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실망이야" 6살 아들의 충격적인 말
"엄마, 실망이야" 6살 아들의 충격적인 말
  • 칼럼니스트 황유순
  • 승인 2014.10.21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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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노력이라는데, 내 사랑이 부족했나봐요'

[연재] 윤이와 엄마의 생각 키우기 - 아이와 엄마가 함께 성장하는 대화!

 

열두 번째 이야기 나도 사랑해 줘!

 

올해, 여섯 살 윤이는 엄마에게 세 번에 걸쳐 충격적인 말을 뱉었다. 바로 엄마, 실망이야”. “엄마가 잘못 결혼했던지, 잘못 낳았겠지”, “나 들살이 가면 연이랑 둘이 있으니까 좋겠네이다. 듣는 순간엔 엄마인 내가 상처를 받아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한 숨 고르고 나니, 이 말을 하게끔 만든 내 잘못이 고스란히 녹아있음을 알게 되었다. 당장은 아이를 혼내고 이야기도 했지만 엄마가 반성해야하는 일을 두고 아이만 나무란 꼴이 된 것이다.

 

연이가 노래를 부르자 윤이가 옆에서 장난감 기타로 반주를 넣고 있다. ⓒ황유순
연이가 노래를 부르자 윤이가 옆에서 장난감 기타로 반주를 넣고 있다. ⓒ황유순

 

#1. “엄마, 실망이야.”

 

마음대로 춤추고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연이가 갑자기 카메라 삼발이를 앞에 세우고 마이크 삼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즐겨 부르던 겨울왕국 노래에 엄마가 연습하던 성가대 합창곡을 군데군데 섞어 노래하더니 나중에는 랩까지 만들어 부르는데 너무나 재미있어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잠시 후, 윤이도 장난감 기타를 들고 오더니 옆에 앉아 멋스럽게 반주를 넣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는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둘이 합동 공연을 끝내고 이제 각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연이는 주특기 춤과 함께 노래를 만들어 불렀고 윤이는 기타를 치며 또박또박 우렁차게 불렀다. 그런데 동영상을 찍고 있던 엄마가 연이의 노래는 모두 찍고 윤이의 노래는 1절만 찍었다. 그러자 갑자기 엄마, 실망이야라고 말한 후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윤이에게 가서 아무리 달래고 잘못했다고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실, 윤이는 박자, 음정을 맞춰 정확하게 불렀지만 재미는 없었다. 아마도 윤이도 엄마의 이런 마음을 눈치 챈 거 같다.

 

#2. “엄마가 잘못 결혼했던지 잘못 낳았겠지.”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온 어느 날, 윤이가 옷을 갈아입지 않았다. 집에 오면 밖에서 입던 옷은 벗고 내의로 갈아입는데 이날따라 유난히 하지 않았다. 저녁 먹고 난 이후 씻으려고 하는데도 옷은 벗지 않고 자기 일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급기야 화가난 엄마는 너 도대체 엄마 말을 왜 이렇게 안 듣는 거니?”하며 엉덩짝을 때렸더니 윤이가 울면서 하는 말이 엄마가 잘못 결혼했던지, 잘못 낳았겠지였다.

 

순간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지금까지 윤이에게 들은 말 중 최고로 상처가 되는 말이었다. ‘여섯 살 꼬마가 어떻게 이런 말을 생각해서 말할 수 있지?, 내가 그렇게 잘못 했나? 엄마가 이런 말을 한 거 같지는 않은데…마음속으로 온갖 생각이 왔다 갔다 하며 나 역시 혼란스러워 졌다. 그런데 엄마가 먼저 한 말은 , 엄마랑 아빠랑 결혼한 게 잘못이라고?”라고 말하며 엄청 혼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는 윤이를 따뜻하게 달래주었지만….

 

#3. “나 들살이 가면 연이랑 둘이 있으니까 좋겠네.”

 

저녁식사를 마치고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윤이와 연이는 자기 전에 각자 골라온 그림책을 엄마가 읽어 주면 불을 끄고 자리에 눕는다. 연이는 책 두 권을 골라와 벌써 읽어 주었고 그사이에도 윤이는 양치도 안하고 자기 할 일만 하고 있었다. 윤이에게 몇 번이나 양치하고 책 골라 오라고 말하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불을 끄고 연이와 단 둘이 잠자리에 들자 그제서 윤이가 울면서 후다닥 책을 골라 오는데 나도 화가 나서 읽어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둘이 유치하게 대화를 주고받다가 나온 말이 나 들살이 가면 연이랑 둘이 있으니까 좋겠네였다. 다음날 윤이는 어린이집서 일박이일 들살이에 가기로 되어 있었다.

 

한편으론 기막히게 상황 적용하는 윤이의 생각에 놀라면서도 이 세 번째 상처부터 나는 내가 크게 잘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물론 평소에 내가 연이에게 더 스킨십을 하고 사랑을 주고 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의식적으로 윤이에게도 함께 해주었는데 윤이는 다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다. 부끄럽기도 했고 내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윤이가 그동안 대놓고 연이, 싫어라고 말할 때 윤이에게 더 많은 사랑을 부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생각해 보면 윤이는 집에서 연이가 태어났을 때 엄마와 연이가 있는 방에 한 번도 들어오질 않았다. 심지어 엄마와 아빠 손길도 거부해서 할머니 손만 잡고 다니고 할머니한테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하였다. 덕분에 엄마는 산후조리를 잘 했지만 윤이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컸다. 둘째를 낳기 전 첫째에게 소홀히 하지 말자고 다짐도 하고 교육도 받았지만 둘째가 커 가면서 서서히 잊어졌다. 그사이 둘째는 엄청난 매력을 발산하고 거기에 엄마, 아빠는 빠져들었다.

 

사랑은 노력이다.” 얼마 전 어린이집에 함께 보내는 엄마가 물었다. 그쪽 집은 부부가 사이좋아 보이던데 그 비결이 무엇이냐고.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노력이라고. 사랑하기에 노력하는 것인데 부부사이에는 노력을 하면서 난 윤이에게는 소홀했다. 오늘부터 엄마는 윤이를 사랑하기에 다시 열심히 노력할게!

 

*칼럼니스트 황유순은 덕성여대 유아교육과와 교육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했다. 5년 동안 유치원 교사로 활동한 경력과 그동안 배운 지식을 총 동원하여 놀이를 통한 교육을 두 아이에게 실천하고 있다. 몸과 생각주머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행복해하며 살고 있는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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