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아침밥 먹을 권리가 있다
아이는 아침밥 먹을 권리가 있다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4.02.1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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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아침 시간, 그래도 꼭 밥은 챙겨야”

【베이비뉴스 안은선 기자】

 

[특별기획] 숨은 아동 인권 찾기
 
눈에 드러나는 아동에 대한 심각한 신체적 학대나 정서학대, 방임만큼이나 어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바로 만성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동 학대다.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는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이사장 송자)과 함께 어른들이 무의식중에 행하고 있는 행동들과 사회 구조물 가운데 우리 아이를 아프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잘못된 행동을 살펴보고, 아이들의 인권을 되짚어보는 ‘숨은 아동 인권 찾기’ 특별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그 아홉 번째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는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차려주지 않아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일부 아이들의 현실을 짚어봤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집에서 서울 서초동 직장으로 출퇴근 하는 워킹맘 김수진(35·가명) 씨. 매일 아침 6시 김 씨는 남편이 현관문을 여는 소리에 일어난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남편은 출근시간이 이르다보니 함께 아침상을 마주한 지 오래다. 6시 40분, 자신의 출근 준비를 마친 김 씨는 아이 방 서랍을 열고 7살 딸아이에게 입힐 옷을 꺼내 잠에서 덜 깨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가며 옷을 껴입히기 시작한다. 아이를 달래는 데만 많은 시간이 가버린다.

 

그러고 나선 지퍼 백에 아이에게 줄 사과 두 쪽과 견과류 한 봉지를 챙겨 아이를 안고 집을 나선다. 아이를 차에 태우고는 이불을 덮어 다시 재운다. 출발 시간은 어느덧 7시 30분을 훌쩍 넘긴다. 막힌 도로를 뚫고 드디어 회사 근처 직장어린이집에 도착. 잠든 아이를 깨우고 물티슈로 아이 세수를 시킨 지가 몇 년째다. 차에서 내리기 전 챙겨온 과일과 견과류를 아이에게 먹이고 머리를 빗긴다. 어린이집 교실 문 앞에서 칭얼거리는 아이에게 저녁에 일찍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을 하고는 그녀는 직장으로 향한다.

 

매일 반복되는 어느 워킹맘의 아침이다. 컨설팅 회사를 다니고 있는 김 씨는 7살 딸아이에게 식사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것에 늘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아침 식사뿐만 아니라 저녁 식사도 마찬가지다. 김 씨는 집과 직장의 거리가 멀다보니 집으로 가는 도중에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손수 저녁식사를 마련해 아이에게 먹이고 싶지만, 그렇게 하려면 식사시간이 밤 9시가 넘어가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2012 국민건강통계’ 자료에 따르면 만 1~5세 아동의 18.9%가 아침을 먹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연령별 아침식사 결식률을 자세히 살펴보면 6~11세는 12.3%, 12~18세는 27.6%, 19~29세는 42.7%, 30~49세는 24.8%, 50~64세는 11.2%, 65세 이상은 3.8%로 나타났다.

 

아이들이 성장 발달하는데 있어 아침밥을 먹이는 게 매우 중요하단 건 대부분 알면서도 현실적으로 맞벌이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 등의 경우엔 아침마다 출근준비와 아이 외출준비로 시간에 쫓겨 아이에게 아침밥을 제대로 챙겨 먹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모 입장에서 어떻게든 아침밥을 먹이고 싶지만 아이 특성상 가만히 앉아 얌전히 밥을 잘 먹는 아이는 드물다. 밥을 입에 물고 장난을 치며 늦게 먹거나 먹기 싫다고 떼쓰는 경우가 많다보니 부모들의 속은 더 타들어 간다. 결국은 시간에 쫓겨 아침밥 먹이기를 포기한 채 그냥 어린이집에 보내는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어린이집의 경우 등원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오전 10시 안팎에 죽이나 간식을 제공하는 곳들이 많아 이를 믿고 위안 삼을 수밖에 없다.

 

이렇듯 자녀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는 부모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아이에게 아침밥 먹이기이다. 외출 채비로 바쁜 와중에 어떻게 하면 간단하면서도 영양가 있는 한 끼를 챙겨줄 수 있을까 메뉴 선정도 고민인데다, 아이가 밥을 먹지 않겠다고 떼를 쓸 때 어떻게 달랠 수 있을 지도 고민이다. 아침밥을 제대로 챙겨 먹이지 못하는 부모의 사정에 누구든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아침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 입장에서 이 문제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워킹맘의 아침' 2월의 어느 아침,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이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기 위해 바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워킹맘의 아침' 2월의 어느 아침,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이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기 위해 바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전문가들은 성장기 아이들이 아침을 굶게 될 경우 성장발달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영양가 있는 음식들을 꼭 챙겨주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하정훈 하정훈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아이들이 낮 동안에 제대로 활동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밤새 아무것도 먹지 않아 공복인 상태에서 아침마저 거르고 하루를 시작하면 아이가 제대로 놀 수도 없고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 원장은 “아침을 굶으면 성장기 아이에게 필수적인 영양이 제때 제대로 보충되지 않아 몸에 무리가 가게 된다”며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데 먹은 것이 없기 때문에 성장을 위해 저장해 둔 에너지를 빼서 사용하게 되므로 한창 자라는 아이들이 아침을 거르면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끼니를 거르면 호르몬의 분비가 불규칙해져 인체의 리듬이 흔들리게 돼 하루의 생활 자체도 불규칙하게 만든다”며 “성장기 아이들에게 있어 규칙적으로 먹는 아침밥은 어른들의 그것에 비해 훨씬 더 의미가 크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장기 아이들 가운데 특히 영유아는 본인 스스로 식사를 챙길 수 없기 때문에 부모의 보살핌이 더 중요하다. 부모가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않는 경우, 이를 인권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방임’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부모가 어린 자녀의 아침을 차려주지 않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방임의 한 유형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게 인권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방임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서 아동에게 적절한 보살핌을 제공하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김희경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은 “아침밥을 먹는 건 아이의 성장발달에 굉장히 중요한데 이를 부모가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경우는 물리적 방임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자기들이 하는 행동이 방임상황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부장은 “방임은 아동복지법 상 아동학대의 한 유형으로 규정돼 있는데, 이는 적극적인 학대라기 보단 수동적인 학대다. 정도에 따라 처벌을 받는 방임도 있지만 처벌까지는 아니어도 인권을 침해하거나 성장발달을 저해하는 방임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보호자가 아동을 해치려는 의도가 없더라도 방임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이러한 방임상황이 누적될 경우 아이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에게 아침밥을 잘 먹이기 위해서는 가족 전체의 생활습관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하정훈 원장은 “아이가 아침밥을 먹기 싫어할 때 억지로 먹이는 건 좋지 않다. 대신에 아이가 아침밥을 먹을 수 있도록 생활리듬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밥을 먹기는 힘들기 때문에 우선 아침에 입맛이 돌 수 있게 가급적 저녁에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잡아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장은 “많은 일하는 엄마들이 사실 아침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아침을 챙기지 못할 경우 스스로가 엄마도 아닌 것 같고 아이 키가 안 크면 어떡하나 걱정을 하지만 현실적으로 바쁜 아침시간 꼬박꼬박 밥을 챙겨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좀 고달프더라도 아침밥 준비나 어린이집 갈 채비는 전날 밤에 어느 정도 세팅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아침식사를 굳이 밥과 국을 고집해 아이나 엄마가 스트레스 받기보다는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고 아이가 좋아하는 메뉴로 아침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거창한 메뉴 말고도 주먹밥이나 계란프라이도 좋고, 아이가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과일이나 우유, 콘프레이크 같은 걸 다양하게 먹이는 것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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