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평가인증, 누구 위한 것인가?
어린이집 평가인증, 누구 위한 것인가?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4.05.16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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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직원들, 어린이집 평가인증 불만 제기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사 A 씨의 하루는 오늘도 분주하다. 하루일과를 계획하고 영유아 발달에 적합한 보육활동을 진행하면서 관찰일지도 작성해야 한다. 아이들이 언어, 수, 과학, 조작 등 영역별로 실행한 횟수를 꼼꼼히 기록하고 교실청소와 놀잇감을 소독하는 일도 오롯이 A 씨의 몫이다.

 

평가인증 준비 기간은 평균 4.82개월. 이 과정에서 보육교사들이 과도한 업무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어린이집 하루 일과는 12시간이지만 평가인증에서 요구하는 것을 제 시간 내에 해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 이러다보니 보육교사 중에는 평가인증이 예정돼 있는 어린이집은 아예 입사를 포기하거나 평가인증이 끝나면 이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평가인증, 현장에서 그 답을 찾다’ 정책토론회에서는 현장의 실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평가인증제도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영유아와 보육교사의 권리존중을 위해 마련된 이날 토론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과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국공립분과위원회의 공동주최로 개최됐다. 3차 개정을 앞두고 있는 평가인증지표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듯 현장에는 400여 명의 보육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영유아와 보육교사의 권리존중을 위한 보육정책토론회 '평가인증, 현장에서 그 답을 찾다'가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리고 있다. 이 토론회는 새누리당 류지영 국회의원,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국공립분과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영유아와 보육교사의 권리존중을 위한 보육정책토론회 '평가인증, 현장에서 그 답을 찾다'가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리고 있다. 이 토론회는 새누리당 류지영 국회의원,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국공립분과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평가인증 준비로 업무부담 가중

 

지난 2010년 5월 첫 평가인증을 마친 후 어린이집을 그만둔 김수진 구립 솔어린이집 교사는 “평가인증에 필요한 문서 중에는 부모의 서명이나 예방접종증명서 등 부모 확인이 필요한 문서가 많은데 이 모든 문서를 완벽하게 확인 후 취합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 사용법을 잘 모르는 부모에게 교사가 여러 번 반복해 관련 서류를 부탁하지만 오히려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하지만 평가인증을 받을 때는 서류가 누락된 것으로 처리돼 다른 서류를 갖췄더라도 불합리한 결과를 받게 된다.

 

영유아의 활동 횟수를 수시로 체크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사는 “평가인증 때문에 아이와 상호작용을 하다가도 아이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관찰하고 기록해야 한다”면서 “이 때문에 본연의 업무인 상호작용을 하다가도 맥이 끊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평가인증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고자 하는 것은 모든 교사의 바람”이라며 “보육관련 기관에서는 교사가 자신의 열정에 따라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업무량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 어린이집 특성 배제한 채 점수로 서열화

 

서경희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국공립분과 부위원장 역시 평가인증 관련 업무량의 축소를 요구했다. 서경희 부위원장은 “수없이 평가인증 문서관리가 힘들다 했지만 오늘날까지도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이제는 어린이집이 관여하지 않아도 될 문서는 줄이고 생략하는 등 간소화된 매뉴얼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관찰자가 나오는 시기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평가인증과 2주간의 관찰주간은 대다수 신입 영유아나 신입 교사의 적응시기인 3~4월에 이뤄지기 때문에 영유아의 안정적인 보육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게 서 부위원장의 지적이다.

 

서 부위원장은 “어린이집 실정에 맞게 관찰주간을 1회 정도 유예하거나 어린이집이 선택해서 날짜를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평가인증을 지나치게 점수화해 각 원의 특성은 배제한 채 서열화하는 것도 개선돼야 할 사항”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1차 인증을 받은 원이 2차 인증을 받을 때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점검 점수를 상향화하고 재인증을 확인한 후에는 문서보다는 장학의 개념으로 평가돼야 한다”며 “평가인증사무국은 현장에 맞는 평가인증지표를 만들어 달라”고 거듭 주장했다.

 

◇ 학자가 바라본 평가인증 보완책은?

 

이러한 보육현장의 불만을 해결하려면 어떤 보완책이 필요할까. 황옥경 서울신학대학교 보육학과 교수는 우선 평가인증의 목적이 ‘운영의 유지’인지 ‘영유아의 발달증진’인지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각종의 평가를 통폐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점과 지자체의 지도감독과 부모모니터링단의 평가 등을 합쳐 최대 월 4회 이상의 지도점검을 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기관에 의한 평가를 개선하고 평가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제시했다.

 

특히 정성평가가 가능하도록 평가인증지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평가과정에서 영유아와 부모, 교직원의 의사를 듣고 이를 평가에 참고하는 방식이다. 또한 불필요한 지표는 삭제하고 평가자와 교사가 얼마나 영유아와 상호작용을 잘 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둬 평가에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평가인증이 우수한 시설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영유아를 보육하기에 충분한 시설로 인정해 주는 과정으로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인증받지 않은 시설에 다니는 영유아가 질적 보육에서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영유아기 경험이 이후의 적응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궁극적으로 평가인증 참여의 의무화를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관계당국 "평가인증, 보육수준 끌어올리기 위한 것"

 

홍화영 보건복지부 평가인증 담당 사무관은 “평가인증제도를 바꿈에 있어서 중점을 두는 것은 불필요한 제도를 털어내는 것”이라며 “지도점검과 유사 체크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문서 기록양 등에 대해선 개선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보육서비스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엄격한 평가부분에 대해선 그대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홍 사무관은 밝혔다. 홍 사무관은 “평가인증지표의 질적 부분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보육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한 부분으로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조용남 한국보육진흥원 평가인증사무국장은 “지난해부터 평가인증 정보공개를 하면서 평가제의 성격이 강했던 것 같다. 3차 지표는 실행위주가 아닌 관찰로 보는 지표로 개선하고 관찰자 간의 편차도 개선할 예정”이라며 현장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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