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이명박 정부의 여성정책으로 여성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가정’이 대체하고 있다. 2011년부터 시행되는 2차 저출산기본계획에 따르면 일-가정 양립을 위한 보육정책의 공공성이 후퇴되고 있다. 기본계획에는 여성의 노동권보다 모성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다산’만 강조하는 것이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주최로 열린 ‘이명박 정부 3년의 여성정책 평가 및 향후과제’ 세미나에서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전 상임대표가 기조발제를 통해 현 정부의 여성정책에 대해 이 같이 지적했다.
남 전 상임대표는 “양질의 여성일자리 정책, 비정규직 여성일자리 축소,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모성보호 적용 확대, 육아휴직 급여 및 적용대상 확대,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방안 제도화,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 및 무상보육 전면 실시에 따른 민간보육시설 공적 규제 장치 마련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조발제에 이어 성인지 정책(남녀 성차별 개선), 여성 일자리, 여성 인권(성폭력), 가족 정책에 대해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나와 그동안의 정책을 평가하고 향후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이 펼쳐졌다.
특히 가족 정책과 관련해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명박 ‘실용정부’는 가족정책에 대해서 반여성적이다. 2008년 출범과 함께 업무수행의 효율성의 목적으로 여성가족부를 해체하고 보육과 가족업무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했다. 2년 후인 2010년 3월에는 아동과 보육업무는 보건복지부에 남겨두고 가족업무만 여성가족부에 다시 이관했다”며 “정책이 아닌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송 교수는 “현 정부는 가족관련 정책을 ‘업무’로 단편화하고 복지정책의 하위분야로 배치했다. 단지 출산하고 양육하는 업무로 보육을 접근했다. 즉, 여성정책과 가족정책의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고 가족(보육)업무를 여성정책에서 분리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족정책 원칙이 상실된 상태로 보육예산만 이명박 정부 출범 후 2008년 1조 4,200억 원에서 2011년 2조 4,800억 원으로 증액됐다. 보육예산 대부분이 ‘영유아보육료 지원’이 차지하고 있는데, 물론 양육부담을 느끼는 가족들에게 현상적으로 도움을 주겠지만 보육구조 개선 없이 보육료만 지원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송 교수는 “보육의 공공성 강화, 국공립 보육시설 30% 확충을 위한 노력부터 해야 한다. 보육의 공공성이나 성별공유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양육수당과 돌봄서비스의 도입은 보육의 가족화, 여성화 레토릭(수사학)을 강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일-가정 양립을 위한 육아휴직, 산전후 휴가, 직장보육시설 등의 제도는 이용할 수 있는 대상자가 안정된 직장이나 정규직 노동자로 제한돼 있어 대다수의 여성 노동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반쪽짜리 정책이다. 또한, 일-가정 양립 정책이 여성에게만 한정돼 있다는 것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송 교수는 “저출산 탈피를 위해 아이를 낳고 싶도록 환경을 조성해야지 아이를 많이 낳도록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어떤 권한도 국가에는 없다. 또 다자녀 가구에 대한 사회적 인센티브는 오히려 고소득층을 위한 역진적 성격의 정책이다. 이러한 도구주의적 접근은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송 교수는 “한부모, 미혼모 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배제 없이 대우받을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말했지만, 현실화하는 방안이 없다. 다양한 가정에 대한 내용을 선언만 하지 말고, 포용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대책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 교수는 “가족 정책을 복지적 차원으로 제한하지 말고 보편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수요자 욕구에 부합하는 보육 공공성 확대, 보편적 아동수당 도입과 양육수당 제도화 철회, 저소득층을 포함할 수 있는 일-가정 양립 정책, 저출산 대책을 위한 통합조정기구, 다양한 가족에 대한 사회적 통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문가들의 각 분야별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소통 창구가 없다. 정부가 국민과 소통을 하면 더욱 현실적인 대책들이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말할 곳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하자, 최영희 여성가족위원장은 “민원이라도 잘 제기해주시면 국회에서 이를 수렴해 정부에 전달하겠다.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려달라”고 답했다.
맞습니다..
다산만 강조할 게 아니라 낳아서 키우는 데 부다스럽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줘야겠지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