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폭행사건, 아이는 왜 울지 않았나
심리 전문가 "오랫동안 폭력에 익숙해진 것"

인천어린이집 폭행 사건을 접한 국민들이 큰 충격에 빠져 있다. 인천 연수구의 모 어린이집 보육교사 양아무개(33·여) 씨가 '음식을 남겼다'는 이유로 4살 아이를 폭행한 사건인데, 아이를 향한 주먹이 강펀치 수준으로 '살인 미수가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것.
사건 내용을 짚어보면, 어린이집 원생 A(4·여) 양은 지난 8일 낮 어린이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교사 양 씨는 A 양의 급식 판을 수거하던 중 A 양이 음식을 남긴 것을 보고 이를 먹게 했고, A 양이 뱉어내자 오른손으로 A 양의 머리를 한 차례 강하게 내리쳤다. 이에 아이는 서랍장 구석으로 처박히듯 날아가 바닥에 쓰러졌다. CCTV를 보면 아이 몸이 붕 뜬 채로 날아가는 걸 볼 수 있는데, 그만큼 폭행이 강도가 컸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한 건 폭행 이후의 아이 행동이다. 큰 충격의 폭행을 당했다면 일반적으로 우는 게 정상이지만, A 양은 울지 않았다. 도리어 자리에서 일어나 교사의 눈치를 보며 떨어진 음식물을 다시 집어 들기 시작했다.
이 같은 이상행동은 A 양만이 아니었다. A 양의 친구들은 식사를 마치고 잘 놀다가, A 양의 폭행 상황을 목격했고 지레 겁을 먹었는지 모두 구석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정상적인 아이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왜 A 양은 울지 않았을까? 그리고 친구들은 왜 스스로 무릎을 꿇고 앉았을까?
아동심리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폭행에 이미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주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이자 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허그맘 대표원장인 박동혁 심리학자는 “강압적 순응이고 오랫동안 같은 방식으로 다뤄지다 보니까 아이들이 익숙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심리학자는 “어린이집은 부모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곳이다. 그곳에서 가장 강한 권위를 가진 게 교사인데, 그런 강압적인 상황에서 생존하려면 순응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아이들이 알고 있는 것”이라며 “아무도 자신들을 도와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반응은 무릎을 꿇거나 가만히 있고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심리학자는 ‘스톡홀름 신드롬’을 예로 들었다. 스톡홀름 신드롬은 보통 인질이 납치나 강도를 당했을 때 폐쇄된 공간에서 범인과 장기간 함께 지내면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인질은 자신의 생사를 쥐고 있는 강자인 강도에게 감화돼, 강도를 지지하고 나아가서는 협력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박 심리학자는 “스톡홀름 신드롬처럼 아이들이 무기력해졌다. 그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순응밖에 없기에 교사의 행동에 동조하듯이 하는 것”이라며 “그 교사가 폭행하기도 했지만, 어떨 땐 잘해줬을거라 생각한다. 그런 일관성 없는 행동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저 교사가 대체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기 힘드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끌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심리학자는 “그 교사 본인도 자신의 저런 행동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들이 계속 터지기 때문에 눈여겨봤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행을 했다는 건 그 교사에게 분명 직무 스트레스나 인격적인 문제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 교사의 처벌도 중요하고 재발방지도 중요하지만, 가장 신경써야 할 건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이다.
박 심리학자는 “아이들은 교사가 무서워서, 이해할 수 없어서, 대응할 수 없어서 드러내지 못한 감정들을 갖고 있다. 이런 감정들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느끼는 공간에서 그 당시 감정이나 생각을 토로하도록 해주고 공감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교사의 폭행은 어른들의 실수고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 연수경찰서는 해당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법을 검토 중에 있으며 다른 원생들에 대한 수사 확대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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