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갈등, 남편은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고부갈등, 남편은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 칼럼니스트 강현식
  • 승인 2014.07.07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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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갈등 조율도 피할 수 없는 아빠 양육의 몫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고부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아이 문제에서 고부갈등은 극단에 달하는 경향이 있다. 왜일까? 그 이유는 ‘아들 못 낳은 죄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뿌리내렸던 남아선호 사상과 무관하지 않다. 많은 어머니들에게 아들은 트로피 같은 존재였다. 시댁에서 자신의 위상을 높여준 고마운 존재였다. 동시에 자신을 보호해 주거나 사랑해주지 않는 남편 대신 믿고 의지할 대상이기도 했다. 많은 어머니들에게 아들은 살아야 할 유일한 이유였다. 이런 아들이 다른 여자가 좋다고 하니, 아니 젊은 여자가 자신의 아들을 빼앗아가니 어떤 어머니가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섭섭하고 속상한 마음이 들지만 어쩌겠는가. 하지만 이내 이런 박탈감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는 존재인 손자가 나타난다. 그런데 며느리로부터 손자 양육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겠는가? 아들은 물론 손자까지 빼앗아갈지 모른다는 불안에 그 동안 쌓아두었던 감정까지 폭발시킬 수 있다.

 

“고부갈등에서 남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구 편을 들어야 하나요, 아니면 중립을 지켜야 하나요, 그것도 아니면 ‘나 몰라라’라고 뒤로 빠져야 할까요?”

 

결혼 전 아내와 참석했던 결혼예비학교에서 어느 강사가 남자들에게 했던 질문이다. 여러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 나를 비롯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지지했던 대답은 이것이었다.

 

“그 자리에서는 어머니 편을 들고, 집에서는 아내를 위로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면 큰 일 납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내 편이구나 싶어 며느리를 더 심하게 대할 수 있습니다. 단호히 아내 편을 들어야 합니다. 당장에는 괴롭더라도 그렇게 해야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미련을 빨리 포기시킬 수 있죠. 또 자신을 믿고 시집을 온 아내 편을 들지 않으면, 아내는 누구를 믿고 살겠습니까? 남편들이 함께 살 사람은 어머니가 아니라 아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남자들은 무릎을 탁 쳤고, 여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강사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 누구 편도 들기 싫다면서 중립을 유지하는 것도 안 됩니다. 그리고 갈등이 싫다고 뒤로 빠지는 것도 안 됩니다. 무책임한 행동이죠. 남편은 명확하게 자기 아내를 지켜야 합니다.”

 

한국에서의 고부갈등은 피할 수 없는 숙제다. 따라서 고부갈등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으려면 남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고부갈등은 한 남자를 중심으로 한 두 여인의 대립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강사의 말처럼 남편은 분명하게 아내의 편을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정이란 부부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어머니는 아들이 아닌 남편과 행복하게 지내도록 해야 하고, 결혼한 자녀는 원가족으로부터 분리해서 온전한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이렇게 주장한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수학문제와 달라서 모든 이들에게 딱 맞아떨어지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특히 남편을 여의고 일평생 아들만을 보고 살아온 어머니라면? 아들이 공개적으로 아내 편드는 것 때문에 며느리를 더 괴롭힐 수 있는 어머니라면?

 

가톨릭대학교 심리학자 장성숙은 고부갈등이란 아들을 믿고 며느리에게 유세를 피는 시어머니와 남편을 믿고 시어머니를 미워하는 부인의 갈등으로 정의한다. 그러면서 『한국인의 심리상담 이야기』를 통해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시한다.

 

“두 여자 사이에 끼인 남자가 처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고부갈등은 줄어들기도 하고 커지기도 합니다. 처신을 못하는 남자는 어머니에게 가서 어머니가 너무한다며 아내 편을 들고, 아내에게 가서는 아내도 잘한 것이 없다며 어머니 편을 듭니다. 그러면 어머니나 아내 모두는 이 남자가 자기 마음을 몰라주나 싶어 그가 알아들을 때까지 강도를 높여 상대방을 험담하거나 더 가혹한 행동을 보이죠. 이와는 반대로 요령 있게 처신하는 남자는 어머니에게 가서는 어머니에게 맞장구를 쳐 주고, 아내에게 가서는 아내의 편을 들어줍니다. 이렇게 각각의 속을 풀어 주면 어머니나 아내는 속이 풀려 곧바로 자기가 너무 심했나 싶어 험담을 멈추거나 상대방에게 더 잘해 주기도 하죠. 즉 고부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간에 놓인 남자가 부득이 여우 짓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부갈등은 남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숙제다. 두 여자 사이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하기 일쑤다. 그래서 많은 남편들은 모르쇠로 일관하지만, 이는 가장 안 좋은 대처방식이다. 아내 편을 확실히 들든, 여우 짓을 하든 분명한 전략을 가지고 고부갈등을 마주해야 한다. 어머니와 아내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찾아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아이들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이들도 고부갈등의 피해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아는 조선의 연산군이 바로 그런 케이스다. 인수대비와 폐비 윤씨의 고부갈등, 그리고 성종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아무런 죄 없는 어린 연산군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고, 이후 끔찍한 역사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고부갈등의 조율도 자녀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우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아빠 양육이라고 할 수 있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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