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일자리 확대, 성평등 후퇴 우려"
스웨덴의 양성평등 정책을 통해 본 한국의 현실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성평등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과 주한스웨덴대사관은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LG컨벤션홀에서 ‘젠더평등, 복지국가, 그리고 사회혁신’ 포럼을 개최, ‘복지국가와 양성평등 모델’ 패널을 통해 스웨덴의 사회복지체계 속에서 성장해 온 양성평등 정책을 살펴보고 한국사회에서의 양성평등과 복지 관점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포럼은 스웨덴의 중요 과학 분야 기업들의 혁신 기술과 창조경제 정신을 소개하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열리고 있는 ‘이노베이티브 스웨덴’ 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아니타 니베리 스웨덴 스톡홀름대 여성연구소 교수는 노동시간을 중심으로 한 ‘스웨덴의 일과 가족의 조화’에 대한 발표를 통해 “스웨덴의 경우 자녀를 둔 여성의 40% 정도가 파트타임 근로자로 일하고 있지만 풀타임 근로자와 같은 수준의 사회보호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니베리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스웨덴은 1970년까지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웠으나, 70년대 양성평등이 여성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인식의 변화가 생기면서 남성이 가사와 육아에 많이 참여해야 한다는 의식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있는 여성의 고용률이 급격히 올라가 90년대에는 남녀 고용률이 비슷해졌다.
또한 1974년에 어머니들에게 출산휴가를 주었던 것을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가 쓸 수 있는 부모휴가로 바꿨다. 이 휴가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양도가 가능했다. 1995년에는 이 휴가에 대해 1개월은 반드시 아버지가 써야 하며 양도되지 않는다는 규정이 생겼다. 2002년도부터는 16개월의 육아휴직 가운데 최소 각각 2개월은 써야 한다는 조건이 추가됐다.
스웨덴의 부모휴가는 1974년엔 6개월이었으나 이제는 16개월을 쓸 수 있다. 임금보상수준은 1974년엔 90%까지 지급이 됐다가 90년대 경제위기로 인해 95년부터는 80%를 지급하고 있다.
한편 상당수 부모가 부모휴가를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가 사용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캠페인을 통해 아버지가 부모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으로 부모휴가를 쓰는 비율이 여성이 55%, 남성이 45%까지 높아졌다. 휴가일수는 다소 차이가 있어 여성은 76일인 반면, 남성은 24일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니베리 교수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들이 선택하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파트타임 근로자 대부분은 여성이고, 자녀를 둔 여성 근로자의 40%가 파트타임 근로자로 등록된 통계도 있다”며 “스웨덴에서 파트타임 일자리는 주당 근로시간 20~34시간 정도 된다. 파트타임 근로자의 권리와 풀타임 근로자의 권리는 같아서 같은 수준의 사회보호를 받는다”고 말했다.
또한 “파트타임근무가 70년대 스웨덴에서는 여성이 고용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졌었는데 오늘날은 양성평등에 있어서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며 “현재 파트타임은 공공부문의 일자리가 대부분인데 많은 사업을 벌여 이를 변화시키자고 했지만 아직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근무시간이 짧아진다고 이것이 남녀평등을 이루지는 않는다. 아이를 낳아도 노동시장에 진입해서 노동시장에 남을 순 있지만 아이가 생겨나면 일하는 여성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겨난다”며 “부부가 육아를 위한 부모휴가에 대해 동등한 권리를 갖고 아버지가 지금보다 아이를 보는 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복지국가의 특성과 성평등’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한국 노동시장의 특이한 점은 시간당 임금격차가 월 임금격차보다 크다는 것으로 저임금 근로자들은 장시간 근로로 이러한 부족분을 때우고 있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일을 많이 한다”며 “저소득층은 한 가구당 여러 명이 근로활동을 하지만 중산층 이상에서는 한 집에서 한 사람씩 나와 일을 한다. 이는 스웨덴에서 남편이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아내도 일을 많이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장 연구위원은 “현재 정부는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 확대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고 하지만, 한국의 시간제 일자리의 질을 생각하면 이것이 여성들의 추가적 희생을 요구하는 게 아니겠느냐”며 “저임금 집단의 절대다수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제 일자리 확대는 성평등을 후퇴시키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늘려갈 위험이 상당히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도 “일과 돌봄은 어느 한쪽에서 남녀평등을 성취하는 것도 어렵지만 양쪽에서 평등을 성취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며 “여성의 임금수준이 낮은 상태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조심스럽고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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