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발달장애인이 2살 아기를 복지관 3층에서 던져 숨지게 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뒤늦게 주목되며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 부모는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사회가 관심을 가져달라”며 피해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7일 피해 아이 故 정상윤(2) 군의 어머니는 자신의 블로그에 ‘발달장애인이 2살 아기를 3층에서 던져 살해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정 군의 어머니는 “한 달이 지나도 가해자 측에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거니와 제대로 된 사과조차 없다. 결국 이렇게 시간만 끌다가 사건이 덮어져 버리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에 글을 올리기로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 군의 어머니에 따르면 지난 12월 3일 정 군의 어머니와 아이들은 큰 아이의 심리치료수업을 위해 복지관을 방문했다. 큰 아이가 수업을 받으러 간 사이 정 군과 정 군의 어머니는 3층 복도 대기실에 있었는데, 갑자기 가해자 이아무개(19·발달장애인) 군이 나타나 정 군의 손을 잡고 어딘가로 걸어갔다.
정 군의 어머니는 “이 군이 안면이 있어 아이가 귀여워서 그냥 손잡고 복도를 걷는 줄 알고 뒤따라갔다. 이 군이 복도 끝 철문 손잡이를 돌려 상윤이를 데리고 나가려고 해서 재빨리 쫓아갔다”며 “그런데 갑자기 이 군이 난간 밖으로 상윤이를 들면서 저를 봤다. 너무 놀라서 ‘하지마, 위험해!’라고 침착하게 말했지만, 이 군은 이상한 웃음소리를 한번 내고 제 눈을 바라보며 씨익 웃더니, 우리 상윤이를 3층 난간 밖으로 던져 버렸다”고 설명했다.
짧은 시간, 키 180㎝의 육중한 이 군을 제어할 수 없었던 정 군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가 창밖으로 던져지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정 군의 어머니는 “아이가 쿵하고 떨어지는 소리에 제 심장도 멎었다. 눈앞에서 내새끼가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는···. 꿈이라고 해도 믿기 힘들었다”며 “이 군의 보호자가 어디 있냐고 소리를 질러도 보호자는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2살 상윤이는 추락의 충격으로 왼쪽 머리가 함몰되고 이마와 코에서 하염없이 피가 흘렀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든 충격을 머리로 받으면서 뇌출혈과 머리뼈 골절, 갈비뼈 골절이 발생한 것이다. 아이는 5시간 먼 지역에서 뒤늦게 달려온 아빠가 도착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정 군의 어머니는 “고작 21개월밖에 되지 않은, 엄마밖에 모르던 나의 아기 상윤이는 그렇게 다시는 엄마를 볼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버렸다”고 참담했던 심정을 적었다.
정 군의 어머니는 “만 18세 발달장애 1급 장애인이 아기를 던져 죽인 사건은 대한민국에서 한 번도 없었던 사건이다. 가해자가 장애인일 때는 누구에게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하냐? 사례가 없는 사건임에 그만큼 관심 받아야함에도 불구하고 수사는 잠잠하고, 복지관과 복지관측에 위탁을 준 사하구청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 군의 부모와 장애활동보조인과 이 군의 학교 측에서도 제대로 된 사과조차 없다. 복지관은 지적장애인과 일반인이 한 공간에 있을 경우 안전시설화와 관내 관리의무에 적절한 주의를 다했는지 책임을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어 “출산만 장려할게 아니라 21개월 아기의 생존권 하나 지켜주지 못한 이곳이 과연 복지국가입니까? 그날 이후로 수면제 없이는 단 하루도 잘 수가 없다”며 “혼자 남은 큰 아이도 이런 대한민국에서 잘 키울 자신감도 없다. 정부지원을 받으면서 운영하는 복지관에서 억울하게 죽은 상윤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제2의, 제3의 상윤이가 생기지 않도록 사회가 관심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현재 정 군 어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이 각종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누리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정 군 어머니의 블로그에는 위로의 내용과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달라는 댓글이 5000개가 넘게 달렸다.
포털 다음 아고라에서는 상윤이를 기리며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와있다. 이 청원의 글쓴이는 “이 나라에서 아이를 안전하게 무사히 키워낼 수 있을지 두렵다. 아이가 희생자가 되는 사건은 일어나서는 안 되며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제대로 지고 재발하지 않도록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 청원에는 1만3000여명이 서명한 상태다.
또한 다음 포털에는 상윤이 추모 카페도 만들어져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추모 메시지가 달리고 있다.
누리꾼들은 “또래 아이의 아버지로서 정말 눈물이 납니다. 힘내세요”, “아기 엄마 입장에서 피가 거꾸로 솟네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상윤아 부디 그곳에선 고통 없이 행복해라”, “장애 1급이라면 왜 보호자는 가해자를 혼자 두었는지 안타깝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현재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부산 사하경찰서는 가해자인 1급 발달장애인 이아무개(19) 군을 구속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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