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정부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내년 누리과정 예산 중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예산편성 의무를 준수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이에 따라 어린이집 보육료를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논란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 대해 “국민과 어린이를 볼모로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내년 누리과정 예산 중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최 부총리는 “누리과정 예산편성은 지난 정부 때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재원을 부담하기로 이미 합의해 추진해 온 사안”이라며 “교육감들의 주장은 유치원은 교육부, 어린이집은 복지부로 나뉘어 영역 다툼을 벌이던 옛날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같은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내년에 1조 9000억 원의 지방채 인수 등을 통해 지방교육재정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내년 누리과정 사업을 차질 없이 시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교육 분야 예산안에서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 2조 2000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누리과정이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한 보육·교육 과정을 말한다.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한 내년 예산으로 3조 1000억 원을 올렸지만 기재부 심사과정에서 깎였다. 정부는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올해보다 1조 4000억 원 줄였다.
결국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교육감들은 어려운 재정 여건을 감안해 내년도 전체 누리과정 예산 3조 9284억 원 가운데 어린이집 예산에 해당하는 2조 1429억 원의 예산편성을 거부하면서 중앙정부가 이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리과정은 정부 시책사업인 만큼 중앙정부가 이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시도교육감들의 논리다.
야당 의원들도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 상황에 대한 정부의 해결책을 촉구했다.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관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시·도교육청의 파산을 가져올 누리과정과 초등돌봄교실에 대한 예산은 박근혜 정부가 공약한 것인 만큼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며 “교육재정 안정을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현행 20.27%에서 5%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박홍근 의원은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 자료를 근거로 내년도 지방교육재정 총수입에서 교직원 인건비, 누리과정, 지방채 상환비용 등 경직성 경비를 뺀 재량적 지방교육재정이 9조 412억 원으로 올해보다 31.2%(4조 934억 원) 줄어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사업은 중앙정부가 벌여놓고 부담은 지방교육청이 지도록 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교육재정은 파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자체로서는 중앙정부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보육비용을 댈 수 없는 상황이다. 보육예산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분담하도록 돼 있다. 서울시는 “교육청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경우 서울시에서도 시비로 예산을 편성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내년은 3~5세 보육료가 전액 지방교육청 교부금으로 편성돼 올해처럼 교부금이 부족하다고 해서 시에서 우선 집행해줄 수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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