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 설치도 차별하나?
어린이보호구역 설치도 차별하나?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3.11.11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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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어린이집 주변은 어린이보호구역 사각지대

【베이비뉴스 안은선 기자】

 

[특별기획] 숨은 아동 인권 찾기

 

눈에 드러나는 아동에 대한 심각한 신체적 학대나 정서학대, 방임만큼이나 어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바로 만성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동 학대다.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는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이사장 송자)과 함께 어른들이 무의식중에 행하고 있는 행동들과 사회 구조물 가운데 우리 아이를 아프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잘못된 행동을 살펴보고, 아이들의 인권을 되짚어보는 ‘숨은 아동 인권 찾기’ 특별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그 일곱 번째로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영유아의 보행권 실태와 안전한 보행권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에 대해 짚어봤다.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서울 노원구 창동의 한 주택가 안 초등학교 앞 도로 위를 7일 오후 한 할머니가 아이들과 함께 위태롭게 걸어가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서울 노원구 창동의 한 주택가 안 초등학교 앞 도로 위를 7일 오후 한 할머니가 아이들과 함께 위태롭게 걸어가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서울 노원구 꿈씨어린이집에 5년 넘게 두 자녀를 보내고 있는 최정순 씨는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데려다 줄 때마다 가슴을 졸인다. 어린이집까지 가는 길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과 신호를 무시하는 차들이 많아 혹여 사고라도 생기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린이집 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차들이 지나다니는 넓은 골목길과 마주한데다, 경사로다보니 차들이 정차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버려 늘 안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최 씨는 마흔 두 명이나 되는 어린 아이들이 안전을 위협받는 곳에서 생활하는데도 왜 이런 곳이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는지 의구심이 들지만 오늘도 아이들을 안전하게 등하원시킬 수 있을지 부터가 우선 걱정이다.

 

매일 아침 어린이집에 등교를 하고, 바깥놀이를 하는 아이들. 왜 그 주변에 이 아이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흔한 도로방지턱이나 CCTV가 없을까? 어린이집 내에서의 안전을 어린이집 원장이 전적으로 책임진다고 한다면, 어린이집 밖에서의 안전은 누가 어떻게 책임지는 걸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8일 서울 노원구민간어린이집연합회 주최로 열린 어린이의 안전한 보행권 확보를 위한 토론회에 어린이집 원장 등 100여명이 참석해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에 관한 논의를 펼쳤다.

 

이정미 노원구민간어린이집연합회장은 “성인들에 비해 신체적·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어린이들을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어린이보호구역을 지정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재고하고, 정원 100인 이하 어린이집의 아이들에게도 동등하고 세심한 배려를 하기 위한 대안을 지자체에서 찾아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어린이보호구역’이란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초등학교 등(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 100인 이상 어린이집 및 학원)의 정문에서 반경 300m 이내의 주통학로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제도로, 스쿨존(School Zone)이라고도 한다. 통학로의 일정구역에 대해 시설의 장이 어린이보호구역을 신청하면 자치단체장의 장이 지정, 관리하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신호기, 안전표지 등 도로부속물을 설치할 수 있으며,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초등학교등의 주 출입문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도로에는 노상주차장을 설치할 수 없다. 또 보호구역 안에서 학생들의 등하교시간에 자동차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으며 자동차의 정차나 주차를 금지할 수 있고, 운행속도를 30km이내로 제한할 수 있다.

 

올해 경찰청의 ‘어린이보호구역 정기보고’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전국에 약 1만 5136곳이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 가운데 어린이집은 전체의 15.28%(2313곳)에 해당한다.

 

어린이집의 경우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4조에 의해 정원 100명 이상의 어린이집 주변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하도록 돼 있지만, 100명 미만의 어린이집 주변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곳도 시장 등이 관할 경찰서장과 협의해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한 김승옥 노원구보육정보센터장은 “유아는 주의력과 판단 능력이 부족해 거리나 속도 추정능력이 약한데다 자기중심성이 강하고 손만 들면 모든 차들이 정지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영유아들이 일상적으로 활동하는 영역에서의 교통사고는 더욱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센터장은 “각 어린이집에서의 안전에 대한 만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경적 지원이 부족해 영유아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 실행으로 옮겨지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며 안전한 보행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며 “관계부처 역시 안전한 도로환경 조성을 위해 실태파악을 통한 실질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노원구민간어린이집연합회 주최로 지난 8일 오후 어린이집 원장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어린이의 안전한 보행권 확보를 위한 토론회에서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에 관한 논의가 펼쳐지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서울 노원구민간어린이집연합회 주최로 지난 8일 오후 어린이집 원장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어린이의 안전한 보행권 확보를 위한 토론회에서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에 관한 논의가 펼쳐지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어린이들을 여러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규모가 작은 어린이집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추가 지정하는 것과 함께 보호구역 내의 CCTV 확대 설치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영진 서울시의회(교통위원회) 의원은 “최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및 범죄행위가 증가하고 있고 어린이들의 등하교(원) 시 교통사고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는 점을 고려할 때 CCTV 확대 설치는 어린이 안전 보호를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서 의원은 “서울시는 현재 어린이집의 규모 및 민간시설 여부와 무관하게 시설장의 요청이 있는 경우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어린이 보호구역 내 CCTV 설치도 자치구 요청에 따라 예산의 범위 내에서 설치하고 있다”며 “특히 기존의 CCTV설치는 서울시에서 그동안 초등학교 주변에 주로 집중을 했지만 앞으로는 교통에 더 취약한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의 보행권에 특히 더 신경쓸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곽현희 세네동어린이집 원장(서울시어린이집연합회장)은 100인 이하의 어린이집에 대한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이 어려울 경우에 대비한 다양한 보행권 확보 방안들을 제시했다. 방안으로는 ▲해당 어린이집 앞 도로 및 이면도로와 골목길에 요철 설치 ▲일방통행구역 지정 ▲노란글씨로 노면에 영유아 보행구역 주의 표시 ▲어린이집 앞 이면도로, 골목길의 일정 구간 주차금지구역 지정 ▲서울시에 재정지원 요청 ▲어린이집 주 출입구 앞 경광등 설치 ▲어린이집 주변 방범등 설치 등이다.

 

학부모 최정순 씨는 “100인 미만의 교육기관에 있는 아이들도 동등하게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한다”며 “국가에서 아이를 많이만 낳으라고 권장할 것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을 보호하고 그 아이들의 양육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있을 때 많은 부모들은 정책에 따라갈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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