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가마 있는 군인을 찾습니다"
"쌍가마 있는 군인을 찾습니다"
  • 신화준 기자
  • 승인 2015.02.10 0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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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펀딩] 실종아동찾기 '집으로' 프로젝트

【베이비뉴스 신화준 기자】

 

실종아동과 실종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팟빵 AD디아스포라방송 ‘남규민의 미싱유-사라진 사람들’입니다.

 

실종자들에 대한 청취자들의 관심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헤어진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매주 실종아동 가족이 직접 출연해서 사연 등을 소개하고 짧은 라디오 드라마를 통해 보다 사실적으로 전달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방송을 진행하는 남규민 씨는 과거 동생이 실종돼 16년 만에 상봉한 경험이 있어 보다 가족들의 아픔을 공유하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18회까지 방송이 진행됐으며 하늘이 엄마 정혜경 씨도 지난 1월 17일편에 출연했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정혜경 씨는 ‘아들 하늘이를 찾을 수 있게 도와 달라’면서 아들 하늘이에게 쓴 편지를 직접 낭독했습니다. AD디아스포라방송의 도움을 받아 하늘이 엄마의 편지 글을 소개합니다.

 

“아들아, 아들아!” 김하늘 군의 엄마 정혜경 씨의 편지.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아들아, 아들아!” 김하늘 군의 엄마 정혜경 씨의 편지.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보고 싶은 아들아!

 

오늘도 엄마는 눈물로 지새우고 있단다. 너와 본의 아니게 헤어지면서 엄마는 삶의 의욕을 잃었어.

 

사랑하는 아들을 생이별을 해야 했던 엄마의 마음을 조금만 헤아려주면 좋겠다.

 

너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혹시 군대를 갔는지 너무 궁금한 엄마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더 너의 사진을 보고 어렸을 때 모습만 기억하고 있단다.

 

지금이라도 당장 엄마 하고 나타날 것 같은 하늘아. 천번 만번 불러도 모자람 없는 내 아들 하늘아. 너무 너무 보고 싶어 이 엄마는 너를 보기 전에는 죽을 수도 없을 것 같다. 눈을 감을 수도 없단다.

 

만약 너와 같이 살 수만 있다면. 이 엄마가 죽음이라도 물리치고 사랑하는 하늘이하고 오래 오래 같이 살고 싶단다.

 

이 추운 날씨에 어디서 추위에 떨고 있는지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 너무 궁금하고 걱정이 앞선다. 눈물이 앞을 가려. 사랑하는 나의 아들 하늘아. 미치도록 너를 보고 싶다.

 

하늘아 하늘아...

 

그 이름 부르면 대답해. 대답이 없는 우리 하늘이...

 

엄마가 어떻게 해야 네가 나를 엄마를 찾겠니. 이 엄마는 네가 돌아오는 날을 매일 매일 기도하며 기다릴게 하늘아.

 

사랑한다 하늘아. 그리고 미안하다. 너무 너무 미안해...

 

아들 하늘이에게 쓰는 편지 ⓒAD디아스포라방송

 

2. 4살 때 실종된 김하늘 군의 예전 사진, 그리고 김하늘 군의 현재 추정 모습. ⓒ실종아동가족찾기협회
2. 4살 때 실종된 김하늘 군의 예전 사진, 그리고 김하늘 군의 현재 추정 모습. ⓒ실종아동가족찾기협회

■ 실종아동
- 이    름 : 김하늘
- 나    이 : 실종당시 4세(만 2세), 현재나이 21세, 1994년 음력 5월 20일 생
- 실종일자 : 1997년 4월 20일
- 실종지역 :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3동
- 신체특징 : 쌍가마, 콧등에 점이 있음
- 발생경위 : 집근처에서 놀다가 실종된 것으로 추정

 

엄마 정혜경 씨가 아들 김하늘 군을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적극적인 제보 부탁드립니다. 그럼, 제1화 ‘엄마 손으로 지운 아들의 주민등록’ 편에 이어서 김하늘 군의 이야기 두 번째 편을 시작합니다.

 

우는 아이를 강제로 태우고 간 여성

 

인천에 사는 정혜경(54) 씨는 지난 1997년 4월 20일 경기도 의정부 단독주택에서 잠시 잠든 사이 사라진 아들 김하늘(당시 4세, 현재 나이 21세) 군이 실종되는 아픔을 겪었다. 정신없이 찾아 헤맸지만 그 어디에서도 하늘이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한 달 여를 헤매던 중 어느 날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온다.

 

하늘이와 닮은 아이의 모습을 봤다는 한 남성의 제보. 30대 정도로 보이는 어느 여성이 택시에서 안타겠다며 울며 버티는 남자아이(하늘이로 추정)를 강제로 태워 갔다는 목격담이었다.

 

엄마와 아빠는 이 사실을 경찰 측에 전하고 곧바로 의정부와 인근 지역의 택시회사를 돌며 수소문했지만 그런 여자와 아이를 태웠다는 택시기사를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가장 하늘이를 찾을 수 있었던 가능성이 높은 건 그 제보뿐이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하늘이가 어디서 잘못되거나 사고를 당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어딘가에서 누군가에 의해 잘 자라고 있을 거라 믿고 싶어요. 그 당시에는 그런 일들이 흔했어요. 하지만 실종된 그날,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하늘이를 찾았을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해요. 내가 좀 더 부자였거나 힘 있는 사람이었다면 하늘이를 찾지 않았을까…. 수도 없이 스스로를 원망했어요.”

 

이후에도 수사에는 진척이 없었다. 담당 경찰은 1년이 멀다하고 바뀌었다. 하늘이를 찾는 일은 오로지 부모의 몫이었다. 엄마와 아빠는 전국을 누비며 실종전단지를 돌리고, 인적이 드문 섬까지 찾아가는 등 하늘이를 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하늘이가 실종된 이후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하늘이가 실종된 이후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가정도, 건강도 모두 무너져 내리다

 

그러는 동안 이들 부부의 생활은 완전히 무너졌다.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이고, 걷는 일조차 힘들 정도로 건강은 악화됐다.

 

엄마는 목디스크부터 허리디스크, 무릎관절 수술만 네 번을 받았다. 우울증이 생기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두려워졌다. 아빠는 괴로움에 술에 중독됐고, 부부간 다툼도 생겨났다.

 

그래도 하늘이를 찾기 전까지 가정을 지켜야만 했다.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면 부부관계가 나아질까 생각해 아이를 갖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두 아이를 낳았지만, 결국 결혼 생활은 파경에 이르렀다. 혹시라도 하늘이가 찾아올지 몰라 계속 살았던 의정부 집에서, 현재의 인천 집으로 이사 오게 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실종됐던 장소에서 멀어지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늘이의 두 동생들을 키우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줄만 알았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이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은 깊어지고 모습은 더욱 또렷해져만 같다.

 

하늘이 엄마는 아들을 찾기 위해서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이제는 전국의 군부대를 직접 찾아다니겠다는 계획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하늘이 엄마는 아들을 찾기 위해서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이제는 전국의 군부대를 직접 찾아다니겠다는 계획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쌍가마 있는 군인을 찾아주세요”

 

무심한 세월 18년이 흘렀다. 하늘이가 성년이 되었을 나이다. 곁에 있었더라면 대학에 다니는 아들, 군대 보낼 생각에 걱정하고 있을 시기다.

 

엄마는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새로운 계획이 생겼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하늘이를 데려가 키웠다면 분명히 또래 친구들처럼 군대를 갈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올해는 꼭 운전면허를 따서 전국의 군부대를 찾아다니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찾았다.

 

“하늘이는 쌍가마가 있어요. 쌍가마가 선명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으니깐, 군인들 중 쌍가마가 있는 장병들을 대상으로 유전자검사와 같은 방법을 써서 하늘이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해서든, 꼭 하늘이를 찾고 싶어요. 지금으로선 이 방법이 유일한 희망이에요.”

 

하늘이 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뿐

 

엄마는 하늘이의 두 동생들에게 언제나 미안한 마음뿐이다. 올해로 각각 고2와 중2가 되는 딸(18)과 막내아들(15)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쏟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아이의 백일과 돌 사진도 찍어주지 못했고, 어린이날 같은 날에도 놀이동산 구경을 시켜주지도 못했다. 오직 하늘이를 찾는 일에만 매달려 두 자식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마음을 다잡으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았다.

 

하늘이의 동생들은 직접 얼굴도 보지 못한 오빠와 형을 그리워하면서 늘 슬픔에 빠져 있는 엄마에게 섭섭할 때가 많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이해하려 한다.

 

엄마는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잘 자라 준 아이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고등학생 딸은 간호대학에 진학하겠다며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학원 한 번 제대로 보내주지 못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밝고 잘 자라줬다.

 

“두 아이들에겐 언제나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아이들이 자라니깐 보살피긴 했지만 하늘이 생각이 지워지질 않았어요. 하늘이가 마지막으로 먹고 싶다고 했던 미역국은 아이들 생일에 한 번도 끓이질 못했어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제가 조금 더 챙기고 보살펴줘야 하는데…. 하늘이가 너무 애틋해서 마음과 달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어요.”

 

“가족이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가족이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언젠가 하늘이를 만나게 된다면

 

엄마는 언젠가 하늘이를 만나게 된다면 제일 먼저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된 날 먹고 싶다고 말했던 미역국을 꼭 끓여주고 싶다고 했다.

 

“하늘이를 만나면 부모가 잘못해 너를 찾지 못했다고 용서를 빌고 싶어요. 미역국을 못 끓여줘서 제일 먼저 미역국을 끓여주고 싶고…. 만약 누구라도 우리 하늘이를 키우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할 거예요. 내 자식이라고 무조건 데려오기 보다는 누가 이 아이를 키웠던지 간에 고생 안 시키고 잘만 키워줬다면 원망하고 싶지 않아요. 강제로 데려갔든지 그 어떤 이유라도 하늘이만 살아있고, 만날 수만 있다면 절대 벌주고 싶지 않아요. 하늘이가 엄마를 몰라 봐서 같이 살 수 없다고 해도 한 가족처럼 왕래하며 하늘이 얼굴만 볼 수 있게, 그렇게만 됐으면 좋겠어요.”

 

주변을 둘러보면 하늘이 엄마와 같이 수십 년째 자식을 찾아 헤매는 장기실종 가족들이 많이 있다. 그들 중에는 모든 삶을 포기하고 길게는 40년 이상을 자식을 찾아 헤매는 이들도 있다. 하늘이 엄마 정혜경 씨는 자신처럼 아이가 실종돼 고통을 겪고 있는 실종가족들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저는 하늘이가 살아 있다는 믿음 하나로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다른 엄마들도 저와 같은 마음으로 꼭 찾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잘 버티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절대 포기는 하지 말라고요. 포기라는 것은 없어요. 죽지 않는 한 아이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베이비뉴스가 진행하는 ‘실종아동찾기 집으로 프로젝트-내일은 다시 만날 수 있겠지’(http://m.newsfund.media.daum.net/project/151)에 깊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이번 프로젝트에 동참하실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사단법인 실종아동찾기협회 ‘실종아동 등을 찾아주세요’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fmca02)에 들어가시면 가족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여러 실종아동들의 신상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실종아동 신상정보를 널리 공유시켜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팟빵 AD디아스포라방송 ‘남규민의 미싱유-사라진 사람들’(http://www.podbbang.com/ch/4874)을 찾으면 하늘이 엄마 정혜경 씨의 사연을 비롯해 실종아동 가족들의 가슴 절절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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