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 최선 맞나요?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 최선 맞나요?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4.03.13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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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너무 엄격해" 분통

【베이비뉴스 안은선 기자】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의심환자 361명 가운데 127명만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사실을 인정받았다. 이에 해당하는 피해자들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또 다시 힘든 싸움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피해자들은 피해 판정과 지원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면서 이번 판정결과를 받아들을 수 없다며 반발했다.

 

13일 오전 장하나·심상정·홍영표·이언주 의원과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이 공동으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결과 설명회 및 피해자지원방안 공청회’에 참석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자들은 이날 설명회에 참석해서야 자신(혹은 가족)에 대한 판정결과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피해자들이 받은 피해조사 결과 안내문에는 임상판정결과와 환경조사결과에 따라 각각 ‘가능성 거의 확실함’, ‘가능성 높음’, ‘가능성 낮음’, ‘가능성 거의 없음’, ‘판단불가(자료부족)’으로 등급이 표시됐다. ‘가능성 낮음’이나 ‘가능성 거의 없음’의 경우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한 지원을 받기 어려워진다.

 

'낙심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택시기사 최주완 씨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결과 설명회 및 피해지원방안 공청회에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 관계자로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 조사결과서를 받고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최 씨는 사망한 아내의 사인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가능성이 낮다는 판정결과를 받았다. 최 씨는 2년이 넘게 거리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상황을 알리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대정부 기자회견 및 1인시위를 해왔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낙심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택시기사 최주완 씨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결과 설명회 및 피해지원방안 공청회에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 관계자로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 조사결과서를 받고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최 씨는 사망한 아내의 사인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가능성이 낮다는 판정결과를 받았다. 최 씨는 2년이 넘게 거리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상황을 알리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대정부 기자회견 및 1인시위를 해왔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의심사례 절반 ‘가능성 낮거나 없음’…판정 기준 엄격

 

앞서 지난 11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의심환자 361명(생존자 257명, 사망자 104명) 중 127명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이 거의 확실하고, 41명은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가능성이 낮거나 거의 없는 사례는 각각 42명, 144명이었고, 나머지 7명은 자료부족으로 판정을 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이 거의 확실하다고 나온 127명 중 57명을 비롯해, 가능성이 높다고 나온 41명 중 18명, 가능성이 낮다고 나온 42명 중 9명, 거의 없다고 조사된 144명 중 18명은 이미 사망했다.

 

지난해 7월부터 8개월간 진행된 이번 조사에는 폐손상조사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를 포함해 의학자, 환경보건전문가, 독성학자 등 각계 전문가 29명이 참여했다. 개인별 임상, 영상 및 병리학적 소견과 함께 가습기살균제 사용력 조사를 종합해 판정했다.

 

이번 판정 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 재조사를 신청할 수 있고, 이번에 조사를 받지 못한 사람은 환경부(한국환경산업기술원 위탁수행)에서 수행 예정인 추가 조사에 신청할 수 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전체 피해신고사례 중 11.6%에 해당하는 42건을 ‘가능성 낮음’으로, 40%에 해당하는 144명에 ‘가능성 거의 없음’을 판정한 것은 너무 엄격한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피해자 가족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꼭 폐질환만 가져온다고 볼 수는 없는데 조사 전반이 폐에만 집중이 됐다”며 “특히 3번째 등급인 ‘가능성 낮음’ 판정을 받은 경우라도 가습기살균제를 써서 기존 질환이 더 악화되거나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반드시 지원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피해자 가족은 “아내가 어려서부터 결핵과 만성 기관지확장증 질환을 갖고 있어 가습기를 틀면서 가습기살균제를 함께 사용했었다. 가습기살균제를 쓰기 전에는 교회 성가대에서 활동했던 아내가 어느 날 숨을 못 쉬겠다고 하더니 현재는 폐가 15%밖에 안 남았다. 그런데도 판정결과가 가능성 낮음으로 나왔다”며 “기존에 만성질환을 갖고 있거나 수술한 적이 있는 피해자 대부분은 가능성이 낮은 걸로 나왔는데, 이들에 대한 재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도명 폐손상조사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번 조사는 가습기살균제 노출영향을 급성 및 아급성 폐질환으로 국한해 진행된 것으로, 폐장 조직을 벗어났거나 만성적인 건강영향을 다루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며 “판정결과가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재조사 요청 건에 대해서는 당연히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심혈관계 질환이나 호흡기 암을 비롯한 암, 피해자 및 가족의 정신건강 영향, 태아노출 사례 등을 대상으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결과 설명회 및 피해지원방안 공청회에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 관계자가 가습기살균제 조사배경과 과정설명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객석에 앉아 자료화면을 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결과 설명회 및 피해지원방안 공청회에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 관계자가 가습기살균제 조사배경과 과정설명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객석에 앉아 자료화면을 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의료비마저 지원항목에서 제외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피해 인정을 받은 경우 의료비 및 사망 시 장례비 지원을 받게 된다. 지원 항목은 ▲의료비 및 의료비 관련 약제비 ▲호흡보조기 임대비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차액 등의 일부 비급여 항목이다.

 

단, 이때 ▲특실 상급병실 차액 ▲간병비, 교통비, 전화사용료 등 ▲요양기관이 아닌 외부기관에 의뢰한 검사비 ▲미용성형예방 목적의 비급여 등 ▲보조기, 의료기기 및 의료소모품 구입비 ▲간이영수증으로 발급받은 의료비 ▲요양기관에서 환자부담금 납부를 면제 또는 감면한 경우의 의료비 ▲외국의 요양기관에서 발생한 의료비는 지원에서 제외된다.

 

조기에 사망해 지출된 의료비가 최저한도액(583만 원) 보다 적은 경우에는 최저한도액이 지급된다. 이 금액은 ‘석면피해구제법’에 따른 석면폐증(제3급)에 지급하는 특별유족조의금 금액과 같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 107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피해자의 경우 꾸준한 치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소요될 의료비에 대한 지원을 위해 정부는 매년 관련예산을 책정한다. 구체적인 세부 지원방안은 조만간 환경부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환경보건위원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사례가 다양한 만큼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의료비 관련 지원항목과 제외항목에 대해 피해자들은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피해자 가족 백승목 씨는 “의료비 지원제외 항목을 보면 간병비나 의료기기, 의료소모품 구입비 등도 제외돼 있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계속 간병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지원받을 수 없고, 중증질환으로 인해 휠체어를 사용하더라도 지원받을 수 없다는 얘기”라며 “지원범위 안에 이러한 비용들을 포함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보다 정확히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호중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장은 “아직 지원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재난적 의료비에서 준용되는 범위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세부기준을 살펴보고, 전문가들과 상의해 구체적인 부분은 세부적인 케이스별로 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특수성이 있는데 재난적 의료비를 그대로 가져와 적용하는 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는 “긴급한 건 긴급한대로 구제해 나가고, 원인미상 폐질환이라는 이 병이 정확히 뭔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대한 별도의 연구가 있어야 한다. 또 지금 포함하지 못하는 많은 피해사례들에 대해서는 다른 차원에서 연구해 맞춤형으로 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결과 설명회 및 피해지원방안 공청회에서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 대표가 모든 피해자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결과 설명회 및 피해지원방안 공청회에서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 대표가 모든 피해자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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