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아이들
장애인과 아이들
  • 칼럼니스트 김광백
  • 승인 2014.04.2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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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대상화하고 있지는 않을까

[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한 밥상을!'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

 

위 구호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방사능으로부터 아이들의 밥상을 지키자는 구호였다.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이는 구호가 최근 인권단체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구호를 쓰고 있는 곳들이 인권의 가치를 옹호, 지향하는 시민단체들이기 때문이다. 자! 위의 구호가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논란의 시작은 청소년 인권 단체인 '아수나로'라는 곳에서 문제제기 하면서 부터였다. '아수나로'의 주장을 간단히 옮기면 아래와 같다.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이라는 구호는 아이를 배제한 성인만이 외칠 수 있는 구호입니다. '내 아이와 가족'을 위한 탈핵과 반핵 담론에 그 아이들은 참여할 수 없습니다. 장애인이 스스로를 장애우라 부르지 못하는 것과 같이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이란 문구는 아이, 청소년들을 어른들의 탈핵/반핵 담론에 그저 기댈 수밖에 없는 의존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수나로, 3월 논평 중에서)

 

즉 구호는 아이들을 수동적이고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을 비판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구호들은 아이들을 대상화시키고 주체화 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친구와 함께 윙크하면서 사진 찍는 산하. ⓒ김광백
친구와 함께 윙크하면서 사진 찍는 산하. ⓒ김광백

 

​얼마 전 '계모 살인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동학대의 83%는 친부모에 의해서 일어난다고 한다. 여기서 친부모냐, 계모냐라는 구별을 넘어서 "무엇이 아이들을 학대받게끔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다.

 

아이들이 학대받는 이유는 사회적인 문제, 개인적인 문제, 가정 내의 구조적인 문제 등 복합적일 것이다. 그래서 그 중 무엇이라고 하나 단정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인 일이다. 개인적인 문제는 당장 우리가 해결할 수 없으니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살펴보면, 나의 생각은 이렇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 내 것에 대해 함부로 하는 문화, 그리고 타인에 대해 함부로 생각하고 단정지으려는 문화 등이 문제이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인권운동을 하는 이들은 이러한 것을 '인권 감수성의 부재'라는 말을 쓰곤 한다. 즉 타인에 대한 애정의 결핍, 타인에 대한 관심의 부재가 바로 사람들로 하여금 '인권감수성'을 갖지 못하게 만든다. 지금 내가 사는 환경이, 조건이 퍽퍽하니 그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분출할 공간이 없게 된다. 항시 문제는 가장 약한 고리부터 공격한다. 나의 스트레스는 내 주변에서 가장 약한 아이들을 공격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이 지점에서 '아동학대'라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아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보호해야 하는 것과 더불어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이 편안하고 즐거운 하루대신​, 인생의 성공이라는 명목으로 수개의 학원을 전전긍긍해야 하는 아이들. 모두 어른들의 폭력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이들은 보호되어야 대상이 아니라, 어른인 우리 자신과 함께 성장하는 동시대인이라는 인식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다. 즉 아이들은 '미성숙'의 존재로 보지 않고, 어른이라고 '성숙'의 존재가 아닌 함께 성숙해야할 존재 말이다.

 

이런 생각들의 전환이 아이들에 대한 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인권 감수성'을 증진 시킬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요즘처럼 기능적인 교육이 넘쳐나는 시대에, 오히려 필요한 것은 총론적인 교육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지난 일요일(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문득 보호의 대상으로 인식되어온 장애인과 아이들에 대한 사회 인식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좀더 '인권 감수성'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서 이 글을 써본다. 내가 행복해야하는 것보다, 다른 이들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해지는 세상을 바라면서.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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