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뉴스, 아이와 함께 봐도 될까요?
세월호 뉴스, 아이와 함께 봐도 될까요?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4.05.01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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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쓰는 게 좋아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아이가 아직 어려 직접 알진 못해도 집안의 우울한 분위기를 느끼는 것 같아요. 제가 뉴스를 보면 유독 짜증을 많이 내더라고요. 그런 이유로 요즘은 TV를 안 보고 있어요.”

 

14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문상미(33·서울 양재동) 씨의 말이다. 지난달 16일 사상 최악의 해난사고로 기록될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토록 살아있기를 바랐던 실종자들이 차디찬 주검으로 바다에서 건져질 때마다 온 국민도 눈물이 마를 새 없이 함께 울었다.

 

그러나 연일 보도되는 사고 소식을 계속 접할수록 불안감이 커지고 기분이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성인도 이같은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은데 아직 가치관이나 의식이 형성되지 않은 영유아의 정신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정석진 세원영유아아동상담센터 소장은 “영유아는 자신이 충격적 사건을 경험하지 않아도 부모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거나 미디어 등을 통한 시청만으로도 PTSD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유아에게는 가급적 세월호 뉴스보도를 자주 보여주지 않는 것이 좋다. 영유아는 자신이 충격적 사건을 경험하지 않아도 부모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거나 미디어 등을 통한 시청만으로도 PTSD를 겪을 수 있다. ⓒ베이비뉴스
영유아에게는 가급적 세월호 뉴스보도를 자주 보여주지 않는 것이 좋다. 영유아는 자신이 충격적 사건을 경험하지 않아도 부모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거나 미디어 등을 통한 시청만으로도 PTSD를 겪을 수 있다. ⓒ베이비뉴스

 

◇ 영유아의 PTSD 증상 성인과 달라

 

실제 외국에서는 생후 8개월 된 아이가 PTSD로 진단받은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세원영유아아동상담센터에 따르면 어머니가 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19개월 영아가 PTSD로 진단되고, 폭력적 미디어를 자주 시청하는 가정 분위기에서 자란 12~48개월 영유아가 PTSD 증상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PTSD는 신체적인 손상과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에서 심적외상을 받은 뒤에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쉽게 깜짝 놀라고 불안해하며 잠을 자지 못하거나 사건에 대한 기억이나 꿈이 실제와 같이 느껴지는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반면 영유아는 성인의 PTSD 증상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영유아는 악몽, 사건과 관련된 반복적 놀이, 위축, 외상 사건을 상기시키는 자극에 대한 공포, 잠들기 어려움, 분리불안, 공격성,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멍해짐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는 아이가 어른과 달리 다양한 인지·사회적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고 표현방식이 미숙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상적 증상은 개인차에 의해 몇 년씩 이어지기도 하고 아이의 정신건강이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정서조절이 어려워지고 대인관계 형성에도 문제가 생겨 성격적 문제로도 이어진다.

 

◇ 4세 이하 영유아에겐 자주 보여주지 말아야

 

그러므로 영유아에게는 가급적 세월호 뉴스보도를 자주 보여주지 않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방수영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만 4세 이하 영유아의 경우 TV 화면의 일이 현실과 잘 구분되지 않은 인지발달을 보인다. 따라서 반복적으로 영상을 보게 되면 막연히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8~9세 아이들 역시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 일어난 일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단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오해할 수 있다”며 TV 시청 자제를 권고했다.

 

방 교수는 “부모는 자녀가 미디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사건과 관련된 지나치게 생생한 장면을 아이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반복해서 노출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이런 경우 부모가 미디어 시청을 조절하고 아이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부모의 정서적 상태도 아이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영유아는 아직 인지적으로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잘 이해하지 못하므로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부모나 대체 양육자(조부모, 보육교사, 유치원 교사, 베이비시터 등)가 놀라거나 슬퍼하는 모습, 이야기를 나누는 격양된 목소리 톤을 기억하게 된다.

 

방 교수는 “부모가 미디어를 시청한 후 불안, 불면, 짜증 등의 문제를 보이는 것은 아이의 건강한 발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아이의 정신건강에 부모의 정서상태가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부모가 스스로를 먼저 돌봐야 한다”고 전했다.

 

◇ 아이의 질문에는 사실만 간단히

 

아이가 미디어를 접하고 나서 부모에게 ‘왜 죽었어?’라고 묻는다면, 아이의 연령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사고가 나서 그렇게 됐어, 다쳤어’라고 간단히 답해주되 사건에 대해 자세히 반복적으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또한 ‘사고가 나서 다쳤어, 그래서 의사선생님이 돌봐줘’, ‘다쳤는데 병원에도 가고, 의사선생님이 돌봐줘서 괜찮아’라고 설명해 주는 것도 바람직하다.

 

초등학생 이상이라면 부모가 말해주지 않아도 또래들 사이에서 이미 이슈화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일부로 답변을 왜곡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아이가 미디어를 보고 생길 수 있는 감정이나 의문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함께 이야기하고 아이에게 안정감을 줘야 한다.

 

강서영 강서영심리상담센터 소장은 “부모가 어떤 대답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부모가 정서적으로 어떤 상태인지가 더 중요하다”며 “이는 마치 부모가 벌레를 대하는 태도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부모가 지렁이를 보고 기절할 듯 놀라면 아이는 부모의 정서를 통해 지렁이를 먼저 인지하게 되지만 부모가 지렁이를 손에 올려놓고 귀여워하면 아이 역시 지렁이를 친밀하게 받아들이는 것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아이가 계속 울거나 밥을 못 먹는 등 불안정한 상태를 보인다면 우선 사건과 관련된 자극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는 세월호와 관련된 미디어를 보여주지 않거나 아이 앞에서 세월호 관련 이야기를 나누지 말아야 한다. 아이에게 즐거운 놀이를 경험하게 하는 것도 도움된다.

 

만약 아이가 2주 이상 불안정한 상태를 보인다면 소아정신과나 영유아상담센터를 방문해 상담을 받아봐야 한다. 정석진 세원영유아아동상담센터 소장은 “영유아 시기 정신건강은 청소년, 성인이 될 때까지 영향을 미치므로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자라는데 관심을 갖고 만약 아이의 상태가 의심된다면 즉시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아이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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