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은 윤석열 정부에서 갑자기 등장한 정책이 아니다. 이미 여러 정부와 정치권이 필요성을 인정해온 국가적 과제이며, 사회적 논의와 정책적 합의 역시 상당 부분 축적되어 왔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20대 대선에서는 ‘유보통합위원회 구성과 단계적 통합 추진’을 공약했고, 21대 대선에서는 ‘정부책임형 유보통합 추진’을 공식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리고 현재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에 ‘정부책임형 유보통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유보통합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실행 단계까지 갔지만 다시 멈춰선 유보통합
윤석열 정부 시기인 2023년 12월의 정부조직법 개정은 유보통합 추진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던 영유아 보육 업무가 교육부로 이관되었고, 정부는 유보통합을 국가 차원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교육부는 유보통합추진단을 구성·운영했으며, 2024년 6월 27일에는 유보통합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현장은 혼란 속에서도 기대를 가졌다. 분야별 연구진과 정책 협의체가 구성되었고, 자격체계·재정·행정체계·교육과정·기관 운영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공청회와 논의도 이어졌다. 일부 첨예한 과제는 남아 있었지만, 적어도 큰 방향에서는 정책 구조와 사회적 논의가 정리되어 가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현장이 체감하는 현실은 기대와 거리가 있다. 2024년 말 이후 유보통합 추진은 속도를 잃은 듯 보인다. 통합의 실질적 진전을 기대해왔던 현장에서는 최근 구체적인 실행 일정과 단계별 로드맵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의구심과 답답함, 불안감도 점차 커지고 있다.
◇ 중앙은 교육부, 지역은 여전히 지자체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중앙정부 차원의 업무 이관만 이루어진 채 지역 행정체계는 여전히 과거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현재 중앙부처 차원에서는 보육 업무가 교육부로 이관되었지만, 지역에서는 여전히 지자체가 어린이집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교육청으로의 이관 시기와 방식, 단계별 추진 계획도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 즉, 중앙은 교육부 체계로 바뀌었지만 지역은 여전히 이원화된 구조에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유보통합이 안정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 정책 결정 체계와 지역 실행 체계가 서로 분리되어 있고, 현장에서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체감하고 있다.
◇ 컨트롤타워 부재 속 반복되는 시범사업 중심 정책
그 결과는 이미 현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교육과 보육의 장기 비전보다는 단기 시범사업 위주의 정책이 반복되고 있고, 정책 방향성에 대한 혼란 역시 커지고 있다. 어떤 사업은 교육부, 어떤 사업은 지자체, 또 어떤 사업은 교육청과 연계되는 식으로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 사이 현장은 경쟁과 불안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 영유아 수 감소로 어린이집 폐원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기관 간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원아 모집을 위한 과열 경쟁 속에서 특별활동과 조기학습 중심 운영이 강화되며 교육과정 왜곡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교사와 기관은 생존의 압박 속에서 흔들리고 있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영유아에게 돌아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단순한 과도기적 혼란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법·재정·행정 체계가 정리되지 않은 채 유보통합 추진이 장기간 표류하게 되면, 현장은 방향성을 잃고 구조적인 불안정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 결국 핵심은 ‘유보통합 관련 3법’ 개정이다
그래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유보통합 실행 기반이 되는 관련 법 개정이다. 현재 핵심적으로 논의되는 법은 영유아보육법,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다. 이 법들은 단순한 일부 조항 수정이 아니라 유보통합을 실제로 작동시키기 위한 행정·재정·지역 운영 체계의 근간과 연결되어 있다.
이 법들이 정비되지 않으면 유보통합은 선언만 존재할 뿐 실제 실행은 어려운 구조다. 이미 2024년 김민전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실질적인 진전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이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부가 책임 있게 움직여야 한다. 유보통합은 특정 정부의 이벤트성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권 변화와 정치 일정에 따라 멈추고 흔들리는 과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완성해야 할 영유아 정책 체계 개편이어야 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오랫동안 국가책임보육과 공공성 강화를 강조해 왔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관련 3법 개정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지역 이관 로드맵과 재정 구조, 행정체계 개편 방향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까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명확히 밝히는 일이다. 현장은 더 이상 막연한 방향 제시만으로 버틸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 유보통합이 멈춰 있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성장하고 있다
유보통합이 멈춰 있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의 공백은 결국 영유아 교육 환경의 격차와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책임형 유보통합이 선언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 실행 가능한 법·재정·행정 체계를 조속히 완성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제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유보통합을 책임 있게 완성해 나갈 것인지, 아니면 또다시 현장을 혼란과 불안 속에 남겨둘 것인지.
*칼럼니스트 김영명은 영유아교육·보육 현장과 학계를 오가며 30년 가까이 연구와 실천을 이어온 아동 보육·교육 전문가다.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을 비롯해 중앙보육정보센터, 인천광역시 보육정보센터 센터장을 역임하며 정책과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현재 영유아 권리 존중 단체 ‘아이들이행복한세상’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베이비뉴스 칼럼을 통해 아이의 일상과 권리를 중심에 둔 보육·교육 정책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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