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보육료 부정결제 막을 수 없나
참여연대 "결석아동 보육료 결제가 불법 아니라니"

최근 어린이집이 아이사랑카드를 통해 보육료를 부정결제해도 정부가 어린이집을 제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보육바우처 제도의 전면 개선 없이는 어린이집의 부정행위를 막을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것.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28일 논평을 통해 최근 대법원이 아이사랑카드를 부정결제한 어린이집을 제재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보육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마련하고 추진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대법원은 어린이집 운영자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공공형 어린이집 선정 취소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제주의 한 다문화가정 자녀는 2009년 12월부터 석 달간 자녀의 외가 방문을 위해 출국했고 이 기간동안 어린이집 보육료는 아이사랑카드로 결제됐다. 이에 대해 제주시는 “석 달치 보육료에는 정부의 지원금 37만8400원이 포함됐는데, 어린이집이 이를 부정 수령했다”며 보조금 반환 명령을 내리고 공공형 어린이집 선정도 취소했다.
하지만 어린이집 측은 불복해 소송을 냈고,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어린이집 운영자는 영유아의 보호자가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지급받은 보육서비스 이용권의 사용을 매개로 국가 등으로부터 보육료 지원금을 지급받는다고 볼 수 있다”며 어린이집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국가나 지자체가 영유아 보호자에게 보육·양육 또는 무상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지원하는 것과 어린이집 운영자에게 보육사업 비용을 보조하는 것은 서로 구분된다”며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유아의 보호자가 보육료를 결제하는 과정에서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육서비스 이용권을 사용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육료를 결제 받은 어린이집에 반환을 명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제주시는 보호자에게 보육비를 지원한 것이므로 어린이집이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받았다고 판단해 내린 반환 명령은 위법하고 이 명령을 근거로 한 선정 취소 또한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측은 “대법원 판결은 보육바우처인 아이사랑카드를 통해 지급되는 영유아보육료는 보육시설에 대한 보조금이 아니고, 정부는 더 이상 영유아보육료를 근거로 민간보육시설에 대해 공공관리 및 통제를 할 수 없으며, 심지어 부정결제의 경우에도 보육시설에 대한 제재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판결이 공적 통제장치 없이 바우처를 통해 민간에 보육서비스를 맡겨 온 정부정책의 심각한 허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것”이라며 “현재의 보육바우처 제도로는 보육서비스의 서비스와 질을 담보할 수 없음이 더욱 명확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참여연대 측은 이번 판결을 근거로 어린이집의 부정결제가 더욱 빈번해지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관계자는 “복지부가 국고보조금을 다시 회수하거나 문제 제기하는 법적 권리가 없어진 만큼 아이사랑카드를 사용한 학부모가 소송하지 않으면 어린이집의 부정결제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며 “국고보조금을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쓰는지 통제가 전혀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아가 어린이집에 등록하지 않았음에도 아이사랑카드를 결제하는 등의 부작용이 더 나타날 것”이라고 염려했다.
아이사랑카드라는 보육바우처를 통해 보육료를 결제하면 부모들의 어린이집 선택권을 보장하고, 나아가 관리의 효율성, 어린이집의 시장경쟁을 통한 보육서비스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당초 정부의 전망이었다. 하지만 민간보육시설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관리를 하지 못함으로써 보육서비스의 질 저하 및 공공보육시설의 위축 등으로 결국 민간사업자의 폭발적인 증가와 그들의 이익 창출에만 이바지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참여연대 측의 분석이다.
참여연대 측은 현재의 바우처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어린이집의 부정결제를 막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아이사랑카드를 거치지 않고 시설에 국고보조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등 민간어린이집에 대한 공공적 관리감독을 위한 공적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강화해야 한다”며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함으로써 보육의 질이 하향평준화되는 문제를 막는 등 하루 빨리 정책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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