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여긴 책 놀이터
부모와 아이가 즐겨찾는 송파어린이도서관
“어흥~ 호랑이 없다!”
“까꿍~ 호랑이 여깄네~”
엄마에게 한 아이가 ‘어흥!’하고 외친다. 아이는 방금 엄마가 읽어주는 책에서 호랑이가 ‘어흥’하고 운다는 걸 배웠다. 곧이어 엄마는 그림책 속 호랑이와 똑같이 생긴 가면을 쓰고 호랑이의 행동을 따라 한다. 아이가 ‘까꿍!’하며 엄마의 가면을 벗긴다.
말도 아직 채 떼지 못한 아이들이 놀이터처럼 드나드는 도서관이 있다.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을 손으로 만지다가, 책에 그려진 동물을 흉내 내면서 뛰어놀기도 하고 울음소리를 흉내 내보기도 한다.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송파어린이도서관의 풍경이다.

알록달록 색색깔의 책장과 벽, 푹신한 소파와 낮게 깔린 책들. 이곳 송파어린이도서관은 보통의 어린이도서관이 그렇듯 아이의 신체특성과 취향을 고려한 친근감 있는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다. 도서관이라고 하면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의 면학 분위기를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이곳에서는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쉿!’ 등 정숙하라는 지시나 안내 문구를 보기 어렵다.
가지런히 꽂혀있는 책은 그 자체로는 아이들의 흥미를 크게 유발하지 못한다. 체험해보기 전까지는 아이에겐 그저 지루하고 따분한 물건일 뿐인 것이다. 이런 책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기 위한 놀이가 바로 책 놀이다. 엄마가 직접 골라 아이에게 책을 읽어줬을 때 책은 장난감 그 이상의 놀잇거리가 된다.
송파어린이도서관은 2010년부터 책 놀이를 통한 영유아의 발달과 성장을 돕기 위해 북스타트 신청자를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북스타트란 북스타트한국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자’는 취지로 벌이고 있는 문화운동. 생후 6개월~18개월의 아기와 엄마에게 지역도서관, 보건소 등에서 그림책이 든 가방을 선물해 아기와 부모가 그림책을 통해 풍요로운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다. 송파어린이도서관은 이 북스타트 그림책을 선물 받은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책 놀이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7주간의 과정을 거쳐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나경 송파어린이도서관 수석 사서는 “어린이 전문도서관의 특색을 살려 북스타트 관련 프로그램 외에도 18~24개월가량 영유아와 엄마가 함께 할 수 있는 ‘엄마랑 책놀이’ 등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엄마들끼리 공동육아동아리를 결성해 이곳에서 배운 것을 우리 도서관이나 각각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데,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아 외부 강사 초빙 등 프로그램 고급화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책 놀이는 책을 단순히 읽어주는 행위에서 벗어나 책을 그 자체로 즐기고, 책에 나온 내용을 학습하는 놀이방법이다. 종이로 만들어진 책을 장난감처럼 이리저리 굴리고 놀다 보니 책이 훼손되는 경우도 있지만 영유아가 가지고 노는 그림책은 두꺼운 종이로 만들어져 아이가 자라 이야기책을 읽을 수 있을 때까지는 보존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책에 나온 내용은 엄마가 응용해 아이와 함께 학습하는데, 이를 통해 아이들은 ‘엄마랑 책 놀이를 하니 재미있다’고 여겨 책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
예를 들어 책에 동물 그림이 있다면 동물 소리와 몸짓을 흉내 내고, 풍선이 그려져 있다면 풍선을 불어 이리저리 주고받으며 아이에게 호기심을 유발한다. 짧은 책을 끝까지 한 번 다 읽은 후 책에 나온 내용과 관련한 놀이를 서너 가지 정도 함께 한 후 자리를 정돈하고 앉아 다시 책을 한 번 더 읽는다. 처음 읽었을 때와 놀아주고 난 후에 아이는 책에 대해 달리 반응한다.
20개월 아들을 둔 구본향(40) 씨는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 일주일에 두여 차례 찾는 편이다. 책을 책장에 꽂아놓지 말고 장난감처럼 아무렇게나 두라는 소리를 듣고 그렇게 놔두고 있는데, 책 놀이 프로그램을 신청해 같이 참여하고 난 이후로는 아이가 책을 집어 와서 책 가지고 놀자는 시늉을 한다”며 책 놀이를 배우고 난 후의 변화를 설명했다.
이렇게 책을 소리 내 읽어주는 엄마들, 책 놀이를 하고 있는 영유아들이 많다 보니 도서관에는 매일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넘쳐난다. 도서관에서 사귄 친구와 아지트로 달려가 노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들은 매트에 엎드려 누워 책장을 넘기기도 한다. 아이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고 덩달아 도서관이라는 장소를 놀이터처럼 친숙하게 여기게 되는 것이다.
이제 갓 두 돌을 넘긴 딸은 둔 최은영(35) 씨는 “아무리 어린이 도서관이라고 해도 조용히 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게 돼서 아이와 도서관에서 놀아주기 어려운데 이곳은 아이들이 좀 뛰거나 소리를 내도 엄마들끼리 서로 이해해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어서 마음 편하게 오고 있다. 다른 동네 분들도 이런 이유 때문에 찾는 분들이 종종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아이도 처음에는 도서관이 뭔지도 모르고 도서관 가자고 하면 싫다고 하더니 이제는 하도 가자고 졸라대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한편 송파어린이도서관은 영유아 책놀이 관련 프로그램 외에도 유치원생, 초등학생 등 각 연령별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독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일 년에 네 차례, 상 하반기와 여름 겨울방학으로로 나눠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이용자를 접수 받는다. 프로그램 신청과 도서관 이용은 서울시민 누구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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