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선 많은 남자들이 주 양육자 역할 해요"
[이메일 인터뷰] '육아플래너' 저자 조 윌트샤이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어색하지만 부모라는 호칭을 달게 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매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리고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매일 도전과 배움의 시간을 가진다. 오늘도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면 출판사 나무발전소가 펴낸 ‘육아 플래너’의 저자 조 윌트샤이어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두 아이를 키운 엄마이자 워킹맘인 영국 엄마가 생각하는 ‘육아’란 무엇인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Q. 안녕하세요? 윌트 샤이어 작가님. ‘육아 플래너’ 출간 당시 에비가 4살, 남동생 찰리가 0살이었죠. 아이들이 많이 컸겠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A. 저희 아이들은 이제 일곱 살, 열한 살이 됐습니다. 시간이 다 어디로 지나갔는지 저희 가족은 모두 잘 지내고 두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저희 가족들이 새롭게 경험하는 일들이 많아 저도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Q. 2010년 ‘육아 플래너’가 한국판으로 출간됐고 최근 개정판이 나와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책을 체험한 초보맘들의 서평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어 “내 몸에 맞지 않는 육아서에 길들여진 뇌를 깨끗하게 만들어 준 책”, “별점을 5개 매겼지만 10개라도 주고 싶은 육아서”, “노스트레스 초간단 육아 매뉴얼” “쌩초보 맘에게 좋은 엄마가 되는 법을 가르쳐준다” 등입니다. 저자로서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육아플래너’를 다른 나라 부모들이 읽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기쁩니다. 여기 영국에서는 한국인 부모들이 아이들을 예의바르게 키우기로 유명한데, 한국에서 제 책으로 도움을 얻는 부모들이 많다니 영광입니다.
Q. 이 책은 0~4세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모든 영역을 다루고 있는 체험형 육아서입니다. 육아의 현장에서 부딪치는 문제에 대해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이 많아서 부모들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동료맘, 선배맘 이웃들의 수다(인터뷰)를 통해 얻은 방법들이라서 더 현실적인 것 같습니다. 국경을 초월해 세상 모든 부모의 목적은 똑같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A. 전 세계 부모들은 아마도 모두 같은 걱정거리를 안고 있을 겁니다. 모든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를 원합니다. 제 딸이 아기였을 때 저도 너무 모르는 것이 많았습니다. 그때 제게 제일 도움이 되었던 조언은 제 주변의 다른 보통 엄마들로부터 얻었습니다. 이런 일상의 팁들을 수집하고 분야별로 읽기 쉽게 약간의 조언을 첨가해서 책을 내면 어떨까 생각했고, 그 결과 ‘육아 플래너’를 출간하게 됐습니다.
Q. ‘육아 플래너’ 외에 ‘아기를 위한 잠자기 훈련’, ‘아기를 위한 배변 훈련’을 출간하셨는데요. ‘잠자기’와 ‘배변’을 따로 집필한 이유가 있나요?
A. 잠자기와 배변훈련에 대한 책을 쓴 이유는 이 두 가지가 부모들이 가장 크게 걱정하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들은 어떤 종류의 가족이나 육아법에도 적용될만한 넓은 범위의 해결책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어떤 정해진 해결책이 아니라 자신과 아이에게 맞는 해결책들을 찾아서 적용할 수 있습니다.
Q. 한국에서는 프랑스, 핀란드, 유대식 육아서는 여러 권 소개되었지만 영국식은 생소합니다. 영국의 육아법은 어떤 점에서 특별한가요?
A. 육아에 대한 문화는 나라마다 다르고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배울 수 있습니다. 저는 문화나 국가마다 다르게 작용하는 육아법을 더 많이 공유하기를 원합니다.
Q. 영국에서는 주양육자의 비율이 엄마와 아빠 중 어느 쪽이 많은가요?
A. 많은 나라에서 엄마들은 선택적으로 직장을 갖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기도 합니다. 지금 영국에서는 많은 남자들이 주 양육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주 양육자 역할을 하느냐가 아니라 일관성과 안정감입니다. 주 양육자 역할을 하면서 아이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Q. 영국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가르칠 때 어떤 방법을 쓰시나요? 한국에는 노키즈존이라는 곳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음식점 등에서 아예 출입을 막고 있는 것인데요.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제가 어릴 때 저희 부모님은 어른들과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 결과 저는 좋은 레스토랑에 많이 따라갈 수 있었죠. 저는 제 아이들에게도 같은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집에서 ‘레스토랑의 밤’을 갖는 것입니다. 식당에서처럼 잘 앉아서 식기를 올바르게 사용하고 잘 행동하는 법을 연습하는 밤이죠. 저는 다른 사람들이 저녁 시간에 레스토랑에서 조용하게 식사할 수 있는 권리는 존중합니다. 아이와 함께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간대와 장소를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Q. 베이비뉴스는 아이들의 권리를 찾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유모차는 가고 싶다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영국에서는 저상버스(non-step bus)가 일반적으로 보급되어 유모차를 끌고 버스를 타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오래된 지하철은 계단이 많아서 유모차가 다니기 힘들다고 합니다. 실상은 어떤가요? 사람들은 배려를 잘 해주는 편인가요?
A. 아주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은 부모들에게 항상 큰 도전입니다. 영국에서도 오래된 도시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 경우에는 사람들이 항상 잘 도와줬습니다. 요즘 부모들은 아주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때 유모차보다는 슬링이나 아기띠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Q. 초보부모가 아이를 키우면서 흔히 실수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초보 엄마들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자신을 심하게 몰아붙이는 것입니다. 다른 엄마들이 모두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자신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부모란 없다는 사실만 깨달아도 모든 일들이 훨씬 쉬워집니다. 자기 탓을 하거나 죄책감을 갖는 대신 자신만의 안정되고 확실한 육아에 집중해야 삶이 더 편해집니다. 자기 아이를 다른 친구들이나 이웃 아이들과 비교하기보다 우리 아이의 독특하고 특별한 점에 집중하세요.
Q. 요즘 엄마들은 아이 키우기가 많이 힘들다고 합니다. 육아가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생각하시나요?
A. 요즘 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습니다. 육아에 대한 책이나 인터넷 기사, 웹사이트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는 있지만 너무 많은 정보로 인해 우리의 본능이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없게 됩니다. 대부분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이 가장 좋고 어떤 일이 가장 알맞은지는 부모의 본능으로 알 수 있습니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잡음’을 걸러내고 부모로서의 우리 능력을 믿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Q. 육아에도 골든타임(최적기)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육아에서 적절한 시점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많은 것을 흡수하듯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그 시기가 지나고 아이들 기억 속에 가장 많이 남는 것은 안정감과 사랑입니다. 그 바탕 위에 다른 것들이 쌓일 수 있습니다.
Q.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열정적으로 일을 하실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0~4세 사이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일과 육아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국 직장맘들을 위해 특별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A. 대부분의 직장맘들은 매일 매일 한꺼번에 많은 일들을 해야 합니다. 그들은 어느 일에도 100% 전념하지 못한다고 걱정합니다. 하지만 엄마들이 아이들과 있을 때만은 아이에게 전념해야 아이들은 엄마가 정말 자기랑 같이 있다고 느끼고 그래야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습니다. 저도 늘 ‘스위치 끄기’를 연습합니다. 집에 가면 되도록 일에 대한 ‘스위치’를 끄고 온통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런 연습은 삶을 잘 구분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Q. 부모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아이를 키우면서 내 삶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아이들은 자신의 인생이 없다고 느끼는 부모를 바라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재미있고 바쁘고 활기차고 열정적인 부모를 원합니다. 아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기만의 것들을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 반대로 해 보세요. 당신에게 중요한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아이들은 어떻게 하는지 배우세요. 두 세계에서 가장 좋은 면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Q. 아이를 키우는데도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본인이 최우선으로 세운 육아 원칙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A.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보여주고 아이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고 아이들을 믿어주고 부모 자신을 믿으세요. 그리고 많이 웃으세요. 재미있게 지낼 때 가족의 결속력은 훨씬 강해집니다.

*이 기사의 번역에 도움을 주신 육아플래너 역자 이고은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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