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남편의 생계형 요리가 시작됐다
아내의 입덧 덕분에 다이어트 효과 누리네요
칼럼니스트 장치선charity19@hanmail.net
[연재] 의사아빠, 의학기자 엄마가 쓰는 '아내는 임신 중'
아내가 임신을 했습니다. 결혼 5년만입니다. 그동안 각자 일 때문에 바빠 아이 낳을 생각은 꿈도 못 꾸다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출산으로 애국하긴 글렀다’고 생각했는데 애국의 꿈은 이렇게 어이 없이 실현되는 건가 봅니다.
◇ 아빠들이 달라졌어요
텔레비전을 보면 육아를 담당하는 아빠들의 활약이 대단합니다. 가수 타블로는 ‘하루 아빠’로, 격투기 선수 추성훈은 ‘사랑이 아빠’로 더 유명합니다. 이렇게 딸바보 아빠들이 많은데, 전 사실 아이들만 보면 무섭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애 엄마들이 무섭습니다.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까무러치는 아이들과 도끼눈을 뜨고 의사를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애 엄마들 속에서 살아온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하루 빨리 아이가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임신 8주에 시작된 아내의 입덧 때문입니다.
◇ 멀미, 울릉도 가는 배에 24시간 타 있는 기분
의사로서 입덧을 텍스트로 배웠습니다. 의학 교과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입덧은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로 생기는 소화 장애다. 보통 임신 6주부터 시작해 14주경에 끝나거나 22주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입덧은 개인별로 편차가 있지만 대부분은 음식 냄새를 맡으면 비위가 상하고 식욕이 떨어지곤 한다. 메스꺼움과 울렁거림, 현기증과 구토가 나는 경우가 흔하다’라고 말입니다.
아내는 압력밥솥의 백미 취사 냄새만 맡아도 헛구역질을 했습니다. 전 평소에도 멀미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울릉도에 가는 배에 24시간 타 있는 것 같다’는 아내의 말을 진심으로 이해해 줄 수 없었습니다.
아내는 점점 심해져 아마존 정글에 사는 짐승의 코를 갖게 됐습니다. 냉장고 문을 잠깐만 열어도 음식 냄새가 난다고 코를 막고 방으로 들어갔고, 압력 밥솥 백미 취사 냄새도 맡지 못했습니다. 전 그날부터 집에서 일절 밥을 얻어먹지 못하게 됐습니다. 아내의 입덧 덕분에 전 다이어트 효과까지 누리게 됐습니다.
◇ 임신 초기 유산 위험 높아, 부부 싸움 ↑
하지만 불만은 금물입니다. 입덧이 심한 임신 2~3개월은 유산 위험이 높은 시기이기 때문에 임산부가 가장 힘들고 예민한 시기입니다. 이 때문에 이 시기에 부부싸움이 가장 많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입니다.
입덧은 자연스럽게 괜찮아지지만 심한 사람은 물 한 모금 넘기기 힘들고 똑바로 앉아 있기조차 힘들어 바닥을 기어 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은행원으로 일하는 친구 이모씨는 지하철을 탈 때 늘 봉투를 소지하고 탔고, 객장에서도 토를 하고 기어 다닐 정도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휴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로 입덧이 심하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습니다.
◇ 입덧 심해도 태아에 심각한 영향 미치진 않아
입덧 때문에 오히려 살이 빠지는 임신부도 있습니다. 하지만 입덧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입덧이 심하면 자연 유산이나 태아 기형이 덜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즉, 입덧이 태아의 건강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입덧이 특히 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태 임신이거나 천식이 있을 때, 고지방식 음식을 자주 섭취할 때, 평소 스트레스가 많은 경우에도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습니다
◇ 입덧 완화하려면 공복을 줄여라
입덧이 심하면 자주 적게 먹는 게 좋습니다. 입덧을 완화시키는 데는 찬 음식이 도움이 되고 우유나 보리차, 신선한 과일 주스 등을 먹으면 도움이 됩니다. 일어나자마자 속이 비지 않도록 뭐라도 먹는 게 하루 내내 속을 편하게 하는 길입니다. 공복인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면 입덧이 하루 종일 심해집니다. 아침 식사가 힘들다면 잠에서 깬 뒤 크래커나 말린 식품 등을 먹어줘도 좋습니다.
임신을 하면 몸을 차갑게 하지 말라는 어른들의 조언 때문에 미지근한 물만 마시는 임산부가 많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이 찌는 더위에 얼음물을 포기하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입덧이 심할 때는 얼음을 입에 물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 입덧 심하면 여자 아이 임신, 근거 없어
일부에서는 입덧 팔찌와 밴드 등도 판매하는데, 입덧 완화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다 효과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100% 신뢰는 금물입니다. 생강차나 매실차 등도 입덧이 심할 때 마시면 속을 편하게 해주는 음식입니다.
입덧이 심하면 여자 아이를 임신한 거라는 속설이 있는데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TIP. 남편의 입덧 요리, 첫 번째 ‘브로콜리새우볶음밥’
입덧을 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해 줄 수 있는 일은 바로 요리입니다. 브로콜리새우볶음밥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새우는 비타민E가 풍부하고, 브로콜리에는 엽산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태아의 뇌의 신경세포와 뇌세포의 왕성한 성장을 위해서는 산소와 각종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게 해주는 모세혈관의 생성이 중요합니다. 비타민E는 세포를 활성화하고 세포 손상을 막아 줘 모세혈관이 늘어나는 것을 돕고 혈액순환을 좋게 합니다.
브로콜리는 비타민C와 E, 베타카로틴이 다량 함유돼 있습니다. 또한 풍부한 엽산과 철분의 공급원으로 임신 중 빈혈 예방에도 좋습니다. 엽산은 비타민B군에 속하는 수용성 비타민으로 DNA, RNA 합성에 꼭 필요합니다. 엽산을 꾸준히 섭취하면 태아 심장기형, 신경관 결손증, 요로기형 등 선천성 기형아 출산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 재료: 브로콜리 1송이, 당근 반쪽, 양파 1/2개, 새우살, 굴소스, 밥 2공기, 소금, 후추, 참기름(2인분 기준)
*레시피:
1. 준비된 야채와 새우살을 썰어준다
2. 브로콜리는 끓는 물에 소금 넣고 살짝 데쳐준다. 데치지 않고 잘게 썰어서 사용해도 무방하다.
3. 새우살을 소금물에 씻어 물기를 빼준다.
4. 가열된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당근을 제일 먼저 볶는다.
5. 이후 다른 야채들을 볶는다.
6. 야채가 어느 정도 익으면 굴소스 2큰술을 넣고 공기밥을 넣어 야채와 함께 버무려준다.
7. 기호에 따라 참기름과 후추를 뿌려준다.
8. 기호에 따라 달걀 프라이나 스크램블 에크와 곁들어 먹는다.
(*남편이 요리를 할 때 아내는 이렇게 해주세요)
-> 완벽함을 바라지 마세요. 남편이 요리 메뉴를 선정하고, 식재료를 준비해 요리를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당연히 해줘야 하는 것처럼 몰아세우지 말고, 작은 일에도 감사의 표시를 하고 정확히 어떤 메뉴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칼럼니스트 장치선은 중앙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중앙일보 건강팀에서 의학건강기자로 일했습니다. 펴낸 책으로는 <데이트인 서울>, <서울, 여자가 걷기 좋은 길>, <하이힐을 신은 자전거>, <까불래용 알겠지용_화장실편> 등이 있습니다. 결혼 5년 만에 늦은 임신으로 입덧기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윤완은 명덕외고, 성균관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수련 생활을 거쳐 의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보건정책학을 공부했습니다. 임신과 출산을 텍스트로만 배웠습니다. 텍스트와 현실은 다릅니다. 그래서 의사 아빠도 헤맵니다. 아내의 임신 기간 10달은 공부의 연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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