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말고 선생님을 믿고 싶습니다"
인천 부모들의 절규···아동학대 근절 촉구


“CCTV를 믿고 싶지 않아요. 내 아이를 사랑으로 돌봐주는 선생님을 믿고 싶습니다.”
19일 오전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 앞. ‘영유아 폭력사태,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플래카드 앞에 마이크를 잡고 선 33개월 아이 엄마인 나선미(37·인천 계양구) 씨는 이같이 호소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이날 인천맘카페 ‘아띠아모’ 회원 등 인천지역 부모들이 참가한 아동학대 근절 촉구 집회에서 규탄 발언에 나선 나 씨는 “내 아이가 맞은 건 아니지만, 내 아이가 맞은 것 같은 마음으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며 “학대 받은 부모님,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봐주는 선생님 모두의 상처가 크겠지만, 무엇보다 상처를 많이 받은 건 아이들이다. 맞은 아이들, 그 폭력을 본 아이들의 상처는 누가 치료해주겠느냐”고 답답해했다.
나 씨는 “어른들이 사랑으로 돌봐줘야 할 아이들이다. 아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 ‘선생님이 널 때렸냐’고 물어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CCTV 설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CCTV가 있는 곳에서도 폭력을 당했다. 엄마들이 CCTV로 아이들만 감시하고 있을 수 없다. 선생님을 믿지 못하고 CCTV만 의존한다면 어딜, 누굴 믿어야 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날 아동학대 근절 촉구 집회에는 최근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불거지고 있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자 하는 인천지역 부모들이 참석했다. 당초 200여명의 부모들이 집회에 참가하기로 했다가 40여명의 부모들이 참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아이가 안전한 사회 만들기에 힘을 보태려는 엄마들의 의지는 뚜렷했다. 참가자들 가운데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거나 아기띠에 아이를 메고 온 엄마, 아이 셋의 손을 잡고 나온 엄마, 출산을 앞둔 부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아동학대를 근절하고자 나섰다.
참가자들은 각자 ‘스트레스 해소, 내 아이는 안돼요!’, ‘내아이 첫사회, 사랑이 넘치기를’, ‘교육자의 양심은 어디로 갔나요’ 등의 손팻말을 든 채 “폭행교사 물러가라, 교사 사명 어디 있나”, “믿음으로 맡겼더니 폭행이 왠말이냐”고 구호를 외쳤다. 특히 참가자들은 각자의 가슴에 초록색 리본을 단채 자라나는 새싹인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길 소망했다.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뉴스에서 접하고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어 이날 집회를 기획했다는 33개월 아이 아빠 김충은(35) 씨는 “어린이집, 유치원, 영유아 교육시설은 믿음과 사랑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첫 번째로 만나는 사회인 어린이집의 선생님이 사랑으로 아이들을 보듬지 못하고, 선생님이 무서워서 어린이집에 못간다고 한다면 이것은 우리나라의 수치이자 교육자의 수치”라며 “우리 부모들이 일어나지 않으면 아이들의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안전한 어린이집을 위해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12개월 아이 엄마인 공선영(34·인천 남동구) 씨는 “교사들은 12시간이 넘는 근로시간은 물론, 평가인증이란 말도 안 되는 제도가 있을 때마다 새벽 2시까지 잠을 못잔다고 한다. 교사들의 근로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아동학대 문제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고강도의 근무시간은 아동학대 조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염려했다.
이어 “우리나라 아동학대 관련 법은 너무 가볍다. 아이가 죽어도 1년만 형을 살고 나와서 또 어린이집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한번이라도 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은 절대 문을 열어선 안 된다. 폐원돼야 마땅하다. 한번이라도 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 원장도 두 번 다시 어린이집 하면 안 되며, 그 보육교사도 평생 어린이집 발을 디디지 못하게 법을 바꿔야한다”고 강조했다.
공 씨는 “지금 국회의원들이 쏟아내는 수많은 법안은 처음 나온 게 아니다. 매번 다른 법에 밀려 수면으로 가라앉았던 법들”이라며 “이번 계기를 통해 그 많은 법안들이 정말 제대로 통과되길 바란다. 엄마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여서 보육환경이 개선되고 법안이 개선돼, 우리 아이들을 마음 놓고 어린이집에 보내고 아이들 학대받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진미(41·가명·인천 부평구) 씨는 “아동학대는 남의 일이 아니다. 저희 아이들이 겪은 일이고 누군가 또 겪게 될 수도 있는 일이다. 걱정만 하고 어린이집, 유치원에 보낼 수는 없다. 처벌이 강력해야 방지될 수 있다”며 “어린이집, 유치원에 부모모니터링같은 게 이뤄지고 평가인증도 보여주기 식이 아닌, 학부모가 참여하는 평가인증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인천맘카페 ‘아띠아모’ 회원들은 이날 집회 현장에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방지를 촉구하는 서명을 받기도 했다. ‘아띠아모’ 회원 등 인천 부모들은 20일에도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집회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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