린다

국산 신선우유 경쟁력의 핵심은 ‘시간’… 생산부터 소비까지 이어지는 짧은 유통 구조가 식량 공급 안정성 뒷받침

yj.lee@ibabynews.com

유통기한이 1년에 이르는 수입산 멸균우유는 운송·통관 과정만 평균 3개월 이상이 소요되지만, 이러한 유통 구조를 소비자가 자세히 알기는 어렵다. 다양한 선택지가 늘어난 만큼 시장은 확대됐지만, 국산 신선우유의 기반은 점차 압박받고 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내년부터 미국과 유럽산 유제품 관세가 FTA에 따라 전면 철폐된다. 이미 수년 전부터 관세가 단계적으로 인하되며 수입산 유제품의 국내 진입은 꾸준히 늘어왔고, 특히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수입산 멸균우유의 수입량 증가가 두드러진다. 

유통기한이 1년에 이르는 수입산 멸균우유는 운송·통관 과정만 평균 3개월 이상이 소요되지만, 이러한 유통 구조를 소비자가 자세히 알기는 어렵다. 다양한 선택지가 늘어난 만큼 시장은 확대됐지만, 국산 신선우유의 기반은 점차 압박받고 있다. 

관세 제로 시대가 본격화되는 지금, 국내 우유산업은 가격 경쟁력이라는 단편적 기준만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안정적인 공급망과 식량안보라는 더 큰 과제가 자리하고 있다. 

멸균우유 수입량 증가 추이를 보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뚜렷하다. 2020년 약 1만 1,500톤이었던 멸균우유 수입량은 2024년 4만 8,000톤대로 급격히 증가했다. 반면 국내 유제품 자급률은 45%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관세가 완전히 사라지는 2026년 이후 수입 제품의 시장 점유가 더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 요인에 민감한 글로벌 식량시장 속에서 안정적 공급 기반을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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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우유의 가격 구조가 생산비에 따라 자동으로 오르는 것처럼 인식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생산비 연동제는 2023년 개편됐다. 원유가격은 생산비와 수급 상황을 함께 고려해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지난해 물가가 상승했음에도 원유가격이 동결된 상황에서 사료비와 에너지 비용은 지속적으로 올랐고, 통계청 조사에서도 우유 생산비가 리터당 1,018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연천의 한 낙농가는 “사료값과 자재비가 크게 올랐지만 원유가격은 그대로라 부담이 크다”고 말했고, 충남의 한 낙농가는 “시설 투자 비중이 큰 산업 특성상 부채 부담도 적지 않지만 국민 기본 식품을 책임지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국내 낙농가는 생산성 개선과 품질 고도화에 꾸준히 힘을 쏟고 있다. 유전체 기반 평가 도입으로 우수 젖소 선발 기간을 크게 단축했고, 국내 홀스타인 젖소의 연간 산유량은 1만kg을 넘으며 세계적인 수준을 기록한다. 국산 원유의 위생 기준 또한 매우 엄격해 덴마크와 같은 낙농 선진국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독일·네덜란드보다 기준이 더 높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수준의 품질을 갖춘 국산 신선우유가 종종 가격 위주의 비교만으로 평가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국산 신선우유는 착유 후 약 2~3일 만에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반면, 수입산 멸균우유는 해외 생산과 멸균 공정, 해상 운송, 통관 및 국내 물류를 거치며 평균 3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많은 소비자가 잘 모른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진행한 ‘우유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도 20~30대의 70% 가량이 이러한 유통 구조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을 우선하는 젊은 세대의 선택이 단순한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 접근성 부족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이승호)는 “수입산 멸균유는 장기 보관이 가능하지만, 오래 걸리는 운송과 통관 과정으로 신선도 측면에서는 신선우유와 비교할 수 없다”며 “국산 신선우유는 생산에서 소비자 식탁까지 약 3일이면 도달하는 만큼, 두 제품은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가 우유를 선택하는 기준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신선함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는 비율이 높다는 조사 결과는, 국산 신선우유의 경쟁력이 결국 ‘시간’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입산 멸균우유와 달리 짧은 시간 안에 생산에서 소비까지 이어지는 구조는 단순한 품질 요소를 넘어 국가 식량 공급 체계의 안정성을 지탱하는 힘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시장 경쟁에서 필요한 것은 가격만이 아니라, 각각의 제품이 어떤 과정과 시간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지를 소비자가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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