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으로 지운 아들의 주민등록
엄마 손으로 지운 아들의 주민등록
  • 신화준 기자
  • 승인 2015.02.03 14: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종아동찾기 '집으로' 프로젝트 1화

【베이비뉴스 신화준 기자】

 

하늘이의 옷과 사진을 꺼내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는 어머니 정혜경 씨. 4살 때 사라진 하늘이의 현재 나이는 21살이다. 군대에 갈 나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하늘이의 옷과 사진을 꺼내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는 어머니 정혜경 씨. 4살 때 사라진 하늘이의 현재 나이는 21살이다. 군대에 갈 나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하늘이 엄마의 징병검사 통지서

 

# 인천에 사는 정혜경(54) 씨는 지난 2013년 12월 한 장의 등기 우편물을 받았다. 기다리던 아들의 소식 대신 먼저 도착한 것은 그리운 아들 ‘김하늘’의 이름이 인쇄된 징병검사 통지서였다. 엄마는 그날 하루 종일 울었다.

 

“우리 아들이 함께 컸으면 내 손으로 군대를 보낼 수가 있었을 텐데…. 하늘이한테 미안해서 뭐라 할 말이 없어요.”

 

이제 다 커서 대한민국의 당당한 청년으로 인정받게 된다는 기쁜 소식이었지만 하늘이는 엄마 곁에 없다. 지난 1997년 4월 20일 실종된 하늘이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훌쩍 지나 하늘이네 집에 배달된 징병검사 통지서가 엄마의 마음을 또 다시 헤집어 놓았다.

 

병무청에 전화를 걸어 아들이 실종돼 징병검사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징병검사를 받지 않으면 병역기피자로 분류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행불자(행방불명자)로 분류해야하기 때문에 주민등록에서 하늘이를 말소해야 한다는 행정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늘이의 주민등록말소. 엄마는 또 한 번 무너진다. 일주일 넘게 물 한 모금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자식을 찾지도 못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자식을 또 주민등록에서 말소를 시키면…. 나는 그거는 못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결국…, 그러지 않으면 행정절차상 병역기피자로 분류된다는 병무청 직원의 으름장에 어쩔 수 없이 주민등록을 말소했어요.”

 

현재 곁에 없어도 주민등록등본에서라도 찾아 볼 수 있었던 하늘이의 이름을 지운다운 것은 또 다시 하늘이를 사라지는 만드는 것 같았다. 죄를 짓는 것만 같았다. 설명할 수 없도록 마음이 아팠다.

 

그날 이후,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은 더욱 심해져 하늘이 엄마는 3년째 약을 복용하고 있다. 현재도 약이 없으면 잠들지 못한다. 어렵게 잠들게 되더라도 매일 밤 세 번 이상 깨어날 정도로 깊은 잠을 자본지 오래다.

 

“매번 잠들 때마다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냥 잠들 듯이 세상을 떠났으면 좋겠어요. 눈을 뜨면 견뎌야 하는 일상이 너무나 무서워요. 그래도 하늘이를 보기 전까지는 절대로 먼저 떠날 수 없어요. 꼭 엄마가 미안하다고 말해줘야 해요.”

 

2. 4살 때 실종된 김하늘 군의 예전 사진, 그리고 김하늘 군의 현재 추정 모습. ⓒ실종아동가족찾기협회
2. 4살 때 실종된 김하늘 군의 예전 사진, 그리고 김하늘 군의 현재 추정 모습. ⓒ실종아동가족찾기협회

 

■ 실종아동
- 이    름 : 김하늘
- 나    이 : 실종당시 4세(만 2세), 현재나이 21세, 1994년 음력 5월 20일 생
- 실종일자 : 1997년 4월 20일
- 실종지역 :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3동
- 신체특징 : 쌍가마가 있고, 콧등에 점이 있음
- 발생경위 : 집 근처에서 놀다가 실종된 것으로 추정

 

갑자기 집 안에서 사라진 하늘이

 

#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경기도 의정부 집에서 휴일을 보내고 있던 하늘이와 엄마는 지방근무로 올라오지 못한 아빠와 전화통화를 했다.

 

하늘이는 “아빠, 집에 오면 안돼? 아빠 보고 싶어”라며 애교를 부렸다. 이 통화가 아빠와 하늘이의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늘이가 아파서 일주일 내내 병원을 데리고 다녀서일까. 엄마도 탈이 나서 너무 무릎이 아파 약국에 가기 위해 하늘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집 근처 시장에 있는 약국에 들러 약을 조제하고, 하늘이에게 간식으로 김밥과 떡볶이를 사줬다. 그날따라 하늘이가 미역국이 갑자기 먹고 싶다고 해 저녁거리로 미역과 쇠고기도 사왔다.

 

집으로 돌아온 뒤 하늘이는 거실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고, 엄마는 약 한 봉을 먹고 잠시 누워있었다. 약을 먹고도 통증이 가시질 않아 한 봉을 더 먹었다. 이후 깜빡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떴을 때 집안에서 하늘이가 놀고 있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평소처럼 집 근처에서 흙장난을 하고 있겠거니 생각하고 찾아 나섰지만 하늘이는 보이지 않았다.

 

잘 가던 놀이터, 엄마와 매일 다니던 시장 가는 길, 온 동네를 찾아다녔지만 하늘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저녁 무렵 인근 파출소를 찾아가 아이가 없어졌다고 신고를 했다. 당시 경찰은 단순 가출로 처리하고 곧바로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미역국을 끓여달라고 해서 미역과 쇠고기를 사다 놓았는데….’ 빨리 하늘이를 찾아서 미역국을 끓여주고 싶은데, 속절없이 시간만 자꾸 흘러갔다.

 

“하늘이를 보기 전까지는 절대로 먼저 떠날 수 없어요. 꼭 엄마가 미안하다고 말해줘야 해요.” 인터뷰 도중 결국 눈물을 보인 어머니 정혜경 씨.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하늘이를 보기 전까지는 절대로 먼저 떠날 수 없어요. 꼭 엄마가 미안하다고 말해줘야 해요.” 인터뷰 도중 결국 눈물을 보인 어머니 정혜경 씨.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똑똑하고 의젓했던 하늘이

 

# 하늘이는 의젓한 아이였다. 칭얼대거나 조르는 일 조차도 없는 어른스런 아이였다. 병원에 다니면서도 주사 바늘을 무서워하지 않을 정도로 씩씩했다.

 

그 나이 때 아이들 같지 않게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도 스스로 정리하고, 어린이집에서는 위험한 장난을 치는 친구들을 나무라기도 했던 기특한 아들이었다.

 

일요일이면 아빠와 함께 낚시를 다니는 등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집안의 자랑이자 소중한 아들이었다.

 

“시장에 가서 갖고 싶은 장난감이 있어도 엄마를 조르지 않았어요. ‘엄마 돈 없으면 다음에 사줘’하며 그냥 가자던 아이였어요. 옷도 스스로 정리하고, 이웃집 아주머니를 하루에 열 번 보면 열 번 인사할 정도로 인사성도 밝아 동네 사람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죠. 귀가 부처님처럼 잘 생겨 동네 어르신들이 ‘나중에 크게 되겠다, 이름 값 하겠다’고 하시며 많은 귀여움을 받았죠.”

 

한 번 갔던 길을 돌아서 가기라도 하면 오히려 엄마를 가르칠 정도로 똑똑해 길을 잃어버렸을 가능성도 없다.

엄마는 그런 아들이 사라졌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어머니 정혜경 씨는 아들 하늘이를 찾기 위해서 경기도 일대 보육시설을 모두 뒤졌다. 사진은 실종아동 가족들과 함께 하늘이 피켓을 들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어머니 정 씨의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어머니 정혜경 씨는 아들 하늘이를 찾기 위해서 경기도 일대 보육시설을 모두 뒤졌다. 사진은 실종아동 가족들과 함께 하늘이 피켓을 들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어머니 정 씨의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하늘이를 찾을 수만 있다면…

 

# 미친 듯이 전단지를 돌리고, 의정부와 인근 파주, 동두천 등 경기도 일대의 보육시설들을 이 잡듯이 뒤졌다.

당시에는 경찰과 동행한다고 하더라도 법적인 강제력이 없어 시설에서 아이들을 보여주지 않아 발길을 돌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실종전단지를 몇 장이나 돌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에요. 한 번은 안양에서 하루 종일 뿌렸던 전단지가 구겨져 쓰레기더미로 뭉쳐 나와 있던 걸 봤어요. 내 자식이 구겨진 것 같았어요. 발에 밟힌 전단지를 보면서 마치 하늘이가 밟힌 것만 같아서 정신 나간 사람처럼 울었어요. 버려진 전단지를 주워 가슴에 품었던 기억이 나네요. 사람들의 조그만 관심이 너무나 아쉬웠어요.”

 

그러다가 ‘하늘이 비슷한 아이를 봤다‘는 제보가 들어오면 경찰보다도 먼저 찾아갔다. 대부분이 부정확한 제보여서 허탕 치기를 반복했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어디든 달려갔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20대 남성이 자신의 목격담을 전해온 것이다.

 

***

김하늘 군의 어머니 정혜경 씨와의 인터뷰는 2화에서 계속됩니다.

 

네 살 때 실종된 김하늘 군의 현재 나이는 21살입니다. 21살 김하늘 군의 얼굴 추정사진을 기사 본문에 올렸습니다.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제보 부탁드립니다.

 

또한 우리는 소중한 아이와 헤어지게 돼서 아직도 못 만나고 있는 실종아동 가족의 사연을 제보 받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함께 만들어가길 소망합니다. 부디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Copyrights ⓒ 베이비뉴스 기사제보 & 보도자료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